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음.. 일생동안 생각해 온 화두이건만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 내린 결론은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기 때문인 거 같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책만이 답이고, 책이 늘 친구였다. 글이 좋아 만났던 작가들은 적잖은 실망감과 의구심을 갖게 했다. 결국 그들이 쓴 책이 그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결국 사람이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은 책이라는 결론이다. 책을 쓰려면 많은 정보와 경험과 지식이 요구된다. 자신만의 철학도 필요하다. 국어실력과 어휘력과 문장력과 구성력도 필요하다.
작가란 정의를 찾아보았다. 작가란 어떤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글을 쓴다고 모두 작가는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그 이유는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그렇다. 돈이 되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 계속 쓴다고 작가는 아니다. 그걸 사람들이 읽고 좋아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내가 작가를 꿈꾸는 이유도 결국은 최종 목표가 돈이다. 지금 하는 강사일로 돈은 벌 수 있지만, 난 작가라는 타이틀과 그걸 통해 발생하는 수입을 원한다.
대치동 은마 상가에서 90세가 넘도록 일본어를 가르친 재일교포 할아버지가 계셨다. 몇 년 동안은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제는 잠잠하다. 아마 돌아가신 거 같다.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많은 힘과 교훈을 주셨다. 나도 90살까지 강사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과 희망을 주셨다. 그래도 학생들이 싫어하지 않게 열심히 피부 관리와 모발관리를 스스로 한다. 되도록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나이는 먹지만 노화의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므로 글을 쓰는 일에 올인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꾸준히 어딘가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어왔고 되도록 글을 쓰는 사람들과 어울려 왔다.
목표는 소설이다. 지인들은 수필을 그나마 잘 쓴다는 얘기를 한다. 아니다. 나에게 작가란 소설가다. 드라마는 워낙 좋아하니까 기웃거리고 있지만, 드라마를 배우면 배울수록 협업이라 내 나이로는 민폐덩어리가 될 거 같다. 드라마를 배우고 있는 것은 다 소설로 가기 위해서다. 내 소설이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세 명 있다. 10대부터 20대를 책임졌던 이정선과 30대와 40대를 같이한 성시경, 그리고 요즘 좋아하는 아이돌 겸 작곡가 우즈 조승연. 언젠가 이 세 명의 자작곡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상상도 항상 하고 있다. 셋의 공통점은 싱어 송 라이터란 점과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지난 주 방송작가 교육원의 숙제가 작가로서의 나의 장점이었다. 장점은 없다. 철학도 없고 국어실력도 없고 질긴 엉덩이도 없다. 그 없는 가운데 굳이 뭔가를 나에게서 찾아내야 한다면 줄기차게 생각할 수 있는 거 정도다. 어떤 한 가지를 줄곧 끝도 없이 생각한다. 작가란 화두로 이 주일 넘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 평생 생각하고 있다. 작가란 가슴 설레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작가의 조건을 말해 보자. 종이(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아야 한다. 소장가치가 있어야 한다. 몇 번 읽고 싶어야 한다. 읽은 후 한 동안 계속 생각나야 한다. 그 책을 다 읽으면 바로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연결성 내지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정한 작가의 허들이 높아 평생의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노력하니 그만이다. 그 길을 쫓아 평생 가고 있으니 됐다. 묘비명에 평생 작가가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면 족하다. 물론 난 화장하라고 유언하겠지만, 만약 묘비명을 쓴다고 하면 말이다. 정말 위대한 작가가 되어 묘비를 세울 수 있는, 아니 세워야 하는 작가가 되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