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고 온 한국의 조지 오웰

[먼저온 미래] 장강명

by 랑베르

## 1. 구름위 신선 : 인공지능


알파고 제로는 40일 동안 자기 자신과 바둑을 2,900만 판 두면서 뭔가를 터득했다. 그리고 인간 최강자를 이겼다.



그리고 정상급 기사들은 이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 지포스 GTX1080Ti 두 장을 붙여 쓴다. 2017년 3월에 나온 이 칩 가격은 당시 한 장에 100만 원 이상. 국가대표팀은 네 장을 장착한 컴퓨터 다섯 대를 썼다. 나중에는 중국 국대보다 불리하단 불만이 나왔다. 그들은 전용 훈련 프로그램까지 쓰고 있으니까.



“알파고가 나오기 전 기보는 지금과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 기보는 역사적 가치 외에는 없어요. 이제 인공지능의 기보를 보면서 ‘이건 이렇게 둬야 되는 구나’ 배워야 하는 거에요.”



알파고 제로의 고레이팅 점수는 5,185점. 현재 인간 바둑 최강자 신진서 9단은 3,870점(2024년 6월 현재), 은퇴한 이세돌 9단은 3,583점(2010년), 이창호 9단은 3,569점(1995년), 조훈현 9단은 3,462점(1989년)이다.



인간들이 오를 수 없는 구름 위에 마치 신선이나 천사들처럼 인공지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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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공지능이 지배한다


이제 바둑은 인공지능 일치율이 지배한다. 신진서 9단은 한 연구(이주영 2020)에서 일치율이 가장 높은 프로기사였다. 48.9%. ‘신공지능’이라 불린다. 바둑 중계에선 인간 해설은 사라지고 인공지능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치율’과 인공지능이 분석한 ‘판세(승리 확률 00%)’ 데이터만 남았다.



과거에는 인간 최강자가 바둑을 두면, 그 대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 두 대국자였다. 알파고 이후에는 바둑의 형세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그 두 대국자다. ‘방구석 관전자’가 “000야, 너는 지금 AI 일치율이 19%야. 분발 좀 해. 그 수는 대체 뭐야” 같은 얘기를 한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바둑의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에서 추천수가 바뀌는 현상도 드물지 않다. 시간을 들여 계산을 오래 하면 판단을 번복하기도 한다. 프로기사들이 비싼 그래픽카드를 사는 이유다.



또 인간은 그 내부 논리를 알지 못한다. 프로 바둑기사도 이해하지 못하고, 구글의 개발팀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과 다른 논리적 배경 위에서 ‘사고’하니까.



## 3. 희비가 교차한다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더 이상 바둑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며 떠나는 프로기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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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슬퍼한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000는 AI 공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저는 슬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에요.”



어떤 사람은 반긴다. “바둑 속에 숨은 내용이 이렇게 무수히 많았구나 해요. 바둑을 둔 지 30년이 넘어가는데 처음 20년 보다 최근 8년이 더 재미있어요. 너무 즐거워요. 신기하고요.”(이희성 9단)



“초일류들을 만나도 너희가 AI보다 세겠느냐는 생각으로 싸운다.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다.” (이호승 3단)



“바둑을 보급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한 호재입니다.” (조혜연 9단) 아마추어 골퍼나 농구 동호인이 진지하게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으로 티샷을 치거나 3점 슛을 던지지는 않는다.



“스도쿠나 직소 퍼즐도 컴퓨터로 풀면 금방 풀 수 있지 않습니까? 일상에서 놀이로서 즐기는 가치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치형 교수)



## 4. 여튼 바둑은 변해간다


실제로 지금 바둑 초반은 이제 인공지능 기보대로 외워서 두는 수로 가득하다. 초반 포석은 외워서 두고, 정형화된다. 그러나 전체 바둑이 그런 것은 아니다.



