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아기의 하루 일과

12개월 11일

by 구의동 에밀리

아가의 낮잠은 이제 확실하게 2회로 고정되었다.


하루에 세 번 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게다가 한 번 깨면 깨어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는 기본이고, 어떨 때는 네 시간 이상씩 가기도 한다.


이제 만12개월인 아가와의 일상. 지금은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나날이지만, 언젠가는 또 달라지겠지. 그리고 더 언젠가는, 누군가 내게 ‘돌 때는 어땠어?’라고 물으면 나 또한 ‘글쎄 기억이 안 나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잊기 전에 하루일과를 한 번 기록해본다. 참고로 만11개월쯤부터 이미 이렇게 정착되었던 것 같다.



[오전 6:30] 기상, 아침 식사

기상시각은 왔다갔다 하는 편이다. 대체로 6~7시 사이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한 15분에서 30분 정도 남편은 기저귀를 갈고 나는 아침 식사를 차린다.


아침에는 늘 단호박 양배추 닭고기 죽이다. 이제 슬슬 완료기 이유식과 유아식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와 있지만, 아침만큼은 한그릇 메뉴다. 2.5배죽의 오트밀 쌀죽 70g에 단호박과 양배추를 각각 40g 씩 담는다. 거기에 닭가슴살 간 것을 20g 섞어서 물을 태워 죽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 아빠가 아침을 먹여주는 사이에 나도 시리얼과 그릭 요거트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그러고 나면 불소 치약으로 이를 닦아주고(물론 까먹을 때가 많다), 남편이 아이를 봐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하는 사이에 나는 아이 침대를 돌돌이로 한 번 민다거나 식탁을 치운다거나 한다. 그러고 나서 먼저 씻고 오면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오전 9:00] 간식

남편이 8시쯤 출근하면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아이 간식 시간이 된다. 이유식을 먹이고 나서 2시간 쯤 후를 잡으면 얼추 아이도 배가 고파질 무렵이고 나도 놀아줄 콘텐츠가 떨어져갈 시점이었다.


간식은 그날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준다. 손톱을 깎는다거나 나중에 치우기가 오늘따라 귀찮다거나 하면 간단하게 큐브 하나 꺼내서 데우고 스푼피딩으로 준다. 그게 아니면 자기주도 이유식 앞치마를 깔아서 이런저런 핑거푸드를 준다. 요즘 아이는 닭가슴살 고구마 스틱을 좋아하고, 당근 머핀과 가지두부 같은 것은 싫어하고, 감자 치즈볼은 떨떠름하지만 가끔 입에 갖다대보는 편이다.


큐브 간식은 바로한끼에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45초 데우면 딱 맞았다. 핑거푸드들은 간식 주기 30분쯤 전에 미리 밥솥에 10분 정도 쪄놓고 5~10분 정도 상온에 두어 식혔다. 해동에 별의별 방법을 써봤지만 이게 최적이었다. 전자레인지는 너무 딱딱해지고, 발뮤다는 토스트처럼 겉이 너무 바삭해지고, 에어프라이어는 간식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종이호일이 날아다녔다.


날씨가 좋거나 집에만 있기 답답하면(=거의 모든 날), 큐브랑 빨대컵을 챙겨서 카페로 향한다. 돌이 되었더니 젖병이랑 혼용하는 게 더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젖병도 뗄 겸 빨대컵으로 통일해버렸다. 빨대컵에 분유가루만 담든지 아니면 빨대 물통에 아예 분유를 태워서 도시락통 딱 챙겨 나가면 든든하다. 나간 김에 로봇청소기도 돌려놓고 말이다.


매주 수요일에는 유모차 끌고 친정을 향하곤 했다. 아이가 제대로 앉지도 못할 때부터 해 온 루틴인데, 이렇게 했더니 아이가 할아버지와도 친해지고, 친정에서도 수요일 아침마다 ‘루나가 오는 날!’ 하고 기대하실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수요일 아침마다 힐링타임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이제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침마다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데, 그러면 이 수요일 약속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오전 10:30~12:00] 낮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9시 반이면 졸리다고 했는데, 이제는 10시에서 10시 반은 되어야 피곤해한다. 그래서 집에서만 오전 시간을 보내면 약간 콘텐츠가 후달렸다. 간식을 30분 동안 먹어도 한참이 남는다니!


그런데 희한하게도 카페에 나가서 간식을 먹고 오는 날이면,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들어 있기도 했다. 집에서는 10시 반은 되어야 잠들었는데, 유모차에서는 9시 반이나 10시 쯤에도 곯아떨어진다니. 그러면 그대로 데려다가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이 때 깨어나버리면 1시간은 더 놀기 때문에 죽도 밥도 안 된다.


