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좋은 일이 생기려고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우리의 계획은 장마가 오기 전에 초희와 초울이 두 아이를 구조해서 입양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빗속에서 식사하는 일도 걱정되었고, 그즈음 길고양이 사고 소식도 자주 접하던 터라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간의 TNR* 경험을 살려 포획틀을 활용하려고 생각했다. 통로형 틀의 제일 안쪽에 맛있는 사료를 두면 고양이가 거기까지 들어갔다가 장치를 밟아 문이 닫히는 방식이었다. 동물병원에서 포획틀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진은 새로 깨끗한 틀을 구입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문제는 초울이가 포획틀에 잡힌 경험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구조물에 들어가 붙잡힌 기억이 남아있는 고양이는 한동안 포획틀을 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고민 끝에 우리가 선택한 건 포획틀이 아닌 이동장 문에 끈을 매달아 당기는 방법이었다. 일반 이동장보다 두 배 정도 큰 플라스틱 이동장의 문에 끈을 매달아 두고, 멀리서 지켜보다가 고양이가 들어갔을 때 잡아당겨서 문을 닫는 식이었다. 커뮤니티에서 본 성공사례에 힘을 얻어 우리 식으로 적용해 보기로 했다. 준비물을 구비하고 날짜를 정하고 네 마리에 어울리는 고양이 가구를 들이고, 거기에 새 식구를 맞을 마음의 준비까지. 대망의 1일차 아침이 밝았다.


5월 하순의 햇살이 따뜻했다. 그간 TNR 때도 날씨가 좋으면 성공률이 높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정원으로 향했다. 낮시간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평소 아이들을 만나던 시간대를 골랐다. 다행히 초희와 초울이를 금방 만날 수 있었다. 더 어려울 걸로 예상되는 초울이를 먼저 시도하기로 했다. 밥자리 주변에 이동장을 설치하고 노끈을 5미터 이상 늘어뜨리고 가능한 몸을 숙여 초울이가 우리를 신경쓰지 않도록 했다. 걱정과 달리 초울이는 금방 이동장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다.


그런데 초울이가 너무 일찍 이동장으로 다가온 게 오히려 화가 되었다. 나와 진은 미처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진은 초울이에게 경계심을 주지 않으려 최대한 수풀 뒤쪽으로 숨어서 끈을 당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는 초희가 초울이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초희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진은 이동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내가 잘 지켜보다 신호를 주기로 했다. 초울이가 매우 조심스럽게 이동장으로 접근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장난감 낚싯대를 흔들며 초희의 관심을 돌리면서 초울이 몸 전체가 이동장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눈을 양쪽으로 써야 하다 보니 진에게 정확한 신호를 보내기가 힘든 상태였다. 어느새 초울이는 이동장 바로 앞까지 다가와 냄새를 맡고 있었다. 진은 허둥대는 나를 보며 언제 끈을 당겨야 할지 불안한 마음으로 두 손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러다 수풀 사이로 초울이 몸 전체가 이미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게 얼핏 눈에 들어왔다.


“진아, 지금!” 나는 진에게 미리 눈짓도 주지 못하고 있다가 다급하게 소리친 데다 타이밍도 조금 늦었다. 진은 내 신호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고, 잘못 끈을 당겨서 초울이가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 과감하게 당기지 못했다. 짧은 순간 끈은 수풀에 스치며 소리를 냈고 문이 닫히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멈칫했다. 결국 그 짧은 틈에 화들짝 놀란 초울이는 뛰쳐나가버렸다.

실망감이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이 첫 번째 기회를 놓친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이제 초울이의 경계심은 한층 높아질 것이었다. 겉으로는 괜찮다는 말을 거듭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지만, 우리 둘의 표정은 지는 해와 함께 어두워지고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기려고 할 때면 가로막는 일이 생긴다. 자꾸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말로 장애물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좋은 일이 어딘가 두려워 피하고 싶은 내 마음이 사고를 부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초희와 초울이는 귀여운 친구들이었지만, 내 마음 한편에서는 고양이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웠을지 몰랐다. 내 마음속 작은 조각이 초울이를 멀어지게 한 것 같았다. 자기가 끈을 제대로 당기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짓는 진 앞에서 나는 부끄럽고 미안해 서있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만한 가로막이 있다는 건 맞이하려고 했던 일이 그만큼 좋은 일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사고와 시련을 넘어서고 나면 그 정도의 값을 치를 가치가 있었다는 듯 가슴 벅찬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첫 시도가 빗나간 것일 뿐이었다. 우리는 초울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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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NR’이란? : 길고양이를 ‘포획∙중성화 수술∙방사’하는 활동. 여러 지자체에서 공익사업으로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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