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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훈 Nov 21. 2020

가난한 시절, 소유의 욕구

‘엄마! 자동차 프라모델 사주세요’

왜 그리 당시에는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았을까? 

누구나 그랬듯 학창 시절 가지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항상 내 주머니 속은 비워 있었다. 하루에 천 원, 이 천 원 받아서 용돈으로 썼던 터라 집 앞 슈퍼마켓에 가면 그 돈은 금방 다 써버리곤 했다. 지금도 무언가 하고 싶으면 푹 빠져 버려서 무작정 구매해 버리는 나의 성격은 학창 시절에도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은 내가 직장에서 돈을 벌고 쉽게 살 수 있지만은 그때는 지금과는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그날 저녁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음 한 구석에 먼가 모를 그때의 한 순간이 머릿속에 사진과 같이 남아 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그때 나의 취미는 우표 수집이었다. 그 당시 나 또래의 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우표를 모아보았을 것이다. 나는 당시 넉넉하지 형편이었지만 모든 나의 용돈을 우표 수집에 쏟아붓고 있었다. 2~3년 수집을 하였지만 수집한 우표의 양은 지금 보아도 초등학생이 모았다고 생각하기에 엄청 많은 수준이었다. 지금도 내방 한 켠에는 우표 수집 책이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왜 우리 집은 이것도 못 사주는 거야’


6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도 나는 열심히 우표 수집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우표가 발행되면 하교 후 우표를 사거나 부모님께 부탁을 해서 우체국에 다녀오곤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프라모델 미니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사고 꾸미고, 어떤 아이들은 그것을 가지고 경주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 지금도 그렇지마는 아이들의 유행 속에 참여하고 싶었고, 당시 인기 있던 타미아 미니카 프라모델을 구매하고 싶었다. 당시 기억하기로는 내가 가지고 싶은 미니카의 구매금액은 1만 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우표를 사던 수준을 생각하고 그 날 저녁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내 생각은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사주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어머니께 용기 내어 ‘엄마 저 장난감 자동차 하나 사주세요’라고 용기 내어 말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안돼 돈 없어’라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대답에 당시 어린 나에게는 그때 한 없이 착하기만 하던 어머니의 말이 정말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언가 모르게 우리 집의 현재 상황과 연결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머릿속에는 ‘왜 우리 집은 못 사는 것일까?’, ‘왜 우리 집은 이 작은 것 하나 사 줄 형편이 되지 않는 걸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워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는 냉랭한 나의 방에서 이불을 덮어 쓰고, 나름 신세 한탄을 하시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안한 듯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와서 ‘그거 얼마야’라고 물으셨다. 그때 그 물음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생각하기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부모가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해주지 못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픈 지 지금에서야 나는 느끼고 있다. 


나는 어머니에게 ‘8천 원요’라고 이야기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장난감 자동차가 10만 원 정도 하는 고가의 장난감인 줄 아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일 가서 사라고 만원을 나의 손에 쥐여 주셨다. 울 먹이 던 나는 울음을 그치고 웃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가난하던 그 시절, 가지고 싶은 것은 꼭 사야 했던 나로서는 그때 환경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은 나의 분을 넘어서는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다만 바뀐 것은 이제는 우리 어머니의 그때 심정을 알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이를 키워보고 나서야 느끼게 된 감정이다. 그리고 그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가지고 지금은 받기만 하던 내가 아닌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아들이자 아빠가 되겠다고 지금도 다짐하고 있다. 


먼가 모르게 자꾸 떠 오르던 가난한 그 시절이 지금도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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