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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박람회에서 사람을 고를 수 있을까

취업박람회, 만남, 연결의 진심

by 문장담당자

"취업박람회에서 사람을 고를 수 있을까"


전시홀 안, 각 기업 부스 옆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깃발엔 로고가 크게 박혀 있고 “○○○ 인사담당자와의 현장상담”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긴장한 표정의 대학생들, 조심스레 손을 들고 묻는 질문들, 시간이 짧아 미처 다 하지 못한 설명들.

여기는 ‘취업박람회’라는 이름의 작은 전쟁터다.

나는 그 박람회에 매년 참석하는 HR담당자다.
그리고 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사람을 고르고 있는 걸까?”


박람회는 기업에게 기회이자 책임이다

취업박람회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다.

한 해 동안 지원서를 통해서만 보던 사람들과 실제로 대화하고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지원자를 사전 탐색할 수 있고, 산업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되고, 준비되지 않은 대답으로 실망을 주기도 하고, 진짜 원하는 사람을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자리는 기회인 동시에 책임이다.

나는 그 책임을 늘 느낀다.
학생들이 내 앞에서 꺼낸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나, 괜찮은가요?”라는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채용 안 하시나요?” “서류에 적을 게 없어요…”

한 번은 어떤 학생이 다가왔다.
이력서를 주며 말했다.
“사실 쓸만한 활동이 없어요.
그래도 혹시 한 번 봐주실 수 있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어떤 직무에 관심 있으세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솔직히,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어디든 들어가고 싶어요.”

그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생존의 말투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활동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어요. 그동안 무엇을 고민했는지,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말 처음 들어봐요.” 하고 돌아섰다.

박람회에서 주는 ‘설명’이 누군가의 시야를 조금 넓혀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박람회는 대화의 자리일 뿐, 심사의 자리가 아니다

취업박람회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지금 잘 보이면 합격에 도움이 되나요?”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박람회는 심사가 아니라, 대화예요.”

물론 인상은 남는다.
하지만 그건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이 사람과 일하고 싶을까?'라는 직관적인 감각이다.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 활동이 많으냐 적으냐'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지느냐 그게 더 중요하다.

박람회는 단 한 명을 뽑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좋은 사람을 ‘기억’ 하기 위한 자리다.


연결은 공식보다 진심이 먼저다

나도 사회초년생 시절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로서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땐 한마디 말도 못 꺼냈다.
부스 앞까지 가서 인사담당자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에서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학생은 내게 “이런 자리 너무 긴장돼요.”라고 말했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예전엔 그랬어요.”

그 순간 우리는 연결되었다.
말이 아니라 공감으로.

취업은 정보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공감과 신뢰로 연결될 때 그 정보는 의미를 가진다.

박람회에서 그걸 느낀다.
기업과 지원자가 서로 사람으로 만나는 순간이 있음을.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박람회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운다.

나는 이제 단지 받는 사람이 아니다.
부스 뒤에서 앉아 ‘선택’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준비가 덜 되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자기 길을 찾으려는 걸 응원하는 한 명의 인사담당자일 뿐이다.

취업박람회는 사람을 ‘고르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될 수 있다.

그게 내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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