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나의 완벽한 빈자리

by 서립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불안했다. 그 불안을 내뱉으며 당신을 견뎠다. 사랑을 헷갈려하면서도 나는 늘 사랑을 말하고 지냈다. 이제는 그 사랑이 없으면 일상을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됐다. 당신을 견디려 시작한 일이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방법을 모르고 사랑을 해대면서 당신과 닮은 그 어디쯤에 서 있다. 처음엔 곁에 누군가를 세워두고 계속해서 다른 사랑을 찾는 당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그때의 당신이 지금의 나와 같은 것일까 생각한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로 눈에 보이는 사랑은 닥치는 대로 다 먹어치우던 게 아닐까. 현명한 당신이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반복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래. 내가 지금 그렇게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랑하면 닮아간단 헤픈 말을 이럴 때나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꽤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게 된다. 당신을 떠나보내고 나서 나는 그렇게 몽매한 인간이 되어 일상을 쓰레기장에서 굴리고 있다. 다만 해명하고 싶은 건, 그때 내가 당신을 외면하다시피 했던 발언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그날 이후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와서 다 소용없는 말이겠지만, 말뿐인 말이겠지만 전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나는 자꾸만 체한다.


당신은 여전히 나의 완벽한 빈자리. 후회 없는 실수. 우리가 이렇게 됐다고 해서 지난날을 당신이 완벽하지 않게 되지도, 당신이란 실수를 후회하지도 않는다. 사랑이란 게 뭐라고 내 상처보다 당신의 고통이 더 걱정된다.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당신을 염려한다. 죽을 때까지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동안 당신을 단 한 번도 그리지 않아야 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결국엔 예상된 결말이지만, 예정된 것처럼 당신을 떠나보냈지만 당신 또한 나를 후회하지 않기를. 우리가 지낸 시간은 그때 그 시절에 고스란히 남아있기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십계명에 배반하는 기도를 올리는 일.


이제는 읽히지 않을 글이란 확신에 주절댄다.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당신도 그럭저럭 잘 살아내길 바란다. 불행하길 바란다는 거 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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