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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한 인간 1

ep.1 집에 불을 낸 꼬맹이

by 서안 Mar 28. 2025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우리 동네에는 작은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조금만 걸어가면 고속도로와 연결된 휴게소가 있었다.

시골에서 한 걸음만 나아가면, 갑자기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이 보이는 그 공간. 어린 나에게는 마치 마법 같은 곳이었다.


나는 도전과 모험을 좋아했다.

하수구를 탐험하기도 하고, 놀이터 모래밭에 내 옷을 묻어두고 다음 날 다시 가서 찾기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도 많았다.

   •   세발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경사에서 내려가다 경운기에 부딪혀 기절하기

   •   지붕 위에서 셔틀콕을 빼다가 팔 부러지기

   •   놀이터에서 놀다가 머리가 찢어져 병원 가기

   •   할아버지 자전거를 몰래 타고 읍내까지 가기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 사건은 따로 있다.


어느 날,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였다.

우리는 안방에서 라이터와 휴지를 가지고 놀았다. 휴지에 불을 붙이고 바닥에 내려놓으니, 장판 위로 작은 분화구 같은 문양이 생겼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다음 기억은 없다.


이웃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집에 볼일이 있어 들어왔다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나가려 했는데

안방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문을 열자마자 연기가 확 나왔고, 나는 친구와 함께 냅다 도망쳤다고 한다.


만약 그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 자리에는 정말 ‘큰 분화구’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놀랍겠지만, 나는 그때 7살이었다.


어릴 때 나는 몸으로 부딪히며 세상을 배웠다.

아픈 경험이 많았던 덕분인지, 이후로는 더 신중한 사람이 되었다.

다치지 않기 위해 조심했고, 놀이기구도 잘 안 탔다.


그런데 지금 곧 서른을 앞둔 나는, 더 이상 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다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이 아픔마저도 나에게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고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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