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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Mar 19. 2022

임플란트 꼭 해야 하나요?

   

발치를 한 지도 꽤 지났다. 발치를 한 후 잇몸에 뼈가 차오르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몇 달을 기다렸던 거 같고, 그 몇 달이 지나자 브릿지냐 임플란트냐를 선택하라고 했다. 브릿지는 말 그대로 빠진 이 양옆의 이를 갈아서 새 이빨과 함께 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멀쩡한 이를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임플란트는 할 마음이 있었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이사도 겹치고 최악의 재정 상태여서 20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 없었다. 그즈음인가 친한 학원 원장님이 다른 병원을 소개해 주셨다. 병원 건물 전체가 임플란트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자신도 거기에서 몇 개 했는데 저렴하고 좋았다고!

     

최근에 임플란트 SNS의 광고가 자주 떠서 보니 그 원장님이 소개해 준 병원이었다. 전화번호를 남기라고 해서 남겼더니 수업 중에 몇 번인가 전화가 걸려왔지만 못 받았다. 겨울방학이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연락처를 남겼다. 어제 예약일이었는데 미루고 오늘 드디어 그 공장 같은 병원에 다녀왔다. 59만 원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1/3의 가격으로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다. 병원은 어르신들로 북새통이었다. 얼핏 봐도 내가 가장 젊은 축에 들었다. 1층부터 14층이 다 임플란트 전용 치과였다. 접수를 하자 문진표를 주고 적으라고 하고 잠시 기다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엑스레이 촬영이다. 촬영이 끝나자 몇 층으로 가라고 한다. 14개 층 중 방문한 층이 총 3개 층이었다. 접수와 촬영, 진료, 상담과 수납의 3 군데 다른 층이었다. 

    

의사는 젊고 잘 생긴 남자였고 일이 신물 났는지 나에게는 소중하기 그지없는 이빨을 4개 더 빼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는 휙 사라졌다. 빼야 할 이를 컴퓨터 화면에서 노란 선으로 쭉쭉 줄을 긋고 내려가서 상담하고 수술 날자 잡으라고 쿨하게 말하고는 인사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시스템화의 결정체인 병원이었다. 늙음이 슬프기보다 돈이 든다는 사실이 겁부터 난다. 엉뚱하게 이가 없어 못 먹으면 다이어트는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치과 가기를 무서워하여 이가 5개밖에 남지 않은 노모도 생각나면서 그럼 기운이 없어 다른 일을 못 하는 인간이 되겠구나 싶어 돈을 열심히 벌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누구에게나 노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둘 여기저기 시원찮아져 간다. 난 치아는 멀쩡한데 잇몸이 자꾸 탈이 나는 건 아마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아서인 거 같다. 닭이나 돼지는 전혀 먹지 않고 소고기도 일 년에 몇 번 먹을지 손에 꼽을 정도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매 끼니마다 챙겨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백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으로 모든 영양소가 다 보충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 혹은 많은 돈을 식사에 투자해야 하리라.    

  

일단 하나만 임플란트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네 개 중 한 개의 치아는 사랑니이니 발치하고 나머지 세 개의 어금니는 어떻게든 사수하리라 결심을 한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단백질과 콜라겐을 많이 먹고 칼슘도 많이 먹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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