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해가 뜨고 다시 지듯이, 꽃도 피고 다시진다. 하지만 인간은 늘 묻는다. 끝이 정말 끝일까? 사랑은 사라질까? 죽음이후에 세상은 있을까?
이달 초 개봉한 [영원]은 제목 그대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순간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거창한 판타지를 내세우기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따라간다.
[‘시작’ 그리고 ‘영원’]
죽음 이후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사후세계 환승역에 도착한 조앤은 그곳에서 65년 평생을 함께했던 남편 래와 67년 전 사별한 첫사랑이자 전남편 루크를 동시에 만나게되고, 둘을 같이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기로에 서게된다.
모든 시작은 어쩌면 끝에서 출발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멈춰버린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멈춰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사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끝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영원을 갈망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순간, 함께 웃었던 하루, 스쳐 지나간 말 한마디. 우리는 그 찰나의 시간을 붙잡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기억을 되새긴다. 영화가 말하는 ‘영원’은 시간의 무한함이 아니라 감정의 지속성이다.
사람은 떠나도 감정은 남는다. 그리고 그 감정은 또 다른 시작을 만든다.
[‘죽음’ 그리고 ‘환생’]
죽음은 끝일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존재일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육체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남겨진 이의 기억과 선택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 어쩌면 주인공들은 영원을 통해서 또 다른 환생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게나마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영향력을 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푼 친절, 건넸던 위로, 함께 울었던 시간은 형태를 바꿔 다시 돌아온다. 죽음은 분명 슬프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완전한 소멸은 없다고. 우리가 기억하는 한,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계속 존재한다고.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
조앤은 영원의 공간에서 첫 남편 루크와 다시만난 남편 래리 사이에서 고민한다. 첫사랑일까? 아니면 마지막 사랑일까? 첫사랑은 늘 미숙하고 서툴지만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영화 속에서 첫사랑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시작되는 설레임이다. 하지만 마지막 사랑은 더 조심스럽지만 단단하다.
첫사랑이 설레임이라면, 마지막 사랑은 이해에 가깝다. 첫사랑이 불꽃이라면, 마지막 사랑은 온기이다. 우리는 몇 번의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가. 어쩌면 마지막 사랑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양보하는 희생과 이해일지도 모른다.
[‘인생’과 ‘추억’]
인생은 현재를 살지만, 인간은 추억을 소중히한다.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는것은 순간순간의 장면들이다. 비 오는 날의 냄새, 함께 걸었던 골목길, 아무 의미 없이 웃었던 순간들. 영화는 화려한 사건보다 사소한 기억을 강조한다. 인생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추억들의 종합이기 때문이다.
추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의 선택을 바꾸고, 미래의 방향을 만든다. 그래서 ‘영원’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게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우리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영원은 멀리 있지않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 잊혀지지 않는 기억, 다시 시작할 용기, 오늘 문득 떠오른 한 사람에게 짧은 안부라도 건네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그 작은 메시지가 또 하나의 ‘영원’을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