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은 우주를 감각한다

[궤도] 서맨사 하비

by 랑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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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년이 온다(2014)> 앞에 <바람이 분다, 가라(2010)>가 있었다. 이 <바람이 분다, 가라> 속에는 우주를 감각하는 작가가 있다.


>>>모든 별은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는다. 그것이 별의 생리이자 운명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은 별로부터 왔다. 별들과 같은 생리와 운명을 배고 태어난 인간은 별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다가 죽는다. 다른 것은 생애의 길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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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은하와 나선팔, 성간구름, '진스의 임계질량'이 등장한다. 문학작품에.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지구 자전에 의해 초속 460미터로 움직이고 있고, 지구는 인간이 만든 어떤 로켓보다 빠르게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고 쓴다. 도시와 바다, 개와 나무와 연인들, 전쟁, 장례행렬, 지하철이 모두 450킬로미터의 대기권 안쪽에 있다며 '더러 융기하고 더러 가라앉은 지각 위에. 넒거나 좁은 무수한 도로들 틈에. 450킬로미터의 납작한 두께 안에 삶이 펼쳐져 있다.'고 쓴다.


실은 삶의 폭력에 회유당하고 협박당한 어머니를 이야기하면서도 작가는 우주를 얘기한다.


그건 붕 뜬 어떤 감각, 멀리 떨어져서 우리 삶을 내려다보는 효과로 이어진다. 객관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여성의 몸과 인생에 가해지는 상처와 삶의 무게를 때로는 끔찍하게 묘사하던 한강은 바로 이 객관화를 통해 보편으로 나아갔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년이 온다에 이르러 역사를 마주했으며, 인류를-인간성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한강이 위대한 작가가 되는 과정에는 '우주를 감각하는' 여정이 들어 있었다.


# 우리 삶의 궤도


_매여 있기도, 또 자유롭기도


서맨사 하비의 궤도 Orbital 역시 우주를 묘사한다.


우주정거장 ISS 에 있는 여섯 사람을 멀찌감치 바라본다. 그들은 하루 열 여섯 번 지구를 돈다. 45분마다 한 번씩 낮과 밤이 바뀐다. 그러면서 지구를 태평양을 지나 시에라네바다 봉우리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와 바하칼리포르니아와 중앙아메리가의 산과 강과 바다를 지나치며 바라본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궤도에 떠서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지구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다.


삶은 낮설어진다. 하루가 24시간인 것도, 진보가 아름답다는 관념도. 대체 저 우주인들은 좁고 초라한 침낭에 들어가 뭐하는지 맥이 빠질 지도 모른다.


서만사는 바로 그렇게 인간의 삶을 사소해보이게 만든 뒤에 의미를 길어낸다. 한강과 마찬가지로. 삶의 우연성 속에 행운이 있고, 배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가슴으로 북받쳐 올라오는 모험과 팽창의 느낌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담담히 속삭인다. 한강처럼 담담하다.


다만 조금 희망적이고, 또 조금 낙관적인데, 그 희망과 낙관이 죽음과 허무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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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아무래도 지상의 뉴스와 지상의 소소함에 얽매여서인지. 아주 깊이 빠져들어 읽지는 못했는데, 여튼 자꾸 한강이 생각났다.


>>> 거래를 하자, 치에가 쥐들에게 말한다. 내가 저녁에 돌아왔을 때 너희가 비행하는 법을 배웠는지 볼 거야. 남은 시간 동안 이렇게 케이지 막대에 매달려 살 수는 없어. 그마저도 오래 남지 않았어. 몇 달 후면 너희는 대서양으로 떨어질 거야. 그걸 이겨 내고 살아남는다면 실험실에서 분석될 거고 곧장 과학에 희생당하겠지. 그러니 그만 놓아줘. 얼른 그러는 편이 좋을걸. 무중력 상태가 마음에 들 거야. 더는 무섭지도 않을 거야. 삶은 짧아. (특히 너희들은.) 놓아 봐. 용기를 내. (98쪽)


<Orbital 궤도_서맨사 하비>


(사족) 그나저나, 올해 맨부커 상은 인터네셔널 부문이 궁금하네. 여성이라면 아시아계, 그것도 한국계일 수도...



#궤도 #서맨사하비 #Orb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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