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짧게는 3초, 길게는 30초의 첫인상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 만큼이나, 첫 발을 어떤 곳에 담그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기술 없이 책상에서 종이만 보다온 학부생들에게는 더욱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에 취직한 뒤 그만두는 사람이 사진처럼 절반 이상이다.
나는 그런 불상사가 이러나지 않기를, 일어난다고 해도 차악이 아니라 최선을 택한다는 마음이길 바라면서 진지한 진로탐색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해봐야 안다'라는 말이 너무도 잘 맞는 상황이 왔기에 퇴사를 결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손해볼 일은 아니니까 한번 해보겠다.
* 정보성 글이 아닌, 정보를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내가 기계공학과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학창시절 그림을 그릴 때나 발명품 경진대회 같은 것을 할 때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이디어는 좋은데 현실화 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학과를 가고 싶었다. 그래서 오게된 곳이 기계공학과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공부해보니 "대체 이걸 어디다 써먹지?"라는 생각이 드는게 대부분이었다. 공부의 목적을 상실해버린 난, 군대가기 전까지 도통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어려워서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데, 이유를 잃어버리니 의욕을 상실해버려 공부를 똑바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역을 하고 취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게 배수진을 쳤으므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라라?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반면에 중공업은 곤두박질쳤다. 대한민국 기계공학도들의 꿈의 직장 현대자동차가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취업 못하는 기계공학도들이 보이더니, 이젠 '전화기'가 아니라 '전컴'의 시대라고 한다.
어떤 산업이든 기계를 쓰지 않는 곳은 없으므로 망할 일은 없다. 굶을지언정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며 신념을 꽂꽂이 세울만큼 당돌한 사람은 아니지만, 애초에 좋은 걸 먹을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기계공학과의 현재 상황
(부제 : 기계공학과가 몰락한 이유)
1) 조선업 - 부진하다가 최근에 살아나기 시작.
2) 건설 - 일반적인 건설은 원래 부진. 해외플랜트도 하락 추세.
3) 자동차 - 전기차의 급부상으로 기계공 채용 축소.
4) 중장비회사 - 대표적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부진하다가 최근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으로 살아나는 느낌.
가장 큰 타격은 아마 전기차의 급부상이 아닐까 싶다.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회사는 기계공학과 학생들에게 상당히 좋은 직장 중에 하나였는데, 내연기관 사용을 멈추기 시작하면서 앞날이 캄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기반 신차 출시를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당장 <2025 전략>만 보더라도 '전기, 자율주행, 연료전지, 스마트'와 같은 내용만 가득하지 기계과에 플러스가 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이러한 자동차 기업의 추세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따라서, 해외로 나간다고 답이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중공업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한참 남았다.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위의 사진은 2020년 7월 3일 기준인데, 지금 코스피 순위를 보면 네이버, 카카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뭐 많다. 그리고 상장만 안했지 지금 뜨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은 모조리 IT 기업들이다. 그러니 전부 너도나도 개발자 하겠다고 학원 찾아 다니는거다. 이런 추세를 정부는 모르겠는가? 42서울,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등등 SW 관련 지원사업 정말 많다. 우아한형제들이나 네이버, 삼성 같은 기업들은 무료 또는 돈을 쥐어주면서까지 교육시킨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 기관 등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학교 수업에서도 반도체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이다보니, 그만큼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미래까지 밝다.
이처럼 중공업의 몰락과 SW, 반도체 산업의 부상에 의해 기계공학도 취업문은 이전보다 좁아졌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양상이 유지될 예정이다.
참고 : https://url.kr/68hwxo - '국내 코딩학원 + 코딩부트캠프 요약정리' _ 사윤TV 정사윤
누구든 다 알고 있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론 취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공개채용의 비중이 수시채용보다 높았다.공개채용은 익히 알고 있듯이 지원자격 제한이 거의 없는, 시험이 기반이 되는 채용 프로세스다. 예를 들어, 아직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3급 채용 프로세스가 '지원서 접수 - 직무적합성 평가 - 직무적성검사 - 종합면접 - 채용건강검진'으로 이뤄진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렇게 채용을 하면, 신입사원들은 당장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다. 그러면, 회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입사원들을 교육시켰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작정 매년 사람을 우르르 뽑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수시로 뽑아서 쓰는게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라? 반도체 소자 개발할 사람이 없잖아? 하면 이 쪽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고, 어라? 설비엔지니어가 부족하네? 하면 설비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게 아무나 뽑아놓고 배치하는 것보단 효율적이지 않은가.
- 이게 공채에서 사람을 많이 뽑는 이유와 같다. 바로, 사람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라, 여러 산업체에 정말 많은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났는데 이젠 아니다.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다보니 그에 맞는 인력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류비, 인건비, 관세, 전략적 판매 요충지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해외 국가에 직접 공장을 짓고 현지인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도 했다.
- 당신이 회사 사장이라면, 취준생들과 정부의 원망서린 눈빛을 무릅쓰고 상시채용으로 기껏 바꿧는데 어떤 사람들 뽑고싶은가? 위에서 말했듯이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으리라 생각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학부생보다 경력직 또는 중고신입이 당연히 나으니까.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다. '언제 어떤 부서에서 채용이 진행될 지 모른다는 것'과 '분명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인데 경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취업준비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후자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가 될 수 있다.
+)
해외라면 얘기가 달라질까? 당연히 확답할 수 없다. 나는 한국인이고,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인이니까. 하지만 기계과는 어딜 가도 망하지 않고, 어딜 가도 일자리가 있다. 다만, 좋은 일자리는 누구나 가고싶어하므로 경쟁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외국인에겐 그 경쟁의 벽이 더 높다. 상시채용은 덤이다.
다음 글은 나에 대한 분석과 관심 분야 및 관련 기업 찾기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