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13일
12시에 온 카페에, 4시에 또 와서, 똑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요즘 매일 가는 카페는 구의동에 있는 ‘스킵’이다. 브런치 카페인데, 아기가 이 카페를 좋아하는 눈치라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는다. 사장님도 아기를 무척 귀여워해 주셔서, 할로윈 데이에는 일부러 도토리 모자를 씌워 데려갔더니 맛있는 쿠키와 마늘 바게트를 서비스로 주셨다. 그리고 거의 매번, 손님들에게도 잔뜩 귀여움을 받는다. 그러다 이제 좀 많이 피곤해한다 싶으면 집에 데려가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낮잠을 재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기에는, 만8개월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에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메뉴가 거의 다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하는 빵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손에 잔뜩 기름기를 묻혀가며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다가는,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1분에 한 번씩 물티슈로 손을 닦는 사태가 발생할 게 뻔했다.
그렇게 평일에는 옆 테이블들에서 브런치 먹는 모습을 구경만 하면서 카페 라떼를 마셨다. 금요일에는 세 명 손님 테이블에서 감바스 샌드위치를 너무 맛있게 드시고 있었다. 주말 언젠가 남편과 함께 방문해서 브런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바로 토요일 점심에 가 보기로 결정이 됐다.
토요일 9시 반부터 11시까지의 아기 낮잠 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부터 가게에 전화를 걸어서 미리 정해둔 음식을 주문했다. 주말 점심 시간이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페 근처에 다다랐을 때 우리 눈 앞에서 어떤 2인 커플이 카페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게 보였다. 가 보니 딱 하나 남은 2인 테이블에 ‘예약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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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두 명이 가서 음료 두 잔과 브런치 메뉴 세 개를 홀랑 먹었다.
예전 같았으면 ‘둘이 가서 요리 두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말았겠지만, 이런 기회는 이제 흔치 않아졌다. 한 번 갈 때 제대로 즐기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넉넉하게 주문을 했다.
일단은 금요일에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먹었던 메뉴부터. “이거 어떻게 먹는 거지? 근데 되게 맛있다” 하는 탄성을 자아냈던 감바스 오픈 샌드위치를 골랐다. 남편은 ‘옥수수 핫도그와 구운 수미감자’를 선택했다. 고급 소세지빵처럼 생겨서 역시나 초딩 입맛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이드로 나오는 수미감자를 몇 입 주워먹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둘이 나눠 먹으려고 곁다리로 주문한 스프 세트가 히트를 쳤다. ‘대황제 감자스프와 미니 포카치아의 귀환’이라는 굉장한 이름의 메뉴였다. 먹어보니 왜 이게 대황제인지 알 수 있었다. 미니 포카치아는 ‘원래 포카치아가 이런 빵이었어?’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감자스프는 포카치아처럼 살짝 양파 향이 나면서도 고소해서 계속 입에 들어갔다. 물론 감바스 샌드위치와 수미감자도 엄청나게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만8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브런치 시간은 여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아기를 데리고 자리를 일어났다. 사장님께서는 분명히 “포카치아는 손으로 뜯어서 드시면 되세요”라고 하셨지만, 양손에 기름을 잔뜩 묻힐 수는 없었기에 한 손으로 빵을 붙잡고 입으로 뜯어먹었다.
특히나 오늘따라 아이가 칭얼대서 우리는 더 분주하게 카페 안팎을 드나들었다. 평소에 나랑 아가가 단둘이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기에 의외였다. 아마 평일에는 카페가 한적하기에 손님들이 마음껏 아가를 귀여워해주셨기에, 아가도 컵홀더 하나만 가지고도 만족스럽게 장난치며 시간을 보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오늘의 손님들은 각자의 브런치 타임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외출 육아를 하는 와중에도, 브런치는 진짜 맛있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오후 4시쯤 스킵 카페를 또 찾았다. 이번에는 혼자서 라떼 한 잔과 ‘대황제 감자스프’ 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사장님께서도 ‘단골이라 감사……’를 넘어서, ‘조금 무서워……’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포카치아는 어김없이 맛있고, 자유부인의 신분으로 쓰는 육아일기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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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낮의 브런치 이후 시점으로 돌아와서.
