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같은 하루, 같은 시간에 만나는 두 고양이와 진. 그럴 때마다 햇살처럼 화사한 진의 얼굴을 보면 나는 그녀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진을 만날 때 고양이들의 마음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초희와 초울이를 발견한 뒤로 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두 아이를 만나러 갔다. 노을이 이제 막 물드는 무렵이면 진은 사료와 물이 든 에코백을 메고 유치원 뒤편 정원으로 바스락바스락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어김없이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놀고 있는 초희와, 한 발치 떨어져서 초희 곁을 지키는 초울이가 두 눈을 빛내며 진을 맞아주었다.


처음 며칠은 초울이가 경계하는 듯했지만 이내 우리를 알아보고 함께 정원을 공유해 주었다. 조심하는 초울이의 모습이 어쩐지 사려 깊어 보여 우리 마음을 더 포근하게 해 주었다. 왜냐하면 초희는, 고 귀여운 아이는 우리를 반가워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닐 정도였으니까. 혹시 아무나 따라다니다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초울이가 있어 안심이 되었다. 몇 달 전 초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초희는 얼굴도 잘 보여주지 않고 깊이 숨던 아이였는데, 그때의 만남을 기억하고 우리를 친근하게 여겼을까?


진과 나, 그리고 초희와 초울이까지 우리 넷은 단지와 정원을 줄지어 함께 다녔다. 초희와 초울이에게 정원은 놀이공간이었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은 단지 내 가로수길 건너편에 있었다. 정원에 두 아이가 안 보일 때면 밥자리나 -둘이서 낮잠을 자는- 꽃밭으로 가서 둘을 데리고 정원으로 가서 간식도 먹이고 사냥놀이,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다. 고양이를 어떻게 데리고 갔냐고? 간단했다. 아이들이 진을 ‘따라다녔으니까!’


초희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이 “초희이, 초희야아!” 하고 부르면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자그만 엉덩이를 방실방실 대면서. 그러면 초희가 걱정이 됐는지, 아니면 재밌는 걸 혼자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초울이가 초희를 따라 달려갔다. 나는 초울이까지 잘 따라가는 걸 확인하고 뒤를 지키며 걸어갔다. 비틀즈가 애비로드를 건너는 것처럼, 우리 넷이서 줄지어 보도블록을 건너 다녔다.


그러자 점점 사람들도 아이들을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얀 애랑 까만 애’, ‘남자애랑 여자애’ 하고 부르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엄마가 그러는데, 쟤가 초희래.” 하는 걸 들으면 진과 나는 눈을 마주치고 쿡쿡 웃었다. 그냥 길에 사는 고양이에서 ‘초희와 초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 때, 주민들에게도 두 아이가 성격을 가진 주체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마치 사람들이 사는 이 마을에 우리가 예쁜 고양이 두 마리를 심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이 이렇게나 두 고양이를 챙겨주기 이전에도 초희와 초울이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밥을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매일 정확한 시간에 식사를 챙기고, 잠자리와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은 아마 없었을 테다. 초희가 진을 따라 단지 한 바퀴를 도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초희가 진을 보는 마음이 어떨지가 내 눈에도 점점 그려졌다.


그러는 사이에 초울이에게 중성화 수술도 해주었고, 두 아이 입양을 위한 준비도 조금씩 진행했다. 집안에 고양이 가구와 화장실도 새로 들이고 병원과 상의해가며 구조 및 검진 일정도 조율했다. 중성화를 하면서 한번 포획된 경험이 있던 초울이가 과연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줄지는 걱정이었지만, 설렘과 긴장 속에서 우리는 약속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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