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은 밝다. 그리고 그 밤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아 물론 평범한 글이었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내용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살짝 다른 이야기, 하지만 친숙한 이야기일 수 있다. 서울 강남. 술집들과 학원들이 공존하고 있는 정말 놀라운 장소, 하지만 그러기에 이해할 수 있는 장소. 수많은 사람들의 주사를 볼 수 있고, 그 뒤처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벽에 물청소를 하는 청소차들. 평일 밤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이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 막차가 끊기고, 택시에 야간 할증이 붙었다는 것을 실감할 때 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곳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들이 찾아가는 곳은 바로 또 다른 술집, 피씨방, 그리고 카페가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카페를 택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그리 많지는 않다. 과거엔 많았던 것 같은데 이게 말로만 듣던 인건비 상승의 효과인 것 인가. 그래도 눈에 띄는 카페 하나를 찾아 들어간 다음 커피 하나를 시키고, 자리를 찾는다. 이왕이면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 자리. 그러나 그 자리 주변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앉아있고, 남은 자리 몇 자리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말로만 듣던 수많은 카공족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조별과제를 하러 모인 사람들도 보이고, 업무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고, 또한 갈 곳 잃은 사람들이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 물론 나는 이 중에 어느 부분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속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갈 곳 없이 떠돌다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카페를 찾아서 들어온 나는, 혼자이지만 나와 비슷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이유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각자 개인의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 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엎드리기도 하고, 영상을 보며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아니면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고. 이곳에서는 지나치게 시끄러운 정도의 소음만 아니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 타자치는 소리, 그림 그리는 소리, 커피 마시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카페의 음악 속에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된다. 이렇게 보니 그 풍경 속에 있는 존재가 풍경을 묘사한다는 것이 정말 멋있게 느껴지지 않는가.
아 정신없이 여러가지 일을 하다 보니 계속 충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옆자리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 전원을 연결하였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이라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휴대폰이라는 것은 단순히 연락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연락’이라는 것을 계속 하기 위해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문자와 전화 라는 가장 단순한 수단을 놓아두고서 더 넓은 관계에서의 ‘연락’을 하기 위해 이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현대사회는 모순덩어리인 것 같다.
피곤해서 산책도 할 겸 주위를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대로가 나오고 그 양 옆으로는 높은 건물들이 솟아있다. 그런데 그 건물들도 불이 밝혀져 있다. 저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나도 저렇게 취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아니야 취직하더라도 저렇게 야근은 안 해야지. 그래도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잡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아 4시가 넘었나 보다.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야간할증이 풀리는 시간이라 이제 집을 향해 가는 가 보다. 하지만 서울에 집이 없는 평범한 외지인은 첫 지하철이 출발할 때까지 여기서 조금 더 있기로 한다. 아직 밖은 어둡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춥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가을 옷이나 몇 벌 더 사야겠다..
잠시 나갔다 오는 길에 보니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며칠 전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모태솔로인 친구들 3명이 모여서 뜬 구름 잡는 이야기 하고 있으니 실현 불가능 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웃음이 난다. 너무 이상적인, 드라마에서나 겨우 볼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를 하면서 왜 연애를 못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 그래 우리는 어차피 안돼 하면서 합리화 과정을 밟는다. 아직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안 했지만, 요즘 내가 연락을 자주 하는 여자 사람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대외활동에서 만나기는 했는데, 그 활동에서 본 사람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고, 그래도 이 때 아니면 언제 연락해 보겠냐는 마음에 한 번 연락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한 번 만나서 밥도 먹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기에 나 혼자 열심히 해 봐야지. 사람을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좋은 경험으로 남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아직 밖이 어둡다. 5시만 되면 해가 뜨기 시작했는데, 점점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진다. 가을이 다가오는 또 다른 소리, 겨울이 더더욱 가까워진다. 사실 운세나 타로 같은 것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지만, 이게 일방적이지만 ‘호감’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혼자서 연애운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올해 연애운에 따르면 비나 눈이 내리는 날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첫 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