유모차에서 잠드는 게 아니면, 집에서 놀다가 10시 반쯤 눈을 비비고 칭얼댈 때 침대로 데려간다. 당연히 바로 잠들지는 않으므로 애플워치의 스톱워치를 켜놓고 마음을 비운다. 통나무에 빙의해서 아이 침대 귀퉁이에 누워있으면, 한 15분쯤 후에 아이가 제 풀에 지쳐서 잠들곤 했다. 그래도 이제 잡고 서는 것을 넘어서 침대 난간을 지지대 삼아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 작은 발에 밟히지 않도록 이리저리 조심스레 몸을 피하기는 해야 한다.


[오후 12:30] 점심 식사

오전 낮잠은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잔다. 잠든 지 1시간이 넘어가면 일단 긴장한다. 그 때부터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잠든 1시간 사이에 재빨리 점심도 먹고, 식탁도 치우고 설거지도 해놓고(특히 빨대 설거지!), 매트의 어질러진 기저귀와 장난감도 청소하고 해야 한다.


점심은 밥과 3찬, 그리고 과일 후식으로 준비해서 준다. 자는 동안 밥솥 재가열로 데워진 밥을 식탁에 차려놓고, 스푼피딩 90%에 숟가락 연습 10%를 혼용해서 먹여준다. 과일 후식은 망고 바나나, 딸기 바나나, 땅콩 사과를 번갈아서 20g 정도 담아다가 전자레인지에 30초 데워서 주곤 한다.


예전에는 깨어있는 시간 자체가 짧아서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여줬지만 요즘에는 15분에서 30분 정도 놀다가 먹여주곤 한다. 아이는 꼭 자고 일어나서 쉬야를 한 번씩 시원하게 하기 때문에 기저귀도 이 때 한 번 갈아주면 마음이 편했다. 책도 좀 읽고, 장난감도 만지작거리면서 잠이 다 깨면, 그제서야 식탁을 차리고 손을 씻겨준 다음 점심밥을 줬다.


요즘에는 적적해서 꼭 라디오를 틀어놓고 밥을 줬다. 유목민처럼 이 채널 저 채널을 돌아다녀봤는데, 최근에는 SBS 라디오를 듣는다. 아이 점심 먹을 무렵에는 주현영님이 진행하는 방송이 나온다. ‘성북동에 사는 홍길동님 아이스크림이 녹았다는 소식입니다’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도 해주고,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은 바로 비보호 표지판을 봤을 때였어요’처럼 소소한 사연들도 들려줘서 재미있다.


[오후 2:30] 간식

오후 2시 반쯤이 되면 아이가 눈을 비비곤 하는데, 이 때는 재우기보다는 간식을 준다. 어차피 재운다고 해서 바로 잘 것도 아니고, 간식을 한 번 줘야 좀 덜 허기질 것 같기도 한 시간이었다. 이 때 주는 간식은 웬만하면 핑거푸드로 준다. 그러면 얘가 입에 왕창 욱여넣다가 목 멕혀하지는 않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므로, 어차피 옆에 있을 것 나도 우유 한 잔 떠 놓고 같이 간식 시간을 가진다.


간식을 다 먹고 나면 1시간쯤 후에 재우러 가야 하므로, 웬만하면 오후 외출은 간식 시간 전에 시도하곤 한다. 마음 같아서는 오전에 가고 싶지만, 그러려면 출근길 인파를 뚫든지 아니면 동네에서 아침 일찍 오픈하는 카페만 전전하든지 해야 해서 선택지는 오후 이맘때가 가장 널널했다.


이제 아이 깨시가 3~4시간이 되니, 예전보다 더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돌아다닐 수도 있다. 아무래도 깨시가 2시간밖에 안 되는 아기와 함께라면 그 제한된 시간 안에 밥도 먹이고 트림도 시키고 외출 준비해서 유모차 태워 나갔다가 집에 오기가 빠듯하다.


산책의 목적지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주에는 날씨가 좋아서 지하철 타고 성수동도 다녀오고, 날씨가 더더더 좋았던 어느 하루는 어린이대공원에 데려가서 코끼리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보통은 동네 카페에 가서 간식이나 티딩 러스크를 주고, 도서관에 가서 보드북을 빌려오거나 장난감도서관에 들러 새로운 장난감을 받아오기도 한다.


[오후 4:00~5:00] 낮잠

오후 낮잠은 3시 반에서 4시 반 사이에 잠들곤 한다. 오차가 플러스 마이너스 1시간이라니, 오히려 매일 똑같은 일과를 보냈던 것은 만7~9개월 무렵이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4시 반쯤에는 재우려고 한다. 5시가 넘어가면 30분만 자고 일어나도 5시 반에 깨는 셈이라서, 밤잠을 8시 반쯤 재우기가 쉽지 않아진다. ‘엄마 나 아까 낮잠 자고 깬지 3시간밖에 안돼서 에너지 팔팔해요!’ 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자는 두 번째 낮잠은 차츰 없어진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그렇고, 주위에 아기 키우는 엄마들에게 물어봐도 그렇고, 대체로 15~16개월 무렵에 없어지는 모양이다. 그 때쯤 되면 낮에 12~1시쯤 자는 낮잠이 하루 중 유일한 낮잠이 된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12시반에서 2시반까지 낮잠 한 번 재우는 것이 0세반과 1세반의 일과로 잡혀 있던데, 이제 루나도 서너 달쯤 후면 그 일과에 맞춰지지 않을까 싶다.


