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수 에디터의 셀프 인터뷰 시리즈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승선은 방학마다 가는 성남을 중학교 때까지 ‘서울’이라 불렀다. 경기도 성남시라는 걸 분명 알았다. 느낌이 서울이어서 자연스레 서울이라 말하게 됐을 뿐이었다. 인천에 산 지 4년이 지난 승선에게 인천은 그런 느낌이다. 분명 서울 밖이지만, 그럼에도 서울. 서울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곳이어서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승선에게 탈서울은 서울 생활권을 떠나는 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승선은 여전히 탈서울을 바라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지역과 공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경험을 디자인하는 전공인데, 이제 갓 한 학기를 해서, 대학원생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네요 (웃음) 전에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회사에 다니다가 로컬 쪽으로 전문성을 좀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찾아보게 됐어요. 직업은 그렇고, 올해 고향인 양평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창업을 시도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겉보기에는 동네 서점인데, 업종은 교육업인 회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터라 친구나 동료가 중요한데, 양평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지금 생각으로는 책을 큐레이션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그 결이 맞는 사람들을 찾겠다는 계획이에요. 양평에서 오래 같이 먹고살 수 있도록, 적성과 취향을 찾고 직업 기술을 개발하는 그런 회사를 구상하고 있는데 막상 시작할 때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할지 저도 궁금해요. (웃음)
고등학교 때 사회적 기업 모의 창업 프로젝트가 경제 수행평가였어요. 그러면서 관심 있는 사회문제를 정해야 했는데, 그게 '1인 가구'였어요.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외로운 상황이 마음이 쓰였던 것 같아요. 저의 미래일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 후로도 은은하고 꾸준하게 1인 가구를 비롯한 고립과 소외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문제의 해결책이 동네 커뮤니티에 달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첫 회사에 있던 어느 날, 대학원에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국립대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과를 쭉 훑어봤는데 '도시공학과'라고 있는 거예요. 왠지 끌리는 이름에 학과 설명을 봤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재개발보다는 재생이 더 지향하는 바에 가까웠거든요.
독립하려고 직장이 있던 7호선 라인에서 집을 찾아보려는데, 문득 이왕 독립하는 거 모두에게서 멀어지자-!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 가족이나 친구들은 다 동부에 몰려있었거든요. 그래도 이왕이면 경기도에 걸쳐있고 싶어서 부천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이 동네에 제가 받으려는 대출 상품 매물이 나온 거죠. 관련 거래를 많이 한 부동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 매물 보고 바로 계약했어요.
사실 인천은 정확한 이유 없이 영 정이 안 가는 지역이었거든요. 몇 번 오면서 너무 멀어서 더 그랬고요. 근데 독립을 인천에 하려고 보니까, 내가 인천에까지 정을 붙이면 나는 이 나라 어디에서 살아도 동네에 정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용기 있게 인천에 오게 됐답니다!
네! (웃음) 다양한 노력을 했어요. 1인 가구가 단골집이 생기면 그 동네에서 정서적 안정감이 생긴다길래 단골집도 만들었거든요? 근데 약국이랑 미용실이어서 자주 갈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건 좀 미완의 결과를 냈고요, 좋아하는 산책로도 만들고 간판 읽으면서 동네 탐방도 하고 했는데 동네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는 가능한데 감정이 움직이진 않더라고요.
결국 사람이더라고요.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라는 인천 사람들만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인천 사람들끼리 인천만의 맛을 찾고, 즐기는 프로그램인데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신청한 프로그램에서 다행히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그 친구들과 <인천그래퍼>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인천의 섬을 오르면서 뉴스레터를 만들었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하는데 인천의 섬을 다닐 계획이에요. 산이고, 섬이고 다 핑계죠. 그런 핑계들로 꾸준히 만날 수 있었고, 정말 많이 친해졌고, 이젠 정말 든든하다니까요? 편안하고 즐거운 건 다행이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랑 계속 엮이고 싶어서, 이제는 내가 인천 사람이라고 어디선가는 말할 수 있게 됐고, 인천을 떠나게 되더라도 자주 올 것 같아요.
저한테 사는 곳은 삶의 만족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라는 걸 계속 느끼고 있어요. 날씨에 따라 하늘이 바뀌고, 계절에 따라 나무가 바뀌고, 그런 풍경 속에 있을 때 저는 행복하거든요. 아주 어릴 때부터, 내내 그런 환경에서 컸기 때문에 그런 자연이 제꺼같아요. 그런데 도시에 있으면 제 것을 빼앗긴다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몹시 안 좋아져요. 정말 뻔뻔하죠? (웃음)
그런 면에서 인천 부평구는 저에게 결국 떠나야 할 곳이에요. 차 소리를 듣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고요. 건물들이 빼곡해서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고요. 맑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다행인 곳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지역 만족도 3점. 수익 만족도 4.5점! 수익이 없는 주제에 수익 만족도를 내는 게 웃기지만(웃음) 서울에 근접한 도시에 살면 너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굶어 죽진 않겠다는 안정감이 있어요. 내 쓸모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믿음. 스펙이 전혀 없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고용 주체도 많고 소비 주체도 많은 도시여서 그런 믿음이 생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치만 지금 수익이 없으니까 0.5점 빼고요. (웃음) 지역 만족도는 유용한 건 다 있는 곳이지만, 나에게 필요한 자연과 여유가 있는 곳은 아니어서 3점 줄래요.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인천 스펙타클> 팀이요. 그 팀이 있어서, 누가 인천에 혈혈단신으로 정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올 거라고요.
장소는 옆 동네긴 한데 ‘만화박물관’이 근처에 있어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시설인데 채광이 너무 좋고, 창가 좌석의 뷰도 아주 좋답니다?
그리고 자랑하고 싶은 맛!은 부평에 ‘모모네 이층집’이라는 스키야키 집이 노른자가 참 신선하니 맛있어요. 특별한 맛은 아닌데, 스키야키의 정석으로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웃음)
도시에서 군 단위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해요. ‘로컬’을 생각할 때 어떤 사람들은 연희동이나 연남동 같은 골목의 맛이 있는 곳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공주나 강릉 같은 소도시를 생각하기도 하고, 농사가 주 업종인 시골을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군 단위 지역의 삶에 관심이 많거든요. 고향이 양평군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경기도 청평군이나 대구시 칠곡군에서도 한 달씩 살게 된 적이 있는데, 차 없는 군민의 삶이 참 고달파요. (웃음)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보다 사람한테 나오는 정보가 더 정확하고 많은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어쩌다 군 단위에 정착하신 분들, 군 단위에서 기획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분들이 저의 사수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웃음)
질문을 수집해 답변글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질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작성 부탁드려요 :)
에디터 소개
로컬생활자 소피 | @local.sop
사람이 필요한 지역과 기회가 필요한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획자 & 에디터를 꿈꿔요. 정착할 곳을 찾아 여러 지역을 넘나들고 있고,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 3년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승선 | @choi_welcome
지역과 공간이 주는 경험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전공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에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 서울밖사수
모든 자원이 서울로 몰리는 나라에서 서울 밖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밖의 자리를 사수하는 사람들을 찾아 더 많은 서사가 다양한 지역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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