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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당신 얘기는 안 쓰겠다고 다짐해 놓고 또 그날 우리 이야기를 써. 나는 아직도 그 여름에 사나 봐. 지금 여름은 뜨겁지도 않네. 아마 당신이 없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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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여러 문장을 쓰기가 겁이 난다. 글 쓰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는 중인 듯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표현을 고르지 못하겠다. 뮤즈가 죽어도 내일은 온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옳은 단어를 모아 조합해야 한다.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이 사라져서 재미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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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습하던 밤을 지나 삶을 알뜰히 먹어치우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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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재밌는 게 당신 하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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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자정 기도가 ‘제발’에서 ‘감사합니다’로 마무리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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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다’는 표현은 참 숨막히다. 고작 다섯 글자로 가치를 없애버리고, 무려 다섯 글자를 띄어쓰기도 안 해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보잘것없는 나. 보잘것없는 사랑. 보잘것없는 여생. 뭘 갖다 붙여도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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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았고 그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한껏 내리고 바람을 맞았으며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어있는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죽고 싶다는 말을 오래 보고 있으면 당신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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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엔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가도 어느 날엔 미치도록 미워하고 싶어진다. 큰일 났다. 나는 어떤 순간이든 무슨 감정이든 당신을 엮는다. 내 서사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당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