신기하게도 이 때 자는 낮잠은 1.5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다. 보통 1시간 정도 자면 일어나고, 오늘따라 좀 늦게 잠들었다 싶으면 40분 토끼잠만 자고 일어난다.


[오후 5:30] 저녁 식사

두 번째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4시 반에서 5시 반 사이가 된다. 이 때 기저귀 좀 갈고 이래저래 있다 보면 5시에서 5시 반쯤, 늦으면 6시쯤 저녁을 주게 되었다.


저녁 먹고 나면 하루 중에서 가장 신나게 노는 시간이 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때 제일 잘 웃고 뽈뽈 돌아다니고 한다. 잘 웃는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은 얼마나 행복한지! 냉장고에 있는 자석을 떼어서 양손에 들고 붕붕 흔들기도 하고, 창문 밖을 보면서 자동차며 지하철(한양대에서 강변역까지는 지상철이 다닌다)을 보고 “아오아오아오~ 으아앗!” 하는 식의 알 수없는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러다가 갑자기 피곤하다고 눈을 비비고 칭얼대기도 한다. 그러면 나도 슬슬 하루 동안의 누적된 긴장과 스트레스에 피로를 느낀다. 육퇴하고 나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코딩 공부도 하고, 등등등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이 때만 되면 ‘다 때려치우고 <젤다의 전설>이나 하고 싶군……’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오후 7:00] 목욕

두 번째 낮잠에서 늦게 깨어난 날에는 7시 반에도 시켰지만, 대체로 목욕은 7시쯤 물을 받아서 시켜준다. 다른 집들은 보통 이 무렵에 샤워핸들로 갈아탄지 몇 달이나 지난 시점이지만, 우리집은 아직도 물을 받아서 통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아이가 통목욕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샤워핸들을 한 번 써봤더니 샤워기를 무서워해서 엉엉 눈물바다가 되어버려서 일단 보류했다.


요즘 아이는 슈너글에서 별의별 장난을 다 친다. 고무오리나 푸시팝 같은 장난감을 욕조 밖으로 떨어뜨린 다음, 테두리를 잡고 몸을 반쯤 일으켜서 ‘어떻게 되었나’ 빼꼼 구경하는 것은 일상이다. 스타벅스 콜트컵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목욕할 때 물 부어주는 용도로 쓰고 있는데, 이걸 가져가서 입에 갖다대고 그 안에 얼굴을 한가득 묻고는 “하아~ 아아아~” 하면서 동굴 소리를 내기도 한다.


[오후 8:00] 막수

목욕하고 나서 물기도 닦아내고 로션 바르고 옷 갈아입고 하면 또 시간이 훌쩍 지난다. 빨대컵에 분유 태워서 앞치마를 둘러 트립트랩에 앉혀주면 7시 반에서 8시 정도가 된다.


이 때쯤에는 남편도 퇴근하고 집에 와 있다. 잘하면 목욕시킬 때쯤 도착해서 같이 2인 1조로 기저귀와 옷을 입혀주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막수 먹는 것을 같이 식탁에 앉아서 지켜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대부분 소소한 얘깃거리들이다. 오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와 함께 어디를 다녀왔는지, 아이가 어떤 재미있는 행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후 8:30] 취침

분명 목욕시켜주기 전까지만 해도 눈 비비고 피곤하다고 칭얼대고 했는데, 막수 마시고 나면 반가운 아빠도 왔겠다 아이가 엄청 활기차게 논다. 그러다가 눈 비비는 게 포착되면 남편이 침대로 데려간다. 아참, 그 전에 양치질도 시켜준다. 실제로도 ‘아참!’ 하고 양치질을 시켜준다. 까먹으면 어쩔 수 없고.


보통은 남편이 아이를 재워주는데, 재우러 가서 본인도 잠든다. 저녁을 안 먹은 날에는 밤 10시쯤 나와서 김밥이든 뭐든 먹고, 아니면 아예 다음날 아침까지 자기도 한다.


그 사이에 나는 육퇴 후 남은 일들을 한다. 저녁 시간에 부지런했다면 미리 막수 때 매트를 한 번 청소기로 밀고 물걸레질도 했을 테고, 또 다음날 아이에게 줄 밥도 흡착볼 세 개에 큐브들 담아서 준비해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목욕을 시켜주고 나서 매트에 뻗어있었다면 그 일들을 마저 해야 하고, 그와 더불어서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 하는 일도 남아 있다.


다행히 돌이 지난 덕분에 이제는 분유 태울 물을 밤마다 미리 끓여둬야 하는 저주에서 풀려났다. 분유 태울 때 정수기에서 온수를 바로 받으면 된다니, 만세! 그래도 빨대 대롱 설거지가 추가되었으니 쌤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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