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이번 차례는 광이 시간을 못 내는 것 같아 내가 직접 이야기를 전할까 해. 마침 내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도 같고 말이야. 아 참, 내가 누군지 모르겠구나? 나는 우리집 둘째이자 실세 고양이, 겨울이야!
최근에 내가 좀 아팠어. 허피스 바이러스가 나한테도 있다는 건 진작 알았는데, 이번에 내가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던 건지 몸에 열이 확 오르고 밥 먹기도 힘들더라구. 병원에서 진료 받고 약을 먹은 뒤로, 진이 면역력과 염증에 좋은 영양보조제들을 여러 가지 구해다 줬는데 아무래도 그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역시 진이야. 요즘은 평소의 활력을 거의 찾았어. 이런 걸 보면 이 집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해서 광의 집에 오게 됐는지 아마 전에 대강은 들었을 거야. 탄천가에서 만난 이 커플과 나는 돗자리를 펴놓고 볕을 쬐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 담요라는 것도 그때 처음 경험해봤구. 맞아, 달달했어. 그런데 두 사람은 내가 그런 부드러움과 달콤함에 굴복해서 자기들을 따라왔다고 생각하더라구, 내 참. 나한테는 계획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날 내 앞에서 갖은 재롱을 피우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 걸 아무도 모르겠지. 난 이들이 사는 집이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야.
나는 말이지, 긴 고양이가 될 거야.
두 사람을 만날 당시 나는 광의 신발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어. 그래도 항상 긴 고양이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지. 집에 들어오고 나서는 이것저것 많이 먹기도 했고, 동해 형아랑 레슬링이나 술래잡기도 하면서 몸을 많이 풀었어. 그렇지만 진짜 긴 고양이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련이 필요해.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길에서 하던 대로 수련을 했어. 진과 광은 처음에는 내 수련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다가, 다음에는 내 관절이 괜찮은지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를 하더라구, 내 참. 두 사람은 요가를 한다면서 내 수련의 진가를 알아볼 안목은 없었나 봐.
긴 고양이가 되려면 관절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해. 나는 고관절이 최대한 이완될 수 있도록 뒷다리에 힘을 빼고 엎드려. 그리고 가동범위 안에서 발을 가장 멀리까지 밀어내지. 그 다음이 중요한데, 동작을 취하는 동안 어떤 잡념이나 자극에 방해받지 않도록 나를 비우는 거야. 절대 멍 때리는 게 아니라구. 요즘에는 넷째 베리의 수련을 조금씩 도와주고 있는데 얘는 자세는 좋은데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문제야. 잠시도 놀 생각은 못 놓는다니까, 내 참.
왜 긴 고양이가 되려고 하냐고? 정말 이상한 질문을 하는구나. 그야 멋있으니까. 예뻐지고 싶은 데에 이유가 있는 게 아니잖아? 코 끝부터 꼬리 끝까지 곧고 길게 뻗은 근사한 몸이야말로 고양이의 목표라고 할 수 있지, 암.
나를 기점으로 광의 집에 사는 고양이들은 사실 다 진의 고양이라고 할 수 있어. 나와 정을 나눈 뒤로 진이 길 위의 많은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의 성실한 노력으로 집 안팎의 식구가 생겼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두 사람을 길고양이의 세계로 안내해주고 인연이 되어준 고양이라고 할 수 있지. 동해 형아랑 첫 관계를 잘 튼 것도 바로 나고 말이야. 그러면서 나더러 벌써 꿈을 이뤘다는 거야. 첫째인 동해와 뒤따라온 식구들을 이어준 정말로 ‘긴(expanded) 고양이’가 되었다나? 내 참, 이 사람들은 길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나 봐. 나는 아직 멀었다고!
몸이 안 좋은 동안에 수련을 잘 못해서 말이야. 이제 다시 몸과 마음을 비우고 수련에 집중해야겠어. 너희들 중에도 긴 사람이 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나를 따라해 봐. 명심해, 멍 때리는 게 아니라 나를 비우는 거야! 그럼 나는 수련하러 가야 되니까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 다음에 또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