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기의 점심일과

8개월 16일

by 구의동 에밀리

(지난번 아침일과에 이어서, 오늘은 점심일과!)


점심 일과


10:30 기상

요즘에는 낮잠을 1~1.5시간 정도 자면 일어난다. 한 30분 자다가 깨면 다시 재워서 30분~1시간 정도를 더 자는데, 그게 아니라 1시간 가량을 자고 일어나면 보통은 아무리 다시 재워보려고 해도 기어코 일어난다.


점심식사 (이유식 110g + 분유 140ml)

아이와 한 10분 정도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아이가 잠을 완전히 깨도록 기다려준다. 아이가 하품도 좀 하고 방긋방긋 웃기도 하면 슬링에 태워서 주방으로 간다. 밥솥에서 흡착볼을 꺼내어 핸디 선풍기로 식히고, 분유와 물컵도 준비한다.


아침에는 남편에게 이것까지 시킬(?) 수 없어서 안하지만, 점심저녁으로는 숟가락과 컵을 쥐여주고 있다. 아직 숟가락은 치발기고 컵은 ‘물 정말 싫어!’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언젠가는 해결해주겠거니 하고 그냥 주고 있다.


점심 반찬은 보통 소고기 배추 볶음이나 리조또+오믈렛 조합으로 주고 있다. 배추 볶음은 들깨가루를 뿌려서 고소하게 만들었고, 오믈렛에는 토마토 소스까지 얹어서 준다. 솔직히 이 정도면 내가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덕분에 ‘밥이 맛없어서 칭얼대나?’ 하는 생각은 요즘 잘 들지 않는다.


지난달의 점심 메인 반찬으로는, 다진마늘로 살짝 풍미를 더한 호박나물을 주로 줬다. 주말에 한 번씩 큐브 공장을 돌릴 때마다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예전에는 원물 다지고 찐 것만 줬는데, 이제는 메인 반찬이 없으면 내가 좀 허전하다. 그나저나 이제 소고기 배추 볶음이 다 떨어져서, 조만간 호박나물을 해줘야 할 것 같다.


11:30 놀이시간

상을 치울 때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을 알집매트에 깔아주고 울타리 문을 잠가둔다. 요즘에는 잡고 흔들면 딸랑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거나, 아니면 피젯 스피너처럼 뭔가 돌릴 수 있는 장난감을 제일 좋아한다. 만4개월 무렵이었던가? 그 때는 치발기 하나 쥐여주면 그걸로 20분을 냠냠 물고 있어서 덕분에 점심을 후딱 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어림도 없다. 뭔가 액션을 취했을 때 변화가 있는 장난감이어야 한다.


오늘은 물통에 물을 절반쯤 담고, 체리맛 가루를 타서 빨갛게 만들어서 줘봤다. 그랬더니 그 물통 하나 가지고 10분 이상을 가지고 놀았다. 오후에는 안 쓰는 그린핑거 젖병에 그래놀라 시리얼을 좀 담아서 줘봤더니, 젖병이 구슬 들어있는 투명 딸랑이로 변신해서 이 또한 잘 가지고 놀았다.


밥 먹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놀다 보면 본인도 피곤한지 칭얼대는 타임이 오는데, 그 때는 슬링에 안아서 집안일을 하거나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준다. 요새는 콘솔 위에 올려둔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보여준다. 주먹 세 개 정도 크기의 작은 크리스마스 마을 모형인데, 보조배터리에 연결하면 전구에 불도 들어오고 노래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아래쪽에 기차가 터널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빙빙 돌아서 예쁘다.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트리 대신 장식했다가 아직도 치우지 않았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12:30 오후 산책

12시 반쯤부터는 슬슬 결정을 내릴 때가 온다.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깼으니 12시 반이면 1.5~2시간 가량의 깨시가 소요되었기에, 한 30분 있으면 졸리다고 칭얼댈 수 있다. 살짝 동네 마실을 다녀올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지낼지 이 때 판단을 해야 하는데, 밍기적거리다가는 ‘앗 이런, 집에서 놀 컨텐츠가 떨어졌지만 이제와서 산책을 다녀오기에는 너무 늦었는데 어쩌지’ 하고 난처해질 수 있다.


오히려 만7개월 때는 드디어 깨시가 2시간씩 된다며 성수동에 매일같이 다녀오곤 했다. 아이가 낮잠 잘 때 유모차라든지 내 점심 해결이라든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점심을 주고 서둘러서 나가면 간신히 시간이 맞거나 혹은 살짝 오버하거나 그랬다. 아이도 의외로 지하철을 타거나 새로운 동네의 카페를 구경하는 일을 나름대로 즐기는 것 같았고, 나도 기분전환 겸 블로그 리뷰 거리를 가져올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에서 아이가 호흡기 질환을 옮아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몸을 사리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얼마 후부터 폐렴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모르고 있다가 남편의 일곱 살배기 조카의 폐렴 소식을 듣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어린 몸으로 폐렴에 걸려서 입원까지 하느라 고생이 심했다고 해서 마음이 한동안 안좋았다.


호흡기 질환에 대한 걱정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서 찜찜한 마음도 있고,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을 타려면 아이도 너무 오랫동안 유모차에 갇혀 있어야 해서 내가 다 갑갑해지곤 했던 것도 있어서, 그 후로는 동네 카페를 도장깨기 하러 다니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스킵’이라는 카페를 거의 처돌이(……) 수준으로 자주 다니고 있다.


