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내려놓는다는 것
몇 주간 한 학생과 씨름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는 결코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착한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숙제를 해오라고
엄하게 이야기하거나 달래도
아주 일부만 해온다.
공부할 마음도 없고,
공부머리도 없고,
자기 고집이 센 학생은
나에게는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가르친 방식대로
A 학생이 수학문제를 풀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맞기만 하면, 되지 뭐하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같은 문제를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며, 아무리 풀어도 거의 모든 문제가 다 틀리는 것을 보면서 왜 A학생은 배운대로 풀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답을 계속해서 채점하는 것이 지칠뿐더러 온전히 과외형식으로 하는데도 하루에 진도를 한 장 나간다는 것이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교육쪽에서 오래 종사한 아는 언니가 말해주기를 A학생은 어른에게 신뢰를 느끼지 못해서 자기의 고집대로 문제를 푸는 걸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A학생을 이해할 수 없지만, A학생이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다 내려놓고, 계속해서 설명해주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학교에서 1학기 내용을 다 배웠을텐데
왜 학원에서 새로 배우는 듯이
앉아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교실에 계시는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수업시간에 학생이 자면 깨우는 것은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수업을 잘 안 듣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셨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와는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다르구나 싶었다.
요즈음 선생님들은 정말 힘드시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내가 초보 학원선생이라서
A학생이 수업을 잘 이해하고,
공부도 즐겁게 하고, 숙제도 다 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다음주는 스스로 더 내려놓는 마음으로,
A학생에 대한 기대를 없애야할 것 같다.
그래도 숙제를 덜해오면
일관성있게 남겨야
숙제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몇 달간 지켜본 결과 이번생에는 안생길거 같다.)
이번주는 그냥 수업시간 만큼만 해야겠다.
(새치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화병이 안나도록!
살면서 마음이 답답한 적은 없었는데,
요 몇주간의 일로 화병이 난 것 같다.^^)
교육 종사자분들 화이팅!
인스타그램에서 섬세한 잉씨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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