“중반은 결국 재미있는 바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바둑의 꽃은 중반”이라고 신진서 9단은 말한다. 나(장강명)는 그의 말을 들으며 바둑의 매력에 대한 감각이 변하는 중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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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이길 확률이 53%와 50%인 수를 추천했다고 쳐요. 그렇다고 53%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53% 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50% 짜리 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면 50%를 선택하는 것이 맞죠. 어짜피 바둑은 제가 둬야 하는 거잖아요. (김지석 9단)



## 5. 파괴적 미래가 왔다


그러니까 터미네이터 같은 것을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인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



이세돌이 이제 직업으로서의 프로기사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한다. 상금 수입이 아닌 긍지의 문제다.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자신이 잘해내고 있다고 믿을 때 긍지를 얻는다.



인공지능은 그런데 어떤 일의 의미와 인간의 유능함을 납작하게 짓눌러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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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시베리아 유형 체험을 바탕으로 쓴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완전히 무의미한 일을 시키는 게 가장 참혹한 형벌이라고 말한다. 흙더미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쌓게 하고 다시 원래 장소를 옮기게 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일을 시키면 인간은 그 무의미함과 모욕과 수치를 견디지 못한다.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일 속에서 잘해야겠다는 의지도 잃는다.



나는 AI 시대가 공허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평범한 인간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 6. 피할 수도 없다


이런데도 당신도 인공지능을 이용할 것이냐고?



괜찮은 인공지능이 나와서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 선택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써야만 한다.



인공지능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한가한)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등장하면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 때부터 고민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일 뿐이다.



## 7. 인간의 삶을 돈을 향해 구부릴 것이다


단, 인공지능은 돈이 되는 분야만 무너트릴 것이다.



2016년 구글은 알파고로 모든 인간 기사들을 초라한 존재로 만들었다. 바둑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떠났다.



“돈이 될 것 같으면 AI 해설자 개발에 들어갔겠죠”



구글은 대신 성능이 입증된 알고리듬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러 떠났다. (알파폴드) 막대한 주가 상승 효과를 누리며.



이것은 옳은 일인가? (허사비스는 바로 이 피벗으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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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옳은 일인가. 인류를 구하나? 그런데 왜 제약회사들은 샤가스병, 수면병, 흑열병처럼 매년 수만 명이 사망하는 열대성 질병 치료제에 별 관심이 없고 살빼는 약과 탈모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는 걸까?



누가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옳다고만 하면 나(장강명)는 그가 바보거나 사기를 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옳은 일인가



## 8. 혹시 이게 디스토피아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인공지능은 오만한 세상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결코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는 세상 만사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방법이 인공지능으로 제한된다면, 그리하여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귀납적 최선값이 정답인 세상이 된다면? 이를테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의 계획이 일을 망쳤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을 벌한다. 스스로 눈멀게 만든다. 그러나 인공지능 세상의 인간이라면 손바닥을 툭툭 털고 일어나 ‘어휴, 내 아내가 사실 어머니였네, 하지만 그게 딱히 내 잘못은 아니지. 일단 아이들에게 유전병이 없는지 검사해서 있다면 크리스퍼 기술로 치료해야겠어. 혼인은 무효로 하고 나는 새 신부를 맞아야겠군’ 한다면?



그로테스크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인간은 점점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더 성장하고 건강해질 기회를 잃고 있다. 가르쳐야 하는 가치는 잃고 있고, 공부도 하지 않고 있다.



어떤 고통은 삶에서 제거해야 하는 얼룩이 아니며, 그 고통은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기술 통제와 기후위기 대응은 지지를 얻지 못한다. 모두 경제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은 좋은 삶의 열쇠라기보다는 효과가 엉망인 마약성 진통제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거기 매달린다. 정부도 성장을 방해하는 선택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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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라기 보다는 미래를 영접-발췌-재구성한 글.

우선 혹시나 장강명 작가님이 보시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이셨으면...


훌륭한 텍스트라 제 말을 보태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는데,

다만 약간의 재배치와 정리를 하고 싶어 감행했음.


아직 읽지 않은 분들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기를...


메시지 :

-AI를 체계적으로 배우려고만 하지는 맙시다.

-이미 일어난 일을 관찰한 르포르타주로부터 느낍시다.

-조지 오웰적 시각으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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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온미래 #장강명 #서촌북살롱_텍스트북 #소북클럽 #애보고_독후감쓰는_영하지_않은_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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