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달려라, 망고!

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by 정재광

아이를 수술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름을 망고라고 지었다. 아이의 연 노란 무늬가 치즈보다는 열대과일을 생각나게 했다. 고양이 이름을 짓는 순간은 늘 특별하다. 그건 마치 진과 내가 앉은 자리 사이에 고양이를 위한 방석을 까는 일 같다. 길에 살거나 집에 살거나 상관없이, 우리가 지은 이름으로 아이를 부르기 시작하면 그 고양이와 우리 사이에 어떤 끈이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몸집이 작은 데다 세 군데나 부러졌으니 분명 어려운 수술이었다. 이제부터 이 끈을 어떻게 잡고 당겨가야 할지, 우리는 걱정보다 다짐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 안도했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수술 후유증을 이야기할 때 꽤나 어두웠던 두 선생님의 표정이 우리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더구나 수술비와 아이의 거취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이가 특별한 상황이다 보니 일단은 우리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다른 임보/입양처를 구해보기로 했다.


며칠 뒤 퇴원하던 날, 나는 망고와 처음으로 살을 맞대었다.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망고가 우렁차게 울기에 진정을 시키려고 이동장에 안에 조심스레 손을 넣었더니, 손톱만 한 혓바닥이 내 손가락 마디를 훑고 지나갔다. 아이를 직접 병원에 맡기고 왔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망고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망고와 나는 눈이 아니라 손과 얼굴로 먼저 만난 셈이었다. 나는 큰 수술을 잘 견뎌주어서 고맙다고, 망고는 어려운 치료를 결심해줘서 고맙다고 체온으로 서로에게 전했다. 5분이 채 못 되어서 골골거리는 소리가 차 안을 조용히 울렸다.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건 거기까지였다. 집에 돌아온 뒤부터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나는 순식간에 여섯 마리 대가족의 집사가 되었다. 아직 합사 초기인 무니가 다른 고양이들과 잘 지내는지 살피는 동시에 깁스를 한 망고를 따로 챙겨야 했다. 다행히 무니는 식구를 가리지 않고 사랑의 박치기를 열심히 시전해 주었다. 겨울이가 무니를 잘 받아주면서 같이 다니는 게 고마워 따로 트릿을 챙겨주기도 했다.


망고는 침실 한 편에 간이벽으로 조그맣게 공간을 분리해주었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격리가 굳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격렬한 활동은 조심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무리 새끼 고양이라도 합사의 첫 시작은 격리여야 한다는 데에 진과 나는 동의했다. 아무래도 한꺼번에 여러 고양이와 어울리면 예상치 못하게 격렬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망고는 여전히 말이 많았지만 밥도 잘 먹고 부지런히 뒹굴었다. 깁스가 불편할 텐데도 그걸 목발처럼 짚고 몸을 돌리기도 하고 베개처럼 베고 자기도 했다. 깁스가 있든 없든, 다리가 펴지든 아니든, 이 정도 불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무사히 2주를 보내고 드디어 깁스를 푸는 날. 그 사이 뼈가 잘 붙어 너무 심한 충격만 받지 않도록 관리하면 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가슴에 매달려있던 무게추가 톡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장애를 안고 평생 살아가는 망고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한 뒤로는 그 이미지가 머리에서 잘 떠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무척 차도가 좋다는 선생님 미소에 그제야 우리도 안심을 했다.


깁스를 푼 자리에는 비엔나소시지 같이 생긴 작은 부목을 대었다. 확실히 다친 다리는 다른 다리에 비해 가늘고 발은 거의 절반 정도나 작았다. 한창 자랄 시기에 사용하지 않으니 그 다리만 성장에서 뒤처진 것 같았다. “발이 안쪽으로 말려있어 조금씩 펴주는 재활운동이 필요해요. 눈에 띌 때마다 열 번씩만 가볍게 해 주세요.” 열 번씩, 재활운동! 선생님 말씀을 머릿속에 필기하며 감사드렸다.

그런데 재활운동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았다. 격리를 해제한 망고는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온 집안을 수색하고, 2주 동안 얼굴만 보던 식구들이랑 신나게 몸 인사를 했다. 특히 체급이 비슷한 베리와 찰떡궁합이었다. 부둥켜안고 구르고 쫓고 쫓기다가 소파에서 떨어지고, 레슬링이 따로 없었다.


처음에는 다친 발이 펴지지 않아서 바닥을 짚을 수 있게 내가 조금씩 도와주었다. 그러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천천히 걸을 때는 스스로 그 발을 짚어가며 걷는 모습이 보였다. 일주일이 더 지나니 달려갈 때도 이따금 그 발을 쓰고 있었고, 또 일주일 뒤에는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도 양쪽 앞 발을 함께 딛고 착지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어느새 안으로 말려있던 발도 거의 다 펴졌고 크기도 다른 다리를 따라잡았다.


수술한 날로부터 두 달 정도가 지나니 완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망고는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5개월의 삶 중에, 사고와 치료 기간을 합치면 절반은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망고는 거침이 없었다. 새삼스럽게도, 생명이란 얼마나 커다랗고 단단한 것인가 생각했다. 완치 가능성은 낮고 비용은 높은 이 수술에 나는 애초 소극적이었고, 실제로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수술을 결심하고 비용까지 담당하며 망고의 자리를 만든 건 진이었고, 샘솟는 에너지로 수술과 재활을 이겨낸 건 망고 자신이었다.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었다는 게 고마운 일이었다. 물론 온전한 신체만이 행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불편과 어려움 앞에 체념하지 않고 그걸 넘어서려 할 때 삶은 피어난다는 걸 진과 망고는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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