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조금 모나고 달라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1"
아내가 조리원 동기 모임을 다녀왔다. 모임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어머, 그거 아세요? 그 회사에 육아 휴직한 아빠가 나왔데요?"
"정말 아빠가 육아 휴직을 썼어요?"
"네, 정말이래요."
"그게 가능해요? 아직 한 번도 썼다는 이야기 못 들어 봤는데"
아내가 이야기했다. "그 사람, 저희 남편이에요..."
2000명이 넘는 사원 대부분이 남자로 이루어진 사업부에 업종의 특성상 육아휴직을 쓴 아빠는 없었다.
그래 맞다. 내가 처음이었다. 나도 몰랐다. 잔다르크가 될 줄은...
아내가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한 달 뒤쯤이었다.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여보, 나도 육아 휴직할 거야."
"할 거야?"아내가 반문했다.
'할 거야'라는 말은 이미 정해 놓고 통보하는 거 아니냐고,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왜 아무런 상의 없이 혼자 정하냐고 화를 냈다. 천천히 생각을 돌이켜봤다. 정작 아내가 육아휴직을 낼 때 나에게 동의를 구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 육아휴직이란 '엄마가 쓰는 건 남편의 동의가 없어도 되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빠가 쓰는 건 아내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되는' 같은 이름의 다른 제도였다.
육아휴직을 내려고 팀장님을 찾아갔다. 법으로 정해진 정당한 내 권리를 말하러 가는 길이다. 정당한 내 권리를 말하러 가는 길이니까 잘못한 것은 없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나는 떳떳하다. 하지만 걸어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이 말을 몇 번씩 되뇌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게 참 힘든 과정이다. 서류 한 장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서류에 다 쓰이지 않은 고난과 시련의 과정이 동료를 힘들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한다. 내 아이에게 한발 더 다가 갈려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밝아오는 날,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었던 같다. '오~예! 1년간 휴가다!'.
하지만 이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참으로 애증의 시간이다. 희로애락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나는 분명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어려운 산을 넘어왔지 않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상하게 아이에게 나쁜 아빠가 되어가는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짧았다. 분명 어제 막 휴직에 들어간 것 같지만 눈떠보니 곧 복직할 때가 온 것이다. 복직하기 전날 휴대폰 사진첩을 둘러보았다. 휴직 첫날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지금 비교해서 보니 많이 큰 것 같다. 아! 아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엄청 성장해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음먹었을 때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따가운 시선도 많았다. 세상에 혼자 아이 키우는 거 아닌데 유별나다고... 유별난 것도 맞고 이기적인 것도 맞는 것 같다. 꼭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부정적 시선, 내 이름으로 얻을 수 있는 많은 걸 포기해야 되는 순간을 마주쳤을 때 마음 한구석 불안하고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뭔가 어려운 상황 힘든 결정을 할 때, 그럴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옆에 계셨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아들아, 조금 모나고 달라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아들아, 조금 모나고 달라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1"
"아들아, 조금 모나고 달라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1""아들아, 조금 모나고 달라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