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실에서 들은 울음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by 문장담당자

"면담실에서 들은 울음 - 인사담당자는 경청자"


면담실은 늘 조용하다.

창이 없고, 작은 테이블 하나와 마주 앉는 두 개의 의자.
그곳은 회의실보다 작고 접견실보단 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안에서 하루 전체의 감정이 쏟아지기도 한다.


한 번은 업무조율 면담 중이었다.
팀 이동이 필요한 구성원과의 1:1 면담.
조직 개편, 인원 충원, 팀의 사정…
표면적으론 다 합리적인 사유였지만,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없이 울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꺼내기보다 그 울음을 받아내는 일이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감정의 ‘수신자’다.
면담실에서는 자주 누군가의 외면받은 말들이 도착한다.

“제가 이 팀에서 나가야 하나요?”
“이건 제가 잘못한 건가요?”
“왜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나요?”
그 말들 안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고 때로는 그 감정이 지나간 시간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나는 그 말을 정리하려 들지 않는다.
설명보다 필요한 건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라는 말 한마디.

그 문장이 면담실 안에서는 가장 진심에 가까운 말이 된다.


한 번은 육아휴직 복귀 후 자리 재배치에 불편함을 느낀 구성원과의 면담에서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냥요,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더라고요.” 그 말을 꺼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떤 객관적인 반박도 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당신은 필요합니다.” 같은 말도 그 순간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저 같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면담이 끝난 뒤 그가 앉았던 의자의 온기를 손끝으로 느끼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 자리는 사람의 감정을 듣는 자리구나. 누군가의 언어가 되어주지 못한 감정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공간.”


가끔은 면담 후 혼자 남겨진다.
의자에 앉은 채 방금 전의 눈물과 표정을 되새긴다.
그러고 나면 하루 종일 받은 수많은 메시지보다 그 짧은 대화한 줄이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충분히 사람을 듣고 있었나?’

그 질문을 나는 자주 그리고 진심으로 나에게 던진다.


인사담당자는 해결사만은 아니다.
그럴 수 없는 일이 훨씬 많다.
하지만 적어도 말하지 못한 감정이 더 이상 혼자이지 않게 하는 사람.
그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나는 면담실에 다시 앉는다.
익숙한 침묵, 조심스러운 질문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준비를 한다.

조직은 때로 사람을 움직이고 그로 인해 감정을 만든다.
그 감정을 사무실 복도에서 혹은 사내 메신저에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담실 안에서는 달라야 한다.
그 공간만큼은 사람이 사람을 끝까지 듣는 공간이어야 한다.

눈물은 감정의 언어고, 울음은 말보다 더 명확한 진심이다.
나는 그 울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그건 내 자리의 이유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