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기 9 - 호주를마무리하며
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주변에 집중하는 산책
• 나에게 집중하는 산책
전자의 경우는 주변의 자연, 사람들, 사물에 집중하며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 된다. 대개 이 산책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걷는 사람과 나눈 대화,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후자의 경우는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에게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홀로 조용히 걷거나, 다른 이의 방해 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산책이 주로 해당된다. 이 산책은 내 마음속의 질문들을 풀어내고, 내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산책을 하면서 우리는 많은 자극을 받는다. 자연의 소리, 공기의 냄새, 발밑의 촉감, 시각적으로 펼쳐지는 풍경 등 다양한 감각이 우리를 이끈다.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날 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이러한 오감의 자극이 한데 어우러진 순간들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향기로운 자연의 냄새를 맡고,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모든 순간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처럼, 세상은 우리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자극은 사실 한정적이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존재이지만, 그 수많은 자극 중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경험할 수밖에 없다. 눈앞의 자연과 사물, 사람들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며, 우리의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에 집중하는 산책’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세계를 더 깊이, 더 선명하게 경험하게 해 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은 오감에만 국한될까? 여행이나 자연 속에서의 자극은 분명히 우리에게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지만, 나아가 지식이나 앎을 통한 자극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감의 자극이 감각적인 만족을 준다면, 지식의 자극은 ‘제6의 자극’처럼 다가온다. 앎은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구체적인 감각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 성취감을 경험한다. 이 성취감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는 자신감과 믿음, 그리고 더 나아가 발전을 위한 동기를 부여해 준다.
하지만 앎은 때때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가 하나의 개념을, 이론을, 혹은 추상적인 어떤 것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그것은 무색, 무취, 무미한 상태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은 오히려 물리적인 자극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깨달음은 우리가 단지 경험을 쌓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앎을 통해 얻는 성취는 결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없는 깊이를 지닌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해야 할까? 이는 효율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등의 경험은 단기적인 결과물을 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그 경험을 통해 더욱 풍부한 내면의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우리가 세상과 더 잘 연결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와 역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론을 확립하고, 그 이론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정확히 맞는 경험을 제공할 수 없고, 설령 그 경험이 주어진다 해도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스스로 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해석과 이해를 얻어야만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경험은 계산하지 않고 한 번 겪어보는 것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론적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직접 몸으로 겪고 느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산책을 나선다. 주변을 바라보고, 나에게 집중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자극과 앎을 찾고자 한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 그 경험이 내 삶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더해줄지, 나만의 고유한 관점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