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기의 저녁 일과

8개월 16일

by 구의동 에밀리

(지난번 점심일과에 이어서, 오늘은 저녁일과!)


저녁 일과


2:30 기상

1시에서 1시 반쯤 잠든 아가는, 2시 반에서 3시 사이에 일어난다.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를 자는 셈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오전과 오후 낮잠을 합치면 2.5시간 정도가 된다. 오전에 1시간을 자면 오후에 1.5시간, 반대로 오전에 1.5시간을 자면 오후에 1시간을 자곤 한다. 그래서 2시 반에 깰 확률이 50%, 3시에 깰 확률이 50% 정도 된다.


일찍 깨면 그냥 나랑 같이 방을 나서지만, 3시쯤 되어 깨면 친정 어머니께서 와 계시기 때문에 할머니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시간이 있다. 아직 몽롱한 상태로 있다가 어디선가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앗? 어디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는데!’라는 듯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두리번거린다. 눈이 마주쳤을 때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3:00 저녁 식사 (이유식 110g + 분유 140ml)

3시에는 보통 불고기를 메인 반찬으로 주고 있다. 이유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메인 반찬으로 고기는 점심보다 저녁이 조금 어울리는 기분이 든다.


간식 시간이 애매하게 느껴져서, 과일을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 주고 있다. 주로 땅콩사과(땅콩소스 10g + 익힌 사과 10g), 바나나(냉동한 것을 전자레인지로 해동), 당근사과(당근 10g + 사과 10g), 혹은 그냥 사과 같은 걸 준다.


이유식은 흡착볼에 담아서 밥솥 보온모드로 해동시키지만, 과일 후식은 바로한끼에 따로 담는다. 흡착볼에 같이 담았더니 밥이랑 후식이 분간이 안 되어서 섞이는 바람에 후식의 의미가 자꾸만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가 바로한끼 그릇을 보면, 그게 밥이랑은 다른 음식이라는 걸 아는 것 같다. 눈이 살짝 초롱초롱해지거나 혀를 더 낼름거리는 것 같다.


오늘까지만 해도 컵 연습을 위해서 분유를 35ml만 담아서 줬었는데, 이제는 골드메달리스트 스무디를 만들어서 줘보려고 한다. 처음 컵 연습을 할 때는 되직한 음료가 더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컵은 연습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빨대컵을 쓸까 생각도 했는데, 빨대건 그냥 컵이건 간에 아이가 아직 연습이 필요한 것은 여전한데다가 빨대 설거지가 귀찮아서 애초부터 일반 컵으로 시작하려고 시도 중이다.


3:30 놀이시간

점심을 먹고 나면, 보통 내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친정 어머니께서 아이와 놀아주신다. 아이는 덕분에 이 시간에 할머니께서 읽어주시는 책들을 접한다. 요즘에는 <안녕 숲 속 친구들>이라는 책을 제일 좋아한다. 보자마자 환하게 웃는다. 오히려 나는 책보다는 몸으로 놀아주는 편이라, 친정 어머니 덕에 아이가 다양하게 노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4:30 마녀시간 시작

3시쯤 깼다면 1.5시간 정도가 지난 4시 반쯤부터 마녀시간이 슬슬 시작된다. 웬만한 놀이로는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하고, 매트에 놓아두면 자꾸 기어와서 얼굴을 박고 부빈다. 친정 어머니랑 내가 번갈아서 안아주며 쪽쪽이와 함께 달래준다. 그러다 서재에 데려가서 회전의자에 앉히고 빙빙 돌려주면 좋아한다.


아무튼 이 때부터는 ‘어떻게 버티지’ 하는 궁리가 시작되는데, 에듀 테이블이든 회전 딸랑이든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동원해본다. 가장 많이 쓰는 수법(?) 중 하나는, 아이를 슬링에 태워서 주방을 돌아다니며 문이란 문은 하나씩 열어보는 것이다. 문마다 성격도 나이도 성별도 다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고는 성우에 빙의해서 멘트를 쳐 준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오른쪽 찬장에서 식료품을 파는 아줌마고, 가장 최근에는 “호! 호! 호!” 하고 웃는 에어프라이어 아줌마가 등장했다.


5:00 저녁 산책 또는 집안 탐험

5시에서 5시 반 사이가 되면, 안아서 돌아다니는 데에도 한계가 오기 시작한다. 어른은 허리가 아프고 아이는 지루하다.


얼마 전까지는 이 때 보통 바깥 산책을 마지막으로 다녀왔다. 유모차에 태우면 싫어할 것 같아서, 세상 구경도 시켜줄 겸 아기띠에 데리고 나갔다. ‘소소한 그날’에 가서 친정 어머니 드릴 러스크를 한 통 사오거나, 마트에 가서 다음 날 먹을 우유나 빵을 사오기도 했다. 아니면 공원을 한 바퀴 돌거나,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근처에서 구경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다이소에 가서 방수 테이프를 사오기도 하고, 광장동 스타벅스 근처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저녁 시간대의 구경은 또 색다른지, 아이는 매번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래서 웬만하면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도저히 못 나가고 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녁 무렵에 특히 날파리가 들끓기 시작해서, 아기를 데리고 나가기가 무척 염려스럽다.


