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가끔 노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by 서 경

노래가 좋은지를 가리는 요소는 선율이지만, 그 노래가 얼마나 오래 회자되고 간직되느냐를 결정하는 건 노래의 가삿말이다. 다시 말해 선율은 우리의 몸을 움직이고, 노랫말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 못지않게 가사를 매우 유심히 살펴본다. 단순히 음표들에 억지로 끼워 넣어진 무색의 단어들이라면 멜로디가 아무리 좋아도 한 달이면 질려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음정이 자연스러운 어조로 들릴 만큼 그 가삿말이 진심 어린 한 마디 한 마디라면, 그 노래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오래도록 나의 손가락에 닿인다. 그냥 일반의 음성으로 듣는 말보다 음이 입혀진 가삿말은 우리에게 더 많은 감정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가삿말들이다. 꼭 이 가삿들을 그냥 읽지 말고 노래와 함께 들어보길 바란다.




Never thought that you would be

Standing here so close to me

There’s so much I feel that I should say

But words can wait until some other day

Kiss me once, then kiss me twice

Then kiss me once again

It’s been a long, long time

<It’s Been a Long, Long Time> - Kitty Kallen


힘든 하루 끝에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 정말 힘들었다고 한껏 토로한 후, 품에 폭 안겨 부르는 말 같은 가사다. 실제로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의 시점에서 쓰여진 가사이다. 복잡했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고 듣기 좋은 노래이다.




자 이제 출발해 Let’s fly to Neverland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도 OK
인생은 단 한번뿐 나와 늦기 전에

내 손을 잡아

Cause it’s going down tonight

멋진 미래로 Let’s ride

눈을 감고 세어봐

날아가 볼까?

Hey love let’s run away

출발 목적진 없어도

너만 옆에 있다면

세상 어디든지 언제든지 Alright

<Runaway> - 샤이니


현실을 버리고 상상 속의 나라로 도망가버리자는 꿈만 같은 내용의 가사다.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올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지금 당장 도망가 버리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피식 웃게 된다.




나 너만을 위한 달이 돼줄게

내 안에서 네가 숨 쉴 수 있게

어둠과 외로움은 온통

존재하지는 않을 거야

Cause you’re my star

어떤 밤이 와도 널 비출게

달빛의 포근함에 잠들 수 있게

Cause you’re my star

Cause you’re my life

I’m just shining on your night

<달이 될게> - 진영


왠지 모르게 혼자인 것 같을 때 듣기 좋은 가사다. 지금은 외로워도 언젠가는 나의 빛을 알아보고 그 빛을 발하게 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나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이런 말들을 몇 번이고 들려줄 거라고 생각을 할 때면 한결 마음이 채워진다.




듣고 싶은 말을 매번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더라도 기분 좋은 말만 해주진 않고, 아무리 가까운 친구여도 내 속마음을 다 알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에게 그 말들을 노래로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 내게 서운한 말을 한 상대도 사실은 이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내 자신을 다독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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