전략을 수정한 덕분에, 아이가 깨시 내내 유모차나 엄마 무릎 위에 앉아 있기만 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도 생겼다. 최소 1시간 정도는 집에서 뽈뽈 돌아다니며 운동하고, 동네 카페 탐방은 유모차로 왔다갔다 하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했다.


…또는 집안 탐험

그저께부터는 이 시간에 외출 대신 집안 탐험을 함께하기도 했다. 원래는 되집기하다가 바닥에 쿵 하고 머리를 박을까봐 매트 울타리 안에서만 놀게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도 누울 자리 보고 되집는 것 같은 눈치라서, 웬만하면 그렇게 다치지는 않겠거니 하고 울타리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불안하니까 졸졸 따라다기는 하는데, 그래도 정말로 마룻바닥에서 되집으며 머리를 찧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구석의 먼지 쌓인 곳으로 진입을 시도한다든지, 삼킴 위험이 있는 물건으로 돌진한다든지 할 때는 바로 들어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전환시켜준다. 그렇더라도 한 세 번 정도는 다시 원래 가고 싶었던 데로 회전하지만, 안된다고 말하며 무한반복하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튼다.


숨까지 골라가며 열심히 뽈뽈 탐험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매일 청소기로 밀고 물걸레질을 하는 매트와는 달리, 마룻바닥은 로봇청소기한테 맡기는 게 전부라서 처음에는 위생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밖에 어디 나가서 기어다닐만 한 곳 없나’ 하고 고민하다가 찜질방까지 고려했으니, 찜질방보다는 집안이 더 안전하고 깨끗하겠지 싶어서 내버려두었다.


모험 첫날, 아이는 무척 신이 났는지 종종 환하게 웃기까지 했다. 엄마 쪽을 돌아보고 웃기도 하고, 그냥 자기가 기어다니면서 로봇청소기를 팡팡 치거나 하다가 웃기도 했다. 어디 특별한 장소로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고, 집안을 열심히 탐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아마 본인 입장에서는 맨날 양육자들 품에 안겨서 수동적으로 구경하다가, 처음으로 자기 마음대로 여기도 가 보고 저기도 가서 뭐 만져보고 하니까 엄청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졸린 것도 잊고서 칭얼대지를 않았다. 이렇게 즐거워하는 놀이 시간이라니, 동네 카페를 다녀오느라 고작 기회비용으로 날려버리기에는 좀 아까웠다. 그래서 요즘에는 집안 탐험을 열심히 하다가, ‘이제 2.5시간 지났으니까 진짜 졸릴 것 같은데……’ 싶을 때 매트로 데려가서 기저귀를 갈아준다. 그러면 본인도 흡족했는지 칭얼대지도 않고 딸랑이 좀 흔들면서 차분히 지낸다. 안아주면 아니나 다를까 눈을 비비며 졸려해서 아기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재운다.


1:30 오후 낮잠

1시에서 1시 반 사이에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대략 4시간의 수유텀을 2.5시간의 깨시와 1.5시간의 낮잠으로 채우고 있는 셈이다. 육아서들에서 보통 제시하는 스케줄과는 조금 다른 패턴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서 <잘 자고 잘 먹는 아기의 시간표> 책에서는 8개월 아기의 스케줄을 이렇게 예시로 들어준다.


<오전>

6:00 기상, 첫수

8:00 이유식+수유 (붙여서)

<오후>

1:00 수유 (또는 이유식+수유)

3:00 간식

5:00 이유식+수유

6:00 목욕, 수면의식

7:00 막수, 밤잠 입면


그러니까, 뭘 먹는 시간이 6시, 8시, 1시, 3시, 5시, 7시…… 이런 식으로 하루 전체에 걸쳐서 흩뿌려지는 것이다. 일단 첫수를 하고 2시간 후에 이유식괴 분유를 먹는데, 개인적으로는 ‘첫수는 밤새 안 먹었으니 많이 줄 텐데, 2시간 후에 또 밥을 먹이면 배부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8시에 밥을 먹었는데 다음 밥은 5시간이나 지나서 오후 1시에나 준다? 반면에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4시간밖에 텀이 안 되지만 간식을 또 준다니. 심지어 오후 5시에 밥을 먹었는데 2시간 후인 7시에 막수를 한다. 그나저나 이렇게 2~3시간 간격으로 하루종일 먹으면 낮잠은 또 언제 잔담? 수유하고 바로 재우면 소화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이 스케줄은 예시로만 참고하고, 우리집 아이와 나 사이의 일정한 일과가 만들어졌으니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일과를 바꿔보겠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바꿀 필요가 안 보이니까.


어쨌든, 이 때의 오후 낮잠 시간에는 아가가 잘 때 나도 옆에서 같이 잔다. 드디어 범퍼침대에서 슈퍼싱글 침대로 바꿔줬더니 나도 두 다리 뻗고 곁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나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자 두지 않으면 저녁 내내 헤롱거리는 상태가 되어버리곤 했다. 핸드폰은 수면모드로 바꿔서 에어컨 컨트롤러의 역할만 남겨두고, 잠이 오든 안 오든 일단 곁에서 누워서 잠을 청한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잠이 안 올 것 같아도 그렇게 누워 있으면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따끈하고 조그맣고 충격적으로(!) 귀여운 아가의 곁에 꼭 붙어서 두 다리 뻗고 누워 있으니, 잠이 올 수밖에. 수면에 적합한 최적의 실내 온도 함께 지직거리는 백색소음도 한 몫 하고 말이다. 그렇게 잠들어 있다가 1시간 정도 후에 아이가 깨어나면, 깨자마자 토닥여주면서 함께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하다.


(저녁 일과는 다음편에…)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Carrie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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