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파일의 향

서울어느카페에서

by 글은



컴파일이란 IT개발에서 컴파일은 사람이 쓴 코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게 순서를 가지고 바꾸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카페는, 무엇을 컴파일하려는 걸까.


드립 커피 — 스페셜 블렌드.
베르가못 워터

이름처럼, 잔을 가까이 대자

베르가못의 향이 먼저 밀려온다.


화이트 피치와 자스민.

그 둘은 강렬하지 않다.

레몬처럼 날카롭지도,

베리처럼 화사하지도 않다.

그저 은은하게, 산미가 번진다.


중간엔 베르가못이 다시 중심을 잡는다.

그 뒤를 라임의 미세한 산미가 잇는다.

그리고 마지막,

베르가못이 한 번 더 되돌아온다.

원래 산미는 처음에 터져야 하는데


이 커피는 다르다.

마치 순서가 정해진 듯,

화이트피치, 자스민 베르가못 라임.

정확히 그 순서대로, 혀 위에서 반응한다.


농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마지막의 라임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 커피가 말하는 ‘컴파일’은,

그런 조화와 번역의 과정이 아닐까.


혀와 향이,

시간의 순서대로 변환되는 일.

마치 언어가 코드로,

코드가 감각으로 컴파일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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