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광 Jun 15. 2022

어미 고양이 커뮤니티에게

캣맘 관찰일기_220615

진이 말했다.


"어미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난 게 틀림없어. 잘 컸으면 싶은 아기 고양이는 차에 태워서 우리 동네로 보내면 된다고."


...


홍옥이가 자동차 보닛에서 발견된 게 벌써 한 달 반이 넘어간다. 작고 말랐던 아이가 이제는 배도 볼록하게 살이 오르고, 못 가는 데 없이 뛰어다니며 잘 놀고 있다. 사람 손도 피하지 않고 다른 고양이랑도 잘 지내는 걸 보니 어디로 입양을 가도 잘 지낼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옥이가 발견된 곳에서 걸어서 3분밖에 안 되는 곳이다. 또다시 자동차 보닛 아래서 아기 고양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웃 캣맘님 연락을 받고 진이 얼른 가서 아이를 이동장에 들어가게 한 뒤 주변에서 지켜보며 어미를 기다렸다.


혹시나 하며 자리를 지켰지만 사실 어미 고양이가 나타날 확률은 낮았다. 홍옥이 때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동네는 오랫동안 여러 캣맘님들이 개체수를 파악한 상태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알고 있는 고양이는 모두 TNR을 거쳤기 때문에 임신 가능한 고양이는 없었다. 근처 지역에서 다른 고양이가 옮겨올 수는 있었지만 수유 중인 고양이가 아기들을 데리고 갑자기 영역을 옮겼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반나절 정도 기다려보다가 결국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며칠 입원하면서 임보처와 입양처를 구해보려고 한다. 녀석은 아직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아마도 엄마에게 배운 대로- 귀를 뒤로 접어가며 화를 내지만, 병원에서 처치를 위해 담요로 감싸 안으면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한다. 매번 이런 일로 연락해 미안하다며 캣맘님은 고개를 숙이셨지만, 덕분에 아이는 사고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어미 고양이들이 작정하고 아기 고양이를 태워 보낸다는 서글픈 농담까지 해보지만, 정말이지 어떻게 된 일일까. 가까운 곳에서 연달아 보닛 아래 숨은 아기 고양이라니. 당연히 두 녀석은 전혀 닮지도 않았다. 구조한 아이들은 책임지고 좋은 가족을 찾아주겠지만, 혹시나 정말로 그런 커뮤니티가 있다면 이제는 그만 태워 보내라고 꼭 전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날씨 : 바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