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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광 Jun 14. 2022

오늘의 날씨 : 바쁨

캣맘 관찰일기_220614

내가 소설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일기도 못 적고 바둥대는 동안, 진도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오늘부터 다시 날적이를 시작해 본다.


아침에 일어난 진은 눈꺼풀을 떼기도 전에 화장실 삽부터 집어 들었다. 밤사이 일곱 마리 고양이가 쌓아 올린 배변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다음은 아우성치는 녀석들에게 혼나가며 세 종류로 나눈 사료를 그릇에 담았다. 연령에 맞게 분명히 나누어 주어도 몇 입 먹다가 서로 돌아가며 맛보는 사이좋은(?) 풍경이 만들어져 버리지만, 그래도 매번 열심히 나눈다.


오전에는 먼저 임보처에 들러 역시 아이들 화장실과 식사를 돌봐 주었다. 요즘 임보처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중에도 큰 문제없이 어울리며 기다려주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특히 제일 오래 머물고 있는 카모와 마일이에게는 더 애틋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최근 다시 입양 홍보도 리뉴얼해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임보처 아이들과 집에서 임보 중인 아이들 모두 순차적으로 다시 입양홍보글을 올리고 있다. 여러 길고양이들 입양 홍보를 많이 맡아 주시는 지인 캣맘님이 같이 힘내 주기로 하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점심은 그 캣맘님이랑 같이 하면서 아이들 소식도 공유하고 캣맘님께 손을 보탤 일이 있어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다음은 병원이었다. 삼색마을 찐남이가 조금 늦게 TNR을 하면서 구내염 치료까지 같이 진행했고, 어제 방사를 한 참이다. 입 상태가 그래도 조금 좋아진 모습을 보아서 다행이긴 한데, 수술도 했고 하니 당분간은 조금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찐남이 방사하고 난 틀을 병원에 반납하면서, 입원해 있는 아이들 면회도 간단히 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는 목공소와 통화를 했다. 새로 정비해야 할 밥자리들이 여럿 있는데 급식소를 주문할까 하다가 간단한 형태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비용도 아낄 수 있고, 장소와 용도에 꼭 맞는 급식소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목공소에서 합판을 구입하고 재단을 부탁드린 뒤에 직접 나사못을 박아 만드려고 한다. 이전에 다른 밥자리를 정비하면서 비슷한 작업을 해봤던 적이 있다. 내일은 이 작업을 바로 해야 한다.


오늘 밤 사이 비가 예정되어 있다. 날씨 앱을 열어보니 오늘도 비, 내일도 비, 모레도 비다. 오랫동안 가물었던 흙이 촉촉해질 일은 반갑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다. 길고양이에게는 추운 계절 다음으로 엄혹한 계절, 장마가 다가오는 것이다. 비가 계속 오면 고양이들이 밥자리까지 가기도 힘든 데다, 사료도 물에 젖고 상하기 쉬우며, 풀과 벌레도 부쩍 늘어나 먹고 살기가 정말 퍽퍽해진다. 밥자리들이 최대한 젖지 않게 정비하고, 비가 오지 않는 틈틈이 찾아가 돌볼 일들이 남았다.


다시 출발선이라는 생각으로, 손발이 닿을 곳들을 살피면서, 우리 이 계절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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