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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향한 것에는 조금의 계획도 없었다. 내가 택한 공간도 아니었고, 내가 정한 날짜도 아니었다. 엄마가 그저 가라고 해서 향했을 뿐이다. 도착한 펜션에서는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열심히 그들만의 작은 숲을 가꾸고 있었다. 엄마의 차가 적막을 깨고 마당을 가로지르자 주인 부부가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 개가 나와 컹컹 짖었다. 나는 부부의 원예 활동에 방해가 될까 봐 순간 몸을 움츠렸다. 몸을 움츠리는 것은 나의 비겁한 습관이었다. 몸이라기보다는 마음을 움츠린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데, 흔히 말하는 싸가지 없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조금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흠이라면 흠이었다. 타인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순간이면 나는 마음을 움츠렸다. 빤한 얼굴을 하고서.
주인아저씨가 삽을 들고 다가와선 잔뜩 쉰 목소리로 안내 사항을 이것저것 기계처럼 뱉어냈다. 열쇠는 문에 걸려 있고, 물과 얼음, 각종 양념은 서비스 룸에 있으며 조식이 제공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홉 시에 조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는 되돌아가며 재차 아홉 시 맞죠, 하고 확인했다. 나는 으레 가식이 잔뜩 묻은 얼굴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바삐 짐을 옮겼다. 재빠르게 룸 컨디션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괜찮네. 엄마는 썩 만족한 듯 보였다. 내겐 일절 어떠냐고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엄마가 괜찮으면 괜찮은 것이었다. 엄마는 바쁘게 짐 정리를 대신 해주더니 홀연히 떠나버렸다. 내가 쉬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발현된 행동 같았다.
최근 며칠 동안 나는 방에 틀어박혀 재택근무를 하거나 잔뜩 울상인 채로 침대에 앉아 있기만을 반복했는데, 엄마는 그것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엄마는 내게 휴가를 명했다. 그것이 내가 홀로 펜션에 머물게 된 이유다.
내가 묵게 된 독채에는 발코니가 있었다. 그곳에 나와 앉아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마찬가지로 삽을 들고 번잡스럽게 내 시야 안에서 왔다 갔다 했다. 아주머니는 열심히 잡초를 뽑고 땅을 파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내게 아는 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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