집에 와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좀 놀다가, 깨시가 다 되어서 아이 낮잠을 재워줬다. 아기를 재워놓고 침대를 조심히 탈출했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3시 이유식의 흡착볼을 꺼냈다. 밥솥에 실리콘 찜기 받침을 깔아놓고 물을 200ml 정도 부은 다음, 흡착볼을 뚜껑 없이 얹어서 재가열 버튼을 눌렀다. 아이 낮잠 재울 때의 첫 번째 일과였다.
예전에는 이유식을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서 해동시키곤 했다. 그런데 그러면 50g 짜리 죽 큐브는 겨우 40도를 넘어서고, 나머지 반찬 큐브들은 뜨거운 용암 아니면 사혼의 구슬이 되어버렸다. 2분이 아니라 1분 30초 이런 식으로 데우면, 죽 큐브 혼자 안쪽이 아직 얼음 상태 그대로였다.
대체 나는 왜 하루 전 날 냉장 해동을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큐브들은 얼음인 걸까? 아무튼 밥솥을 썼더니 모두가 고르게 50~60도로 따뜻해져서, 드디어 토핑 이유식을 제대로 해 줄 수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도 전자레인지보다는 밥솥으로 촉촉해진 밥을 먹으니까 더 좋을 것 같았다. 다만 보온되는 시간 동안 세균이 번식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찾아보니까 보온 상태의 밥솥은 70도 정도가 유지되므로 세균이 증식은 커녕 생존도 어렵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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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라든지, 연습을 위한 아기용 숟가락과 컵이라든지, 기타 이유식 준비물까지 세팅을 마쳤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든 아기 곁으로 다가가 낮잠을 청했다. 요즘 들어서 1~3시 사이의 낮잠 시간에 나도 덩달아 낮잠을 자는데, 안 자고 버티면 오후의 육아가 너무 버거워져서 이 또한 일과로 굳어졌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범퍼침대 말고 싱글침대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웠다. 아이 방에 싱글침대를 새로 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싱글침대를 설치한 바로 그 날 아이가 ‘잡고 서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범퍼침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싱글침대의 낮은 울타리를 잡고 서는 순간, 고꾸라져서 그대로 딱딱한 마룻바닥에 낙상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범퍼침대에 재우고, 싱글침대에서는 내가 낮잠을 자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오전에 남편이 50cm 높이의 침대 가드를 당근해 온 덕분에, 빨아놓은 가드 커버가 저녁 무렵에는 말라 있을 것이었다. 밤잠부터는 드디어 싱글침대에 아이를 재우고, 범퍼침대는 차곡차곡 접어서 부모의 침대 계단으로 변신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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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긴 한데 잠이 올 수 있을까’ 싶어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나는 백색소음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한 20~30분 정도 자고 나니 아이가 기침 소리같은 울음과 함께 기상을 알렸다. 밭은 기침을 하고 나면 “우에엥~”하고 울면서 깨어나곤 했다. 아이의 소리를 듣자마자 싱글침대에서 바로 옆의 범퍼침대로 넘어가 토닥여줬다.
깨자마자 토닥여줬더니, 아이는 금방 안정을 되찾고 뒹굴뒹굴 침대 안을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순간이 무척 행복했다.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 방긋방긋 웃는 아이와 함께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게으른 시간. 그래서 이유식은 뒤로 하고, 일단은 10분 정도를 같이 뒹굴뒹굴 하면서 아이와 게으름을 피웠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깨어나서 2시간 반 정도만 지나면 또 자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분이란 꽤 긴 시간이었다. 그것도 말이 10분이지, 이렇게 뒹굴뒹굴하다가 나가면 밥을 먹기 전까지 밥상 차리는 시간을 추가로 고려해야 했다. 이유식을 밥솥에서 꺼내고, 선풍기로 온도를 맞추고, 분유를 태우고 하다 보면 10분은 금방 갔다. 그러면 금쪽같은 깨시의 20~30분이 지나간다.
