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주도 이유식과 눈물의 애벌빨래

7개월 26일

by 구의동 에밀리

(전편에 이어서… 이번엔 진짜 최종!)


아이주도 이유식의 후폭풍으로, 세 번의 구토와 소아과 방문이 있었던 날의 오후.


집에 왔더니 남편이 와 있었다. 한 달에 두 번은 일찍 퇴근하는 찬스를 쓸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덕분에 오늘 지원군을 얻을 수 있었다. 반겨주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제 다 괜찮을 것 같았다.


총 세 장의 침대 패드를 비축하고 있었건만, 그걸 하루에 다 쓰게 돼서 이제 총알이 부족했다. 빨리 하나라도 말려놔야 밤에 범퍼 침대에 깔아줄 수 있었다. 두 장은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미 세탁기를 돌려뒀기에,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남편이 바톤을 이어받아서 건조대에 널어두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장을 급한대로 건조기에 울/란제리 모드인지 하여간 섬세 의류 모드로 돌렸다.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건조기로 돌렸다가 쪼그라들면 어쩌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침대 패드는 범퍼 침대보다 아주 살짝 사이즈가 작아져 있었다. 잃을 게 크지 않았기에 도전을 한 셈이었는데, 운 좋게도 사이즈는 그보다 더 줄어들지 않았으며 건조도 딱 좋게 되었다.


예전에는 침대 패드에 아기 몸이 김밥처럼 말릴까봐 걱정돼서 패드를 안 깔아줬는데, 지금은 패드 없이 재우는 일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 때는 어떻게 범퍼 침대에 덜렁 아이를 눕혀놓고서 잘 자라고 했을까? 어른들은 폭신하게 침대에 패드 깔고 자면서, 애는 놀이 매트랑 똑같은 맨바닥에 누워 자라고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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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패드와는 별개로, 집안일이 해도 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남아있었다.


낮에도 식기세척기를 몇 번을 돌렸건만, 소아과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설거지거리가 엄청 많았다. 괜히 핑거푸드 만든답시고 오전부터 부리나케 움직인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 당분간은 핑거푸드 대신에 죽을 주기로 했다. 이 난리를 겪고 나서도 꾸역꾸역 핑거푸드를 지속할 자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자기주도로 이유식을 잘 먹다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울었던 이유는 배고파서가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당근 스틱이 목이나 장에 걸려서 이물감에 울었고, 분유를 꿀떡꿀떡 마시면 그게 내려가니까 울음을 그쳤던 것 같았다.


다 만들어놓고도 먹지 못하게 된 핑거푸드들은 곧바로 냉동실로 직행했다. 언젠가는 아이가 소고기 스틱이나 치즈 감자볼을 다시 먹을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다만 그것이 내일이나 모레나 글피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놀라울 정도로 모든 일이 쉽게 생각되었다. 큐브 만드는 것도, 재료 선정하는 것도, 급여하는 것과 치우는 일까지 모두 다 수월하게 느껴졌다. 아이주도 이유식을 했을 때는 핑거푸드가 줄줄이 떨어져서, 뒷정리 대응방안이 푸드캐처 캐치와 횟집 비닐을 조합하는 단계까지 진화한 상태였다. 게다가 죽 이유식과 핑거푸드 둘 다 하루 전 날 냉장 해동해야 했기에, 락앤락 바로한끼를 매 끼니마다 두 통씩 써야 해서 설거지도 두 배였다.


모든 방면에서 일이 간편해졌다. 죽 이유식의 뒷정리는 그냥 앞치마나 빨아주고 물티슈로 테이블 한 번 쓱 닦아주면 그만이었다. 이유식 식기도, 한 끼에 네모난 락앤락 한 통이면 끝이었다. 여유롭게 된 김에 빨대컵 연습이나 좀 더 시켜주기로 했다. 가끔 바나나랑 고기스틱을 간식으로 주고 말이다. 가아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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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245ml 담긴 했는데, 시원찮게 먹으면 배부른 거니까 좀 남겨줘.”


막수를 담당하는 남편에게 그렇게 말은 했지만, 엄마아빠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아이는 245ml를 홀랑 다 마셔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트림과 함께 울컥 분수토가 나왔다. 남편이 몹시 걱정했다. 마지막으로 분수토를 본 게 정말 오래 전 일이라서 더 걱정된다고 안절부절을 못했다. 낮에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게 남편이 아니라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막수 때까지도 내게는 집안일이 남아있었다. 오후 5시쯤 이후부터는 내도록 남편이 아이를 전담 마크해 주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특히 애벌빨래 할 게 엄청 많았다. 여전히 남아있는 설거지거리 중에서 웬만한 것들은 식기세척기한테 맡기고, 나는 식기세척기에 돌릴 수 없는 것들 위주로 설거지를 했다. 대부분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빨대 같은 것들이었다.


손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에서 애벌빨래를 시작했다. 마침 ‘애벌빨래’라고 적어둔 통을 마련해 두었기에, 하루종일 발생한 빨랫거리는 얌전히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아이의 토사물이 묻은 옷과 손수건을 개수대에서 하나하나 손으로 빠는 동안, 바로 옆에서 식기세척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흡사 식기세척기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동료랑 일을 분담해서 묵묵히 각자의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애벌빨래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개수대 앞의 주방 창문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제발, 저희 아기 건강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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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지만 집안일 때문에 짧을 수밖에 없었던 기도를 마치고, 다시 애벌빨래 모드로 돌아갔다.


단순반복적인 노동을 하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는 당연히 아이주도 이유식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어쩌면 아기주도 이유식도, 배후에 어떤 이익집단이 있어서 조직적으로 트렌드화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은 질식 위험이나 소화 문제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이슈들을 꽁꽁 은폐하고 ‘아기주도 이유식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하는 주장을 퍼뜨린 것은 아닐까? 분명 하임리히법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였고, 나만 해도 당근 스틱이 그대로 나와버리는 해프닝을 겪었는걸. 그래도 애들 먹는 것 가지고 그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선동질을 할 부모는 없으리라는 가설이 의구심을 일축했다.


토사물이 묻은 작은 옷들을 손으로 닦아내며, 이 작은 옷들의 주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몸으로 하루종일 구토를 하며 고생했을 아이가 너무도 불쌍하고 미안해졌다. 괜히 내가 아기주도 이유식 한다고 핑거푸드를 시도하느라 아이만 고생시킨 것은 아닌지. 남들은 잘만 하길래 나도 문제 없을 줄 알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아직 집안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울면 안 되었다.


애벌빨래를 마치고, 오늘의 저녁 세탁기를 돌릴 시간이 드디어 찾아왔다. 손수건처럼 건조기에 돌려도 되는 것과 앞치마나 고무줄 들어간 의류처럼 따로 말려야 하는 빨랫감을 분류해서 빨래망에 담고 있었다. 그 사이, 남편이 아이 밤잠 입면을 시켜주고 방에서 나왔다. 아이는 피곤했는지 진짜 빨리 잠들었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너무 무서웠어……”라고 실토하며 펑펑 울었다. 손은 여전히 빨랫감을 분류하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작은 옷들이 서글프도록 조그마해서 더욱 눈물이 났다.


이렇게 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Julianna Ar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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