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족의 탄생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첫 구조 시도에 이동장을 뛰쳐나간 초울이는 초희를 남겨둔 채 간데 없이 도망쳐버렸다. 초희도 이동장에서 난 철컥 소리와 급히 달아나는 초울이 모습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가운데로 몰린 두 눈을 평소보다 크게 치켜뜨고 초울이가 달아난 방향과 우리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진과 나는 실망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데 얼른 동의하고 초희만이라도 데려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마음이 쪼그라들어 초희라도 당장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진은 초희를 데려가는 건 어려울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다만 다른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동네에서 초희를 발견한 지 두어 달, 이제는 이곳을 기점으로 동네에 네 군데 밥자리를 챙기고 있었다. 매일 초희와 만나 인사하고 서로 따라다니면서 쌓은 추억이 골목 구석구석에 있었다. 우리와 초희는 앞으로 가족으로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겠지만, 길냥이 초희와의 만남은 오늘을 끝으로 추억의 장에 보관될 것이었다.


“초희와 이곳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


가족으로서의 초희를 맞이하기 전에 동네냥으로서의 초희와 인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나 있기로 했다. 진과 초희는 밥자리에서부터 조금 걸어, 처음 만난 곳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정원으로 함께 총총 걸어갔다. 진의 말대로 이렇게 고양이가 우리를 따라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었다. 꺼내기만 하면 초희가 너무 재미있게 반응을 해서 진이 ‘마법의 지팡이’라고 이름 붙인 나뭇가지를 들고 진과 초희는 최후의 만찬 같은 오후를 보냈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나는 마치 저승사자처럼 둘에게 약속된 시간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진은 알겠다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초희를 천천히 안아 올려 세로로 세워둔 이동장 안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고맙게도 초희는 조용하게 우리의 안내를 받아들여 주었다. 곧바로 병원에서 기본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와 준비된 격리장 안으로 들어간 초희는 동해, 겨울이와의 합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2일 차가 밝았다. 초희에게는 미안하게도 우리는 새 식구 합류에 기뻐할 여유가 많지 않았다. 아직 바깥에 있는 식구가 있었으니까. 단짝으로 지내던 초희를 위해서도 우리는 반드시 초울이를 데려와야 했다. 둘째 날부터는 포획틀로 방향을 잡았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걸 각오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대기하고 있다가 줄을 당겨야 하는 이동장보다는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포획틀이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초울이는 포획틀 가까이로 쉽게 와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근처로 와서 냄새라도 맡는 것 같았는데 두어 번 그러고 난 뒤에는 아예 멀리서 돌아가버렸다. 틀을 담요나 박스로 감싸 보기도 하고 캣닢을 뿌려보기도 했다. 우리가 가진 경험과 요령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TNR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동물병원 포획 실장님께 SOS를 요청했다.


“아이들이 배고파서 들어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초울이가 먹던 밥자리 포함해서 주변에 갈 만한 밥자리에서 사료를 치우고 포획틀 안에는 맛있는 걸 둬보세요. 애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게 제일 성공률이 높더라구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길게 보고 하면 어떻게든 다들 잡히긴 하더라구요. 두 분이 고생하시겠어요. 힘내세요!”


든든한 선배에게 조언과 응원을 받은 것처럼 힘이 났다. 당장 와줄 거라는 기대는 접어두고 시간을 들이더라도 인내심 있게 초울이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초울이가 나타날 만한 시간에는 다른 밥자리를 치우고 포획틀에만 음식을 두는 방식으로 하루에 두세 차례씩 시도를 했다. 그렇게 3일 차, 4일 차 시간이 흘러갔다. 어떤 날은 포획틀을 설치해두고 주변에서 12시간 연속으로 대기하기도 했고, 2시간 간격으로 오가면서 하루 종일 확인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초울이 주변에 매일 포획틀을 설치하는 날이 일주일을 훌쩍 넘어갔다. 당연히 그 기간 동안 초울이는 충분히 밥을 먹지 못했다. 너무 먹은 게 없을 것 같아 가끔 사료를 놓아주면 그것만 먹고 금세 사라졌다. 그런데도 포획틀 안에 있는 사료는 먹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동네의 주변 밥자리도 우리가 계속 치웠다 놓았다 했으므로 다른 길냥이들 식사패턴도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밤에는 포획틀을 설치해두고 그걸 잘 지켜볼 수 있는 길 건너 공원 벤치에 진과 함께 앉아 있었다. 밝게 찬 달이 스르륵 저물고 있었다. 고개를 내리면 초울이 없이 텅 빈 포획틀이 덩그러니 있었다. 저 달처럼 동그랗고 예쁜 친구가 틀 안에 쏙 들어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과 나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처음 구조를 시도한 날로부터 거의 보름 정도가 지난 날, 우리는 잠정적으로 초울이 입양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동네 길냥이들과 캣맘분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초울이를 너무 오래 굶길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초울이는 배불리 식사한 적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전문 구조사에게 연락하는 것까지 생각했지만 더 급한 사정에 놓인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데 바쁘시다는 걸 알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초울이 기억에 포획틀이 위험한 물건으로 강하게 자리 잡혀 있으니, 몇 달 정도 나쁜 기억이 흐릿해지길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잠시 미루는 것일 뿐이다. 진과 이 말을 열 번 정도 주고받았다. 초울이를 위해서도, 단짝 초희를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입양을 마음먹은 시점부터, 아니 매일 얼굴을 보며 식사를 챙겨주고 있을 때부터 초울이는 이미 우리 가족이니까. 가족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오늘도 진과 나는 시간을 나눠 초울이 식사를 챙기고 얼굴을 확인하며 같은 지붕 아래 지낼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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