어른의 시간에 비하면 아이의 시간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커다란 의미를 지닌 듯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조금 딱했다. 아이구, 2시간 반이면 또 피곤해져서 자야 하는 자그마한 몸이라니. 어쩐지 RPG 게임의 생초보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짧은 깨시는 마치 몹시 적은 분량의 체력과 마나 게이지 같았다. 보스 몬스터는 커녕 토끼 한 마리 잡으려고 해도 사활을 걸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난이도가 올라가면 한 방만 맞아도 치명타가 되어버리는…….
조그마한 손도, ‘뒹굴뒹굴’이 가장 최신의 습득 기술 중 하나라는 점도, 모두 귀여운 초보자의 특징처럼 보였다. 내구도가 변변찮은 초보자용 갑옷에서 시작하고, 각종 스탯도 아직 너무 낮아서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제한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자신의 모든 지력과 민첩을 활용해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다. 어른의 눈에는 단순히 귀엽게 보이는 시도들이었지만, 아이는 그런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이미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뒹굴거리다가 잠시 천장을 보고 누워서 쪽쪽이를 쥐고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 귀여운 초보자가 앞으로 어떤 모습의 플레이어로서 살아갈지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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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도 갈지 않은 채로 이유식을 줬다.
예전에는 낮잠에서 깨어나면 일단 기저귀부터 갈아줬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그 사이에 또 귀중한 깨시가 흘러갔고, 그 탓에 아이의 수유텀이 더 바짝 다가와버리곤 했다. 게다가 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바지를 다시 입고 하는 일이 거슬렸는지, 배도 고프고 낮잠의 반짝 효과도 사라졌겠다 울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이제는 기저귀를 나중 일로 미뤘더니 모두가 평화로웠다.
이유식은 큐브로 토핑을 해줬는데, 오늘도 입을 쫙쫙 벌려가며 참 잘 먹었다. 아기주도 이유식을 하기 전까지는 네 숟가락이 한계라서 그 후로는 양육자들의 재롱잔치로 겨우 완밥을 시켰었다. 그러다 아기주도 이유식을 하면서 본인이 직접 주워다 먹어보니까, 받아먹는 게 얼마나 편한지를 깨달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기주도에서 애미주도(!)로 회귀하고 나서도, 죽을 잘 받아먹는 것만큼은 여전히 유효했다.
후식으로는 바나나를 챙겨줬다. 3시의 메뉴는 쌀죽 50g에 불고기 20g, 그리고 브로콜리, 당근, 바나나를 10g씩 곁들인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색깔까지 챙긴다고 해서 ‘조금 더 분발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나름 소고기에 녹색 채소, 노란 채소, 과일까지 다 갖춘 식단이니까 이 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11시 점심 때는 사과가 후식이었다. 메인은 리조또와 오믈렛이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는 리조또였다. 다행히 알레르기는 딱히 없어서, 혹시 몰라 준비했던 쌀죽 50g은 마침 출출했던 내가 먹었다. 이런 식으로 부모가 아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게 되는구나 싶었다. 오믈렛에는 토마토 큐브를 섞어줬고, 사이드로 양파를 줬다. 양파 반찬, 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예전에 양파에 사과, 배를 넣고 갈아버린 ‘잼’에 가까운지라……. 이건 언젠가 좀 개선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줄 때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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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에게 식후 분유를 먹여주는데, 아이는 또 아빠를 인간변기 삼아서 응가를 했다.
이제 아이 똥은 그야말로 완연한 된똥이었다. 분유만 먹던 시절에는 매일같이 설사 같은 몽글몽글 응가였는데 말이다. 심지어 ‘뽀로록’ 하던 응가 소리마저 없어지고, 이제는 진짜 어른 똥처럼 소리 없이 나와서 얼굴 표정과 냄새만으로 1차 확인을 해야 했다. 그래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응가를 하니, 얼마나 효도인지 모른다.
