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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Nov 15. 2023

일 년 3개월 만에 쓰는 약속

작가! 돼야지!

 글을 쓰지 못한 지 1년 3개월이 흘렀다. 카톡 프사의 말도 「매일 쓰자」로 해놓고 코로나 마지막 즈음에 내 나이에는 소화하기 힘든 과도한 스케줄로 인해 무너져, 시간이 그렇게 흘러 버렸다. 책도 별로 읽지 못했고, 사람들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인간에게는 뭐든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나 보다. 지금까지 몸을 너무 막 쓰고 살았나 보다. 태생이 누구보다 건강한 체질이라고 맹신했었다. 그냥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계속되었는데, 거기에 더한 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 터졌다. 성장한 딸이 일본행을 결심하여 실행에 옮겼다. 덕분에 코로나로 못 갔던 일본을 몇 번이나 가야 했다.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 장만하고 시집을 보냈다고 생각해야지 하면서 마음과 몸과 돈을 쓰다 보니 글 한 줄 쓸 여력이 없었다. 브런치에서는 30일에 한 번씩 메시지가 왔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싶다고.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계속되니 맘이 무거웠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글 한 줄 안 쓰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목구멍까지 쓰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면 쓰겠지 싶었다.

      

 드디어 목구멍까지 찬 때인가? 슬금슬금 글이, 활자가, 자음과 모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 때인가? 지독하도록 뜨거웠던 2023년 더위가 물러가고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니 머리와 마음에도 찬 기운이 스며들어 온 건가? 친구도 없고 마음을 어디 터놓을 곳이 없어 이제 글에라도 기대고 싶은 외로움과 스산함인가? 아무래도 좋다. 새해를 한 달도 안 남긴 지금이 딱 적당하다. 새해에 뭔가를 시작하는 일도 거의 60년 해 오니 식상하다. 지금이다. 다시 작가라는 타이틀에 마음을 부풀리며 자유를 꿈꾸기 좋은 때다. 기대하자. 나 자신이여! 또 얼마 없는 독자들이여! 일 년보다 더 많은 시간, 차고 넘치게 있었던 에피소드를 서서히 풀어놓게 되리라. 깊고 진한 멸치 국물 같은 고소함과 구수함을 보장하리다. 죽기 전에 진짜 스스로가 존경할 수 있는 작가가 함 되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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