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랑의 박치기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나는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 땀을 닦았다. 진은 내가 밟고 있는 스툴을 두 손으로 붙들고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겁을 잔뜩 먹고 옷장 위에 올라간 고양이가 점점 더 안쪽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고양이와 나의 눈이 마주한 채 흔들렸다. 불안해진 나는 오로지 고양이를 빨리 끌어내려 격리장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무작정 두 손을 뻗어 떨고 있는 몸통을 붙잡아 스툴에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악력에 놀란 고양이는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나는 그럴수록 감싸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날카롭게 뻗은 발톱이 이미 내 팔에 박혀있었고, 공포에 질린 고양이는 급기야 내 팔뚝을 필사적으로 깨물었다. 가까스로 고양이는 격리장 안으로 들어갔고, 내 오른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고양이 이름은 무니다. 진이 이웃 캣맘님을 도와드리러 밥자리에 갔다가 만난 아이였다. 아이는 매일 3시부터 6시 사이 공원 옆 밥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챙겨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 시간 동안은 오도카니 앉아있는 아이였다. 사람을 크게 피하지도 않는 아이라 저렇게 오랫동안 나와있으면 혹시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진이 평소에도 불안해하던 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자리를 찾았더니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 바로 옆에 바나나 껍질이며 치킨 뼛조각 같은 음식물쓰레기가 덩어리로 쌓여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화를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공사 예정이라는 공원 플래카드까지 눈에 들어왔다. 진은 더 이상 아이를 그곳에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얼굴도 성격도 고운 아이니 중성화하고 임보 하면서 금방 입양처를 구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해 곧바로 아이를 구조했다. (일요일이었으므로) 다음날 수술 전에 하루만 머물 곳이 필요해 우리 집으로 왔던 것인데 그 하루가 예상 밖으로 길어진 것이었다.


진과 나는 이동장 문과 격리장 입구를 그대로 연결해서 고양이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둘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손이 서툴렀고 틈을 약간 두고 말았다. 그때까지 얌전했던 무니는 순식간에 그 작은 틈으로 빠져나가 격렬하게 온 방을 누비며 도망다녔다. 손 끝에 몇 번 닿았다 놓치기를 반복한 뒤에 고양이는 급기야 커튼을 붙잡고 옷장 위로 올라가 버렸다. 상황을 얼른 종료시키고 싶었던 나는 무리하게 고양이를 붙잡았고 결국 사고가 났던 것이다. 진은 나보다도 훨씬 놀라 사색이 된 얼굴로 눈물을 쏟았다. 우리는 응급실로 향했다.


치료를 하고 하얀 붕대로 온 팔을 휘감았더니 한 여름에 암 슬리브를 찬 모양이 되었다. 추가로 파상풍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돌아왔다. 복약하면서 이따금 상처가 덧나지 않는지 확인만 하면 되었다. 진과 내가 놀란 것에 비하면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다.


돌아와 보니 무니는 몸을 콩알만 하게 말고 구석에 앉아있었다. 구조와 이동 과정 내내 얌전했던 아이가 왜 그렇게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였을까. 무니는 이전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몸이 붙잡혀본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좁은 장소에 갇혀본 적도 당연히 없었을 테고. 낯선 장소에 적응할 새도 없이 내가 억지로 붙잡아 힘을 가했으니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었겠지.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살이 뜯기고 피를 흘린 내가 큰 상처를 입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심각한 상처를 입은 쪽은 무니였다. 무니는 전보다 훨씬 더 경계가 심해져 우리를 피하고 화장실에만 한참 앉아있었다. 거의 3일 가까이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나는 더 조심해야 했었고,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다. 기다려야 했고, 고양이가 스스로 옷장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안내해야 했다. 무엇보다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도록 도왔어야 했다. 우리는 입양 보내려던 계획을 미루고 무니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보살피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필요했다. 사람은 물론 다른 고양이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누군가 다가오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던 무니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악질을 주고 받던 다른 고양이들과 잘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특히 겨울이 옆에는 자주 콕 달라붙었다.


하루 정도 다른 고양이들과 하악질을 주고받더니 금세 친해져 다른 식구들 옆에 콕 붙어 다녔다. 나와 진에게도 잘 다가와주고, 엉덩이 쪽을 만져주면 꼬리를 곧추 세우며 좋아했다. 특기는 ‘사랑의 박치기’였다. 눈만 뜨면 다른 고양이에게 직진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특히 우리가 다른 고양이를 만져주려 할 때면 자기도 잊지 말라는 듯 얼른 다가와 얼굴을 갖다 댔다.


슬픈 사실은 여전히 무니가 사람의 손, 특히 내 손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었다. 내게 마음을 많이 열었고 내가 만져주는 것도 좋아했지만, 일단 손이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마는 것이다. 그 움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천성이 살갑고 손길을 좋아하는 아이가 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게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새로 알게 된 사실! 무니의 사진을 보신 다른 이웃 캣맘님께서 혹시 이 아이가 아니냐며 사진을 보내오셨다. 2,3개월밖에 안 되어 보이는 삼색냥이였다. 틀림없는 무니였다! 한겨울에 찍으신 사진인데 그때부터 여기저기 혼자서 밥을 찾아다녔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안 보여서 죽은 줄로만 알았다며 너무 반가워하셨다.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으로 어떻게 길 생활을 해냈을지 생각하니 무니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지만, 마음은 우리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고양이. 내 조급함이 부른 실수가 아니었다면 더 풍성한 사랑을 주고받았을 아이. 스스로 그 벽을 허물려는 듯이 부지런히 사랑의 박치기를 해오는 아이. 이 정 많고 예쁜 아이가 사람의 손에 좀 더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나는 기다리며 돕기로 했다. 무니의 입양을 결정했고, 우리집의 다섯 번째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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