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광아, 나……인생의 꿈을 찾았어.”
파란 하늘 사이로 단풍이 별처럼 새겨져 있었다. 바람에 쓸려 떨어진 잎들이 길 위에 길을 만들었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원고를 쓰면서 가끔씩 창밖의 정원을 바라봤다. 머리를 질끈 묶은 진이 걷어부친 양 팔로 구슬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스티로폼에 플라스틱을 덧댄 박스가 점점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길고양이 겨울집이었다.
그해 가을, 3개월밖에 안 된 고양이 겨울이를 처음 만난 자리가 그 카페 바로 맞은 편 탄천가였다. 손바닥만 했던 그 아이가 우리랑 놀자고 뛰어나온 게 첫째 날, 돗자리를 펴고 같이 누워 낮잠을 잔 게 둘째 날, 눈이 안 좋은 걸 확인하고 병원에 데려간 게 셋째 날, 그리고 임보를 결정해 우리집으로 데려온 게 겨울이를 만난 네 번째 날이었다. 진은 그 자리를 첫사랑과 만난 운명의 다리처럼 여겼다. 겨울이를 데려오고 나서도 매일 그 자리를 들여다 보게 되었고, 그러다 ‘어 저게 뭐야?’ ‘어, 저기 뭐 있다!’ 하는 동안 길고양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요가원을 차릴 거야.”
그렇지, 물론이다. 진은 요가 강사니까. 아직은 병아리 선생님이지만, 진은 수련에서 오는 충만감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여러 사람에게 차분하고 곧은 기운을 잘 전할 수 있는 요기니*다. 진을 만나고 나도 평소 관심만 있던 요가를 시작해 느리지만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꿈과 미래라고 하면, 근사한 요가원에서 함께 수업도 하고 수련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그만 작업실에서 글도 쓰고, 그리고……
“그리고 그 옆에는 길고양이 쉼터가 붙어있을 거구, 너는 거기서 글을 쓰면서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거지.”
처음에는 진도 가벼운 마음으로 간식을 챙겨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조금씩 얼굴이 익은 아이들이 생겼고, 날씨가 차가워지자 그 아이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주고 관리하기로 한 것이었다. 요가와 글쓰기로 갈무리될 줄 알았던 우리 미래에 고양이들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다. 이제 진이 관리하는 길고양이 밥자리는 열 군데가 넘고, TNR(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방사 및 관리)을 비롯해 구조한 아이가 사십여 마리에 이른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이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준 기억이 난다. 할머니댁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거기 사는 잉어들을 먹이기 위해 열심히 지렁이를 잡아왔었다는 것,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박스 앞에 앉아 종일 지켜보곤 했다는 것, 그리고 길 잃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박스에 담아 집에 데려오기 일쑤였다는 것……. 그 당시 귀엽게만 들었던 이 이야기들이 소름돋는 복선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으! 저거 좀 봐, 광아!”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으면, 진은 마치 그 광경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 같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쥔 채 몸을 부르르 떠는 걸 나는 분명히 봤다. 변태가 다른 게 아니다. 진은 분명 사랑에 빠져 있었다.
“진아, 저게 그렇게 좋아?”
내가 물으면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행복을 한참 설명했다. 진은 제인 구달의 삶이 늘 부러웠다고 했다. 침팬지 무리의 인정을 받아 그들을 가까이 관찰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그녀는 참 운이 좋았다고. 그리고 이제는 자신도 길고양들이의 생태나 관계를 파악하고 또 교감하는 중이라고. 진이 그렇게 길고양이와 함께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게 그녀의 꿈이 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진은 내가 길을 완전히 잃었을 때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사람이다. 그녀는 완전히 힘을 빼버린 내 손에 펜을 꼭 쥐어주었다. 그런 진이 이번에는 자기 인생의 꿈을 찾았다고 말한다면, 내가 그녀에게 쥐어줄 건 고양이 레날 사료(신장보조제)와 락토페린(면역보조제)이다. 이것이 나의 사랑이고 나의 꿈이다.
경애하는 나의 지이인(Jin) 구달. 긴 장마와 매서운 한파가 오겠지만, 나는 오늘도 그녀와 함께 길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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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니(Yogini) : 요가수행자 또는 요가지도자 중 여성을 가리키는 말. 남성은 요기(Yo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