게다가 오늘따라 쾌변이라 나까지 속이 다 시원해졌다. 양배추의 힘인 걸까? 11시, 3시에는 큐브로 토핑 이유식을 해 주는데, 아침만큼은 단호박 양배추 죽으로 섞어서 매일 똑같은 메뉴를 준다. 아침이라 여유롭게 토핑으로 줄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다른 끼니와는 달리 남편이 급여를 도맡기 때문에 난이도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아침 출근 전에 이유식과 분유를 챙겨주는 남성이 얼마나 될까? 늘 남편에게 말하지만, 이 점만큼은 육아참여도로 볼 때 대한민국 남성 중 상위 3%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남편도 이유식 급여를 부담스러워했지만, 그럴 줄 알고 멘트를 준비했었다.
“다 줄 필요 없고, 그냥 한 숟가락만 주면 돼. 원래 한 숟가락에서 시작하는 거래. 나도 처음에 그렇게 했었고.”
사실 한 숟가락은 실수로라도 입에 들어가는 법이었다. 그리고 한 숟가락을 먹이고 나면, 두 숟가락까지는 먹여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한술 두술 뜨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붙고, 자신감이 붙고, 요령이 생기고, 완밥을 달성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주도면밀한 계략을 혼자 간직한 채로 가만히 있었더니, 남편은 정말로 매일 아침마다 11시, 3시 이유식과 동일한 양을 완밥시키는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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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을 하든지 아니면 다 섞은 죽을 하든지, 아무튼 아기주도 이유식에서 거꾸로 돌아왔더니 마음이 다 편했다.
만드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아기주도 이유식은 맨날 뭘 스틱 형태로 빚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해야 했는데, 큐브를 만들 때는 그냥 다 찌고 갈고 소분하면 끝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밥을 안 갈고 그냥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좀 오래 죽을 쑤는 전략을 택했더니, 오트밀 쌀죽을 할 때는 쌀만 좀 씻어서 밥솥에 안치면 땡이어서 엄청 편했다.
야채도 예전보다 요령이 좀 생겨서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밥솥에 일단 이것저것 넣고 찐 다음에 꺼내서 차례로 초퍼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몇 번 해 보니까, 그렇게 하는 것보다 먼저 초퍼로 가는 편이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퍼로 먼저 갈아버리면 각 야채의 부피가 작아지므로, 밥솥에 한 번에 넣고 찔 수 있는 양이 더 많아졌다. 게다가 찌고 나서 갈면 초퍼에서 아예 뭉개져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그 또한 예방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당근과 양배추를 초퍼로 먼저 갈았다. 밥솥에는 퍼기 칸막이를 집어넣고, 양배추와 당근이 섞이지 않게 각각 칸에 담아서 고압찜으로 20분을 돌렸다. 그러고도 칸이 모자라서 남는 양배추는 그 옆의 1인용 밥솥에 넣고, 물 좀 부어줘서 취사로 쪘다. 물에 잠기지 않는 부분은 되도록 가운데로 모아서 내솥에 들러붙어 타지 않게 해줬는데, 그런 독특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양배추로 밥을 하는 것 같다’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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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과 분유를 먹은 직후에 아이는 가장 기분 좋게 놀곤 했다.
