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세 다리와 접힌 미간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새 진이 돌보는 길고양이 밥자리가 일곱 군데로 늘었다. 그걸 한 바퀴 돌며 땀에 흠뻑 젖으면서 진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진. 나는 내심 고민이 깊어갔다. 초울이 입양이 잠정 연기된 상황에서 베리까지 키우기로 한 건 내 나름의 큰 결단이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무니까지 임시보호하게 되면서 집안에만 다섯 고양이가 함께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예뻤지만 내가 이 친구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일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무니가 온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다른 사건이 찾아온 것이다.


진이 이웃 캣맘님들 도와 TNR을 하러 갔을 때였다. 왼쪽 앞발을 치켜든 채 걷는 새끼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3개월 정도로 보였는데 한 다리가 어깨 쪽부터 꺾여있었고 나머지 다리에 비해 눈에 띄게 가늘었다. 주변에 철거된 가건물이나 건축 자재 등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다칠 만한 곳 투성이었다. 그 다리로 엄마 고양이에게 부지런히 붙어 다닌다고 캣맘분이 말해주셨다. 아이는 세 다리로 폐기물 사이를 거침없이 달렸다. 진은 단순 골절이라 여기고, 얼른 치료해서 어미에게 돌려보낼 생각으로 곧바로 구조해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진료를 봐주신 원장님의 얼굴이 어두웠다. 단순 골절이 아니라 세 군데나 부러진 다발성 골절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좀 지난 부상이라 쉽게 뼈가 쉽게 붙을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쓰지 않는 동안 발목 인대가 굳어서 발이 안쪽으로 말려있거든요. 뼈가 붙는다고 해도 다리를 얼마나 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혹시 성장판이 닫혔다면 더 이상 자라지 않아서 다른 다리보다 짧아질 테니 그 경우에도 역시 다리를 절게 될 거고요.” 한 마디로 수술 결과에 대한 보장이 없고 장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많다는 소견이었다.


다발성 골절이라. 이제는 길고양이 돌봄에 좀 익숙해지는가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단어를 자꾸 접하게 된다. 진의 미간이 두 번 접혔다. 한 번은 부상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해서, 또 한 번은 앞으로의 대처 때문에. 한 달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니 그동안 누군가 돌봐야 하는데, 그러자면 손을 태워야 했다. 그런데 한번 사람 손을 탄 고양이는 길 생활에 적응을 못할 가능성이 많아 방사하기가 어려웠다. 진은 접힌 미간을 매만졌다. “내가 당장 이 고양이의 미래를 오롯이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거라면 이대로 다시 방사를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는 진에게 원장님이 한 마디 덧붙였다. “동물들 외과 전문병원이 있어요.” 멀지 않은 곳에 수술을 주로 맡아하는 전문 진료 병원이 있다는 것이었다. 원장님 소개로 바로 상담이 가능하다는 말씀에 나도 합류해서 즉시 방문했다. 그곳에서 들은 진단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통 수술을 하려면 예약 후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내일 일정이 비는 구간이 있어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진은 다시 퇴촌의 풍경을 떠올렸다. 아이는 철골 구조물 사이를 세 다리로 오르내렸다. 밥을 먹을 때는 앞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오른발 하나로만 받아내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방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리를 끌고 다니는 와중에 골절 부위의 염증이 심해져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운이 좋으면 누군가에게 발견돼 다리를 절단하거나. 아이의 남은 생이 눈에 보이듯 그려졌다.


물론 수술비는 많이 들 것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심해지기 전에 진에게 발견되고 또 이렇게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건 고양이에게 무척 복스러운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이건 아이에게 내려진 기회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도 포기하지 말자고 진과 나는 입을 모았다. 대책은 아직 분명치 않았지만 아이의 수술과 이후 거취를 책임지기로 했다.


그건 분명 어느 때보다 큰 고양이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전에 길고양이를 맡게 될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결심할 수 있었다. 아이가 처한 상황과 감사하게도 찾아온 기회 앞에서 내가 내야 하는 용기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집에서 입양하고 임보하는 아이들도 나의 결정만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 가진 인연과 기회에 따라 나와 만나게 된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연한 걱정을 걷어내고 보니 진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는 다음 날 수술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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