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16일
아가와 함께하는 요즘. 아가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태어났을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고, 잠깐씩 눈 떴을 때 겨우 밥 먹다가 다시 잠들어버리는 사람에서 아기들은 시작한다. 그러다가 돌이 지날 무렵에는 하루에 낮잠은 한 번 정도 자고, 나머지 시간은 쉼없이 걷고 기고 돌아다닌다. 1년 안에 그만큼의 성취를 이뤄내려면, 한 달 한 달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기간이 될 수밖에.
돌이켜보면 그 차이는 루나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다. 그 무렵 루나는 만5개월이었고, 친구들은 만8개월 정도였다. 그래서 편의상 ‘친구’라고 종종 불렀지만, 사실은 해가 바뀌기 전에 태어났기에 엄연한 형들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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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먹는 것부터 달랐다. 루나는 아직 만6개월이 안되어서 분유만 마셨는데, 만8개월 아기들은 이유식을 먹기 위한 하이체어나 범보의자가 필요했다. 나는 이 때 아기들이 이유식 먹는 모습을 처음 봐서, 모든 아기들이 다 그렇게 입을 쩍쩍 벌리면서 받아먹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만6~7개월 때 ‘왜 우리 아가는 네 숟갈이 한계일까’ 하고 고민했으나, 이후 만8개월로 접어들 무렵에는 루나도 아기새처럼 입을 잘 벌리고 먹었다.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노는 모습도 확연하게 달랐다. 루나는 뒤집기 선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엎드려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놀곤 했다. 그런 모습을 정말 귀엽고 대견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만8개월 형들은 빨빨거리면서 기어다니거나 스스로 앉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 친구가 앉은채로 튤립 사운드북을 휘두르다 곁에서 엎드려있던 루나가 이마를 맞았는데, 속절없이 맞는 모습이 조금 가여웠다. 그래도 아프지는 않았는지 울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그 날 이후로 한 사흘 정도, 형들이 떠올랐는지 난데없이 배밀이를 마구 하고 다녀서 신기했다.
깨시도 차이가 컸다. 만8개월인 지금이야 한 번에 2.5 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잠들지만, 만5개월 때는 어림도 없었다. 심지어 4시간의 수유텀을 깨시가 따라가지 못했기에, 수유텀 사이에 낮잠을 두 차례에 걸쳐서 끊어서 잤다. 만8개월 형아들이 놀러왔을 때는 당연히 깨시가 형들보다 부족했고, 그래서 루나는 대체로 쪽쪽이를 물거나 아기띠에 안겨서 평정심을 찾아야 했다. 그 때는 어째서 루나만 쉬이 칭얼대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낮잠이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아마 지금 루나와의 일상도, 한두 달만 지나면 또 달라져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7개월 때는 성수동도 놀러다니기 시작해서 정말 육아 행복도와 만족도가 최상이었는데, 그 때 서서히 굳어진 일과는 아직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해보고 싶은, 만8개월인 요즘의 하루 일과를 한 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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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기상
요즘에는 보통 6:00~6:30 사이에 일어나는 것 같다. 종종 5:00~6:00 사이에 깨서 울면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남편을 파견해서 다시 재우곤 했다.
06:45 아침식사 (이유식 110g + 분유 140ml)
아침은 단호박 양배추 죽을 단일메뉴로 주고 있다. 물을 5배로 잡은 5배죽의 오트밀 쌀죽 50g에, 단호박 30g, 양배추 30g으로 만든다. 단호박과 양배추의 비율은 큐브의 재고 상황이나 아가의 소화능력 추이를 봐서 조절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 무렵에는 보통 분이분이분(분유-이유식-분유-…) 스케줄이 많은 것 같기는 하다. 이유식이 아니라 첫수로 아침을 시작하고, 깨어나서 1시간 정도 놀다가 아침잠을 보충해서 자고 다시 일어나 이유식을 먹는 식이었다.