이번에도 아이는 알집매트의 울타리 안에서 혼자 꽤 잘 놀았다.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뭔가를 돌리는 것들이었다. 특히나 콘 아이스크림처럼 위쪽에 동그란 게 달려서 빙빙 돌릴 수 있게 된 딸랑이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잇감 중 하나였다. 원래는 그저 잡고 흔들기만 해서 내가 돌려주거나 혹은 매트 위에 잔디깎이처럼 굴려주곤 했는데, 그게 무척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치발기도 모든 종류를 다 쓰고 있다. 예전에는 바나나 치발기나 기린 치발기를 줄 수가 없었다. 바나나는 껍질 까진 부분이 뾰족했기에, 아이가 쥐고 흔들다가 딱 눈을 찌르기 좋게 생겨서 마음 놓고 주지를 못했다. 기린 치발기도 마찬가지로, 기린의 뿔처럼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실제로도 쥐고 흔들다가 자기 얼굴을 찔러서 운 적도 있었기에 불안해서 줄 수가 없었다.
만8개월로 넘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이런 치발기들을 종류 상관 없이 마음 놓고 주기 시작하다니. 직접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일이었다. 말로만 들으면 아기들의 발달단계를 잘 알 수 없고, 또한 아기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감이 잡히지 않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깜짝볼은 안 따라다닐 것 같아서 장난감도서관에서 다시 빌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사이즈가 너무 커서 그런 것 같다. 어른 입장에서도, 축구공 만한 게 돌아다니면 좀 가지고 놀고 싶겠지만, 웬 짐볼 같은 게 굴러다니면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을 것 같다. 심지어 그게 말랑말랑하지도 않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단단한 물체라면 더더욱.
대신에 꼬꼬맘은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바퀴가 너무 작은 나머지, 알집매트 위에서는 굴러가다 말고 자꾸만 매트 판과 판 사이의 살짝 파인 곳에서 멈춰버리곤 했다. 무엇보다도 부리와 뒤통수가 뾰족한데, 그게 딱 기어다니는 아이 눈 높이와 일치하는 위치에 있어서 자칫하면 다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은 울타리 밖에 꼬꼬맘을 풀어봤건만……. 울타리 사이로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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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쿠팡에서, 만 원도 안 되는 놀이상자를 하나 사 줬다.
하베브릭스 변신큐브보다 좀 작은 사이즈로, 세 면은 고무줄로 된 창살 대여섯 가닥씩이 걸려 있었다. 상자 안에 딸랑거리는 플라스틱 공을 집어넣어주면, 아이가 고무줄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상자를 잡아 빼는 놀이가 가능한 장난감이었다.
“자, 이거 한 번 빼 볼까?”
그러면서 상자에 공을 넣어줬는데, 기상천외하게도 아이는 냅다 고무줄을 쥐고 상지를 통째로 흔들며 놀았다. ‘저러다 상자로 자기 머리통을 치고 울면서 끝나겠군’ 하는 예감이 스쳤고, 실제로 그러했다. 아무튼 아기들은 이래저래 상상초월의 방법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니, 어린 아이를 위한 장난감일수록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겠구나 싶었다.
아이가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놀다가 다칠지 모르니, 친정 어머니께서는 완전 안전해 보이는 천 딸랑이를 제일 좋아하신다. 그런 건 마구 흔들다가 이마에 찧어도 하나도 안 아프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요즘 들어 아이를 매트 밖으로 종종 내보내기도 한다.
남편은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아이가 되집다가 머리를 부딪히면 어떡하냐며 걱정하지만, 이 또한 모험을 좋아하는 엄마를 둔 아이가 지닌 자기 몫의 운명이었다. 조만간 한 번쯤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더러운 것은 닦고 위험한 것은 치우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엊그제 회사 동료가 카톡으로 보여준 영상이 떠올랐다. 그 집은 아이가 이제 돌이 지났는데, 걷는 것은 물론이고 소파를 기어올라가는 데에도 능숙해져 있었다. 영상 속 아이는 소파를 등산했다가, 미끄럼틀 타듯 미끄러지며 깔깔 웃었다. 누워서 딸랑이를 잡고 흔드는 시절을 지나온 것처럼, 언젠가는 루나도 그렇게 기어올라가고 미끄러지는 놀이를 하겠지?
아무튼 저녁에는 침대 가드를 설치해야겠다. 이것도 언젠가는 타고 올라가는 바람에 되려 더 위험해지는 날이 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