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이자 여행

익숙함/ 그러나 그 속의 낯섬

by 어쩌다보니

한 때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법한게, 1주일 중 3일을 원래 살던 지역을 벗어나 서울을 방문하곤 했고, 또 틈만 나면 주변의 대구와 부산을 들락날락 거리는 중이었다. '한 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즉, 방랑벽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한 행위를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여행은 보통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대개 비슷한 장소, 거의 동일한 사람들. 이렇게 보면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보다는 단순히 '그 장소'들에 대한 향수에 이끌려 이를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여기 주변에 왔었는데...', '예전에 여기서 누구누구랑 놀았었는데 재밌었다.' 등등의 이런 추억들이 그 장소와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애착을 만들고, 계속 발이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오래 살아온 공간에는 상처가 있다"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을 면 '집'을 가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집이 곧 휴식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집'은 '긴장감이 가득한 공간'이다. '집'의 분위기가 무겁다고 해야 하나.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강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그게 싫어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고 싶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귀가가 그렇게 싫었고,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주말마다 가던 집을, 제일 가까우면서도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고 그렇게 발악을 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방학을 집에서 보낸 적이 거의 없고, 기숙사에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휴가'때에도 생각을 해보니 집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불속성 효도... 같지만 뭐 시선 나름이니까. 군 생활동안 있었던 단 두번의 휴가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은 두 손으로 꼽힌다. 총 16일간의 휴가 동안 집에 있었던 날이 그 중 절반도 안되니...

그렇다면 나머지 기간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말로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포항... 결국 '나'에게 익숙한 곳으로 발길이 향했다. 익숙한 사람들이 있는 익숙한 공간. 그러나 오래 머문 곳은 없기에 그 장소들에 나의 '상처'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호캉스가 인기라 한다. 물론 나도 '호캉스'라 불릴만한 것을 하기도 했고, 그 경험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멀쩡히 있는 집을 옆에 두고, 그렇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새로운 공간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어찌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이지만, 이를 통해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한 행복이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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