비가 온다든지 혹은 내가 큐브 공장을 돌리거나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밖을 나서지 못하면 집안 탐험이 추가로 이어진다. 친정 어머니께서는 베이비뵨 아기띠로 품고서 여기저기 돌아다녀주시곤 했다.


5:30 모험 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 기록을 8개월 16일에 쓰기 시작했고, 저녁 일과를 적고 있는 지금은 8개월 22일째다.


8개월 16일에만 해도, ‘분명 이 타임 낮잠은 없어진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다’라고 적으려고 했다. 아기의 낮잠 가운데 저녁 4시에서 7시 사이 정도의 낮잠은 차츰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똑게육아>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안그래도 이 때는 낮잠 재우기가 다른 시간대보다 어려운 편인데, 어차피 없어질 낮잠이니까 굳이 등 대고 재우지 않더라도 그냥 유모차를 태우든 아니면 안고 흔들어주든 아무렇게나 재우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8개월 중반이 되어가는데도 이 시간대의 낮잠은 없어지지를 않았다. 이 무렵의 늦은 낮잠이 밤잠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을 <잘 자고 잘 먹는 아기의 시간표> 책에서 읽었기에, 몇 번은 억지로라도 건너뛰어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밤잠에 과피로, 그것도 ‘확신의 과피로’가 와서 역효과를 내버렸다. 밤잠 입면 시에 너무 울었고, 밤중깸도 심했기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도록 아기에게 맡긴 채로 지내봤다. 그랬더니 일단은 낮잠의 지속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예전에는 이 때에도 평상시처럼 1시간씩 잤는데, 점차 그것이 50분, 40분, 30분, 그리고 마침내는 20분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내가 아기띠로 흔들어 재워주는 게 아닌 이상은 쉬이 잠들지도 않았고, 잠들더라도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 금방 깨어버리는 얕은 잠이 되었다. 딱 20~25분 정도 자고 일어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깨어났고, 그러면 아이를 아기띠에 한 채로 살살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크리스마스 장식도 한 번 보여주고 주방 찬장도 열어주고 했다.


그런데 8개월 22일이 된 지금은, 이 시간대의 낮잠이 사라져버렸다! 아이는 오늘까지 닷새 연속으로 저녁잠을 안 잤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쌩쌩하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노는 것은 또 아니지만, 피곤해하면서도 이래저래 그냥 논다. 그래서 그냥 헬멧을 씌워주고 집 구석구석을 기어다니며 모험을 하게끔 하고 있다. 매트에서만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그런지 뽈뽈 돌아다니며 비교적 즐거워하는 것 같다.



수면의식


6:30 목욕

오케이 베이비에 스키나 베브를 풀어서 목욕을 시켜준다. 아기용 바스 워시로 샴푸도 여기에 눕힌 채로 시켜준다. 예전에는 쭈그리고 앉아서 안은 채로 머리를 감겨주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아이가 엄청나게 싫어했다. 몸은 활처럼 휘고, 펑펑 울고……. 그러다 욕조에 뉘인 채로 장난감 하나 쥐여주고서 머리를 살살 감겨주었더니 평화가 찾아왔다.


그 다음에는 슈너글로 옮겨가서 맹물에 헹궈준다. 이 때에도 장난감을 준다. 예전에는 숟가락을 줬고, 요즘에는 컵을 쥐여주고 있다. 식사 시간에만 그런 도구들을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사전에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잘은 몰라도 액체와 관련된 물건이라는 감각을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데다 힘도 세져서, 손으로 물장구를 팡팡 치면 나한테 물이 다 튄다. 수건으로 막아가며 아이와 물장난 같은 목욕을 즐기다가 마무리한다. ‘로켓 점프!’를 외치면서 번쩍 들어주면 좋아한다.


7:00 막수 (분유 245ml)

막수는 남편이 최대한 일찍 퇴근해서 주곤 한다. 남편이 첫수와 막수를 담당하고 주말에는 거의 전담인력이 되다 보니, 아직까지 애착형성에 문제가 없다.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보통 아기 목욕 시간에 집에 도착하는데, “아빠 왔다” 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다. 그러다 아빠랑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는다.


막수 때는 거실 불을 끄고, 새벽수유 할 때 수유등으로 썼던 노란 전등을 켠다. 아이에게 밤낮을 알려주기 위해서 신생아 때부터 해왔던 오래된 습관이다. 덕분인지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도 다른 수유 시간과는 다르게 막수는 트림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다만 주방은 일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형광등을 켜 둔다.


막수 시간에 나는 매트에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린다. 그러고는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대걸레자루에 붙이고 매트를 닦는다. 슬슬 육퇴와 육퇴 후 집안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치질을 시켜주고 나면, 남편이 아가를 밤잠 입면시켜주러 간다. 그리고 보통 함께 잠든다. 요즘에는 새벽 1시~4시 사이에 깨서 나온다. 아니, 저녁도 안 먹었으면서 왜 자꾸 잠드는 걸까……. 남편의 탈출(?) 시각이 늦어짐에 따라 아이의 밤중깸도 심해지는 것 같은데, 그건 어디까지나 아기방 밖에서 혼자 깨어있으면서 관찰하고 있는 나만 느끼는 사실이라 다소 난처하다.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Benjamin Vo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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