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에는 정답이 없다.

by 신병주

에코백 하나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백팩 하나로 유목생활을 하는 자유로운 인생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유튜버 미니멀유목민은 나를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이끌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건이 적어야 완벽한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를 닮고 싶은 마음에 하나, 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비우는 일은 퍼즐을 하나씩 맞추는 듯한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그 놀이에 익숙해질 무렵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강박증 환자가 되었다.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강박으로 일상에 집중할 수 없었다. 미니멀라이프가 부작용이 되는 순간이다.


시간이 지나며 강박은 서서히 약해졌다. 경험에서 얻은 하나의 깨달음 덕분이다. 미니멀라이프에는 정답이 없다. 사람의 생활방식과 성향에 따라 무한하게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의 개수와 종류가 다르다. 온라인 사업을 하는 사람은 전자제품이 많을 테고,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사람은 공구가 많을 것이다. 미니멀유목민은 나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그의 생활양식을 내 인생에 똑같이 적용하니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에 몸을 구겨 넣으니 안 맞을 수밖에.


내 생활에 맞는 물건들.


사람의 성향에 따라 필요한 물건이 다르다. 나는 글을 쓸 때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다. 처음은 역시 모든 종이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문서를 스캔하여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메모는 노트 앱에 입력했다. 종이가 없는 인생은 홀가분하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니터를 오래 바라보는 것은 피로하고 힘들었다. 디지털에 지친 나는 결국 아날로그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중 가장 사랑하는 물건은 아날로그 종이 노트다.


풀디자인 기억보관함 노트.


이 노트는 주로 나의 내면을 솔직하게 마주하기 위해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있던 나의 모습. 심지어 나조차도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을 마주하는 공간이다. 노트는 그런 나의 모습이 서서히 올라올 때까지 덤덤하게 기다려준다. 나는 용기 내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써 내려간다. 내 인생에 맞게 필요한 물건을 받아들이니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개성이 묻어나는 미니멀라이프가 탄생했다.


“난 그런 거 못해. 물건 없이 어떻게 살아.”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고정관념 덕분에 이런 삶에 부담을 느낀다. 앞으로 그런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물건의 개수와 종류로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데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에 맞게 구성된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미니멀리스트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채롭고 흥미롭다. 이러한 관점은 당신의 미니멀라이프를 한 층 더 자유롭고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다. 내가 아날로그 노트를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처럼. 함께 나만의 건강한 미니멀라이프를 만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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