나도 그렇게 바꿔야 하나, 그래야 아가가 덜 피곤해하려나, 하고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일단은 아가와의 일과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아가도 꽤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유식 세 끼 일과로 정착한 것은 현재 일과의 엄청난 장점이었다. 단순히 ‘남들 스케줄을 따라갈까나’ 하는 마음에서 원복시키기에는 절대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았다.
한편으로 아이는 분리수유를 안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 그냥 하던대로 지내고 있다. 분리수유는 애들이 이유식 먹고 나면 배불러서 분유를 안 먹으니까 ‘이유식 2시간 후에 수유’라는 방법을 찾아낸 결과였다. 그러니 루나처럼 이유식 다 먹고 분유까지 다 먹었으면서 젖병 떼면 일단 울고 보는 아가에게는 필요 없는 방식이었다.
07:00 놀이시간
아침 식사가 끝나면, 나는 식탁을 치우고 샤워를 하러 간다. 그래서 이 때는 남편이 주로 아이를 돌봐주며 아침을 먹는다. 요즘에는 보통 아가가 이 시간에 첫 응가를 한다. 하루에 네 번 정도는 하는 것 같은데, 꼭 아빠 있을 때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귀엽다.
샤워하고 나와서, 남은 집안 정리를 좀 하고 아이와 놀아준다. 아침 식사는 이미 아이가 이유식 먹을 때 곁에서 같이 먹었어서 조금 널널하다. 요즘 아이는 까꿍놀이를 참 좋아한다. 손에 치발기 하나 쥐여주고, 천장 보게 눕혀서 나는 정수리 쪽으로 가 앉는다. 그러면 아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거꾸로 보게 되는데, 그 상태에서 까꿍을 할 때마다 눈을 똘망똘망 뜨면서 배시시 웃는 모습이 참 귀엽다.
08:00 아침 산책
8시 쯤이 되면 슬슬 칭얼대기 시작한다. 6시 반쯤 깼으니 2.5시간 중 1.5시간의 깨시가 지나간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칭얼댄다고 재우러 들어가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곤 했다. 애는 아직 깨시가 한참 남아서 잠투정만 엄청 부리는데(아마 실제로는 잠투정도 아니고 그냥 ‘짜증’일 것……), 그렇게 씨름하다 어찌저찌 잠든다고 해도 또 문제다. 1시간 자고 나면 아직 9시밖에 안 되어서 11시 밥 먹기까지 2시간이나 남기 때문이다. 깨시가 2.5시간인데, 2시간을 낭비시키고 먹이려면 밥 시간이 전쟁이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8시 무렵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아침 산책을 나간다. 아직 아이가 걷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은 카페에 데려가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한바퀴 구경을 시켜준다. 아침에 유모차 타고 나가서 바깥 바람도 쐬고, 사람들 출근하고 등교하는 활기찬 풍경도 보고, 카페에서 사장님과 직원분들께 귀여움을 잔뜩 받는 것이 아가의 아침 일과 중 하나다.
09:00 귀가
산책을 나갔다가 8시 45분쯤이 되면 아가가 슬슬 칭얼대기 시작한다. 6시 반으로부터 2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졸릴만도 한 시각이다. 무리해서 좋을 게 없으므로, 쪽쪽이 하나 물려주고 귀가한다.
09:30 오전 낮잠
집에 와서 양말 벗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조금 놀다가 금방 졸려한다. 그러면 한 9시에서 9시 반 사이가 되는데, 이 때 아기방으로 데려간다. 이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 재우려는 것을 눈치채고 일단 좀 운다. 무시하고 백색소음을 틀고, 환기시키려고 열어둔 창문을 닫고, 침대에 엎드리게 해서 재운다. 신생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잠투정을 하는데,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어쨌든 누워서 잠든다. 때로는 울지도 않고 스르르 누워서 스르르 눈을 감고 스르르 잠에 들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점심일과는 다음 편에 계속…)
* 표지사진 출처: Pixabay의 Vika_Gl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