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요즈음 일자리의 감소가 비약적으로 일어나는 데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가 사람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키오스크를 설치하거나 자동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이 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샌가 로봇이 만들어준 커피를 자연스럽게 사먹는 사람이 많아졌고, 강남의 '롸버트치킨'에서는 로봇이 치킨까지 튀겨준다. 즉, 무언가를 제조하는 일을 넘어, 무언가를 대신하는 일도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팀의 조용민 매니저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오늘이 가장 느리다'라고 했다. 다르게 말하면, 기계는 지금까지의 속도보다 내일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잡는단 말과 같다.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삶에 침투하는 로봇에 대비하여, 어떤 일자리를 가져야 밥은 먹고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나는 언젠가 기계가 대부분의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 믿는 기술만능주의자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는 데에는 (발전가속도가 0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가까운 미래를 기준'으로 살아남을 일자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a) 감성이 필요한 경우 ―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모두 '예술'이라 지칭했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이상,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감성)를 자극하는 직업은 사람들의 인식만으로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술은 이 예시와 걸맞는 분야 중 하나인데, 이미 화가들은 사진기에게 일자리를 빼았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사라지자 여러가지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아다리(...)가 잘 맞아 떨어져서 마네로부터 시작된 근현대미술은 가장 큰 특징이 '작가의 의도가 작품에 내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인생과 생각으로부터 나온다. 즉, 우리는 인간의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삶'이 들어가지 않는, 기계가 만든 음악, 기계가 만든 그림, 기계가 만든 영상은 예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인간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삶'들은 줏대가 없어서 그 어떤 예상도 불가하다. 하지만 깊은 생각을 요하지 않는, 일반적이고 흔한 생각을 가지고 임하는 예술(디자인)은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기능적(공기저항 등)이나 상업적(수요 등)으로 예측을 해아하는 작업들은 대부분 대체될 것이다. 그런 예측은 AI가 잘한다.
인간이 인간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상 예술가들과 그 일자리들이 완전히 소멸될 일은 없다. 다만, 극도로 독창적인 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b) 기계보다 일을 잘하는 경우
대표적으로 사람을 상대하거나, 요리나 용접과 같이 정교한 작업을 요구하는 일이 있다. 특히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아마 기술이 많은 발전을 이룩한 후로도 살아남을 직업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요리는 예외일 수 있는데, 푸드테크가 발전하면 사람의 요리는 '맛'보다 '감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리라 생각한다. 진정한 파인다이닝의 시대랄까. 그러면 소수만이 살아남는다. 회사 점심시간에 나와서 밥먹는데 감성을 요구하진 않으니까. 요리만 그럴까? 기계가 더 잘하는데, 감성만으로 살아남는 직업들이 꽤 있을거다. 그러면, 그들은 <감성이 필요한 경우> 로 바뀌게 된다.
다행인 것은 현장기술자들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위험한 환경과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야하는 직업은 기계로 대체되기 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 인부를 완전히 대체할 기계를 만든다고 하자. 그러기 위해선 오래 작업하기 위한 배터리, 운반물을 인식할 카메라와 AI, 작업에 적합한 기계의 구성재료, 기계를 움직이게 만들 임베디드 시스템 등 수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야한다. 더하여, 각각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여러 기술들을 하나로 어떻게 합치는가는 다른 문제이며 상용화 또한 높은 벽이다.
따라서, 인간이 기계보다 일을 잘하는 경우가 모조리 사라지는 것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근 30년 정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요리나 캐셔, 대중교통 운전자 등 기계로 대체되기 쉬운 직업은 감성의 영역에 다가가지 못한다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이다.
c) 기계가 절대 못하는 경우
딱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직과 관리자.
기계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여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은 잘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내는 일에는 연고가 없다. 가령, 초끈이론과 같은 형태의 완전히 새로운 가설을 세우거나, 더 좋은 기계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기계가 하지 못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이정도만 하고 넘어가겠다.
기계는 사람에게 통제 받아야 하므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관리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다만, 관리자의 수는 줄어들 수 있다. IoT 시대가 그런 것이지 않는가.
(훗날 기계가 매우 많이 발전하여 나의 생각을 깨부셔버리는 날엔 더 이상 인간이 할 일이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d) 사회적 인식 또는 정치적 권력이 대체를 막는 경우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인식이라고 함은, 모든 인간에겐 정형화 시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것 (ex. 양심) 등이 있다는 믿음과 기계에 대한 거부감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사는 절대로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직업 중 하나이다. 첫번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곧 기계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저항이 드셀 것이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로봇 재판장님이라고 시작하는 진술을 생각해보라. 눈 앞이 깜깜해진다. 두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에겐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헌법이 양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9조 -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변호사의 경우 클라이언트의 법률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기계에게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이다. 법률의 적용, 과거의 사례 판단, 상대 측 변호인(또는 기계)에 대한 분석은 기계가 더 잘한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권력이 상당한 축에 속하므로, 타 직업에 비해 정치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지켜내기 쉽다. 최근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니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서 변호사들에게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협회 규정을 개정한 것이 사례이다. 법무부는 로톡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입장만 발표했지 행정 조치는 이뤄진게 없다. 이렇 듯, 직업의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권력은 신기술의 도입을 늦춰 그들의 이익을 지키는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러한 직업들로는 의료, 법조, 법무, 회계, 행정, 기술 등의 업무를 맡는, 은행이 인정하는 전문직들이 대다수이며, 유난히 이익집단들의 정치적 권력이 세다는 공통점이 있다.
-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오늘이 가장 느리다. / eo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EcYHHJKQ58g
- 중국의 로봇 레스토랑은 어디까지 왔을까 / 윤승진 통신사
https://brunch.co.kr/@mannachina/37
- 10년후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직업 10개는? / 로봇신문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45
- ‘로톡’과 변협의 힘겨루기…최종 승자 누가 될까? / KB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7977&ref=A
- '의사 면허 취소' 의협 반발…10대 전문직 어떤가 보니 / 뉴시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10356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