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부업,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지만, 회사에선 그저 아저씨예요.
고용 불안정과는 크게 관계없는 회사이기에 사무실 내부 분위기가 그렇게 빡빡하진 않았다.
얼어있던 신입 시절, 그나마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런 분위기도 한몫 한 것 같다.
조금 일에 익숙해지고 나니 잘 하고 싶었다.
ㅇㅇㅇ씨 하면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내 일에서 조금 벗어나는 일도 도와주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였던 건 적당히 자신의 일만 하던 과장급의 선배들이었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또래의 젊은 친구들에 비해 딱 정해진 일만 하는 분들이 많았다.
선배들과 사적인 얘기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가끔
퇴근하고 뭐 하세요?
물어보면 그냥 애 좀 보고, 넷플릭스 보고 쉰다고 하셨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덤덤한 분들이 많았기에, ‘뭔가 열심히 하는게 따로 있으신가?’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도 뭐 그렇게 대단한거 하면서 지내진 않았지만 해외여행도 한 번씩 가고, 새로 취미활동도 배우면서 다이나믹하게 보냈다. 무료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선배들을 보면서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나중에 저렇게 안 되어야지’
어느덧 회사에 들어온지 10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보니 문득 와닿는다.
미쳤네. 시간 진짜 빠르다…
지금의 나는 회사에서는 내 일에 충실하지만, 예전처럼 남 일을 먼저 같이 해줄 만큼 적극적인 모습은 없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와 커피타임을 할 때는 회사 일이 아니라 재테크나 퇴근 후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큰 신뢰가 없는, 적당히 아는 회사 동료에게 회사 밖 얘기를 하는 건 결코 좋은점이 없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 동료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아 그냥 뭐 넷플릭스 보거나.. 유튜브도 보고 헬스 가끔 하고요’ 정도로 어물쩍 넘어간다.
퇴근하고 별 약속이 없는 날은 글을 쓰고, 영상 기획하고, 편집을 하며 보통 11시까지 오롯이 집중하며 살고 있다. 부수익의 보상도 좋고, 재밌으니까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내게 물었다
선배님은 퇴근하고 뭐 하세요?
요즘 코로나 끝나고 여행 많이 가던데요
평소처럼 나는 그냥 넷플릭스 보던가 쉰다고 짧게 답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회사 사람들이 알아서 좋을 건 1도 없으니까.
……
신입사원들의 나이를 정확히 모르지만, 어린 친구와는 이제 10살 남짓 차이가 난다.
문득 내가 신입 때 생각이 났다.
'그 때 내게 그렇게 대충 대답했던 선배들도 보이는게 다가 아니었겠구나..'
회사 생활에 몰빵하면서 열심인 분들보다 더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을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리버리한 신입의 시기를 지나면, 직급이 높고 연차가 높다고 해도 젊은 직원들에게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반에 친해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회사 사람들의 관계는 데면데면하다.
신입사원이 나를 볼 때 속으로는 ‘저 아저씨 참 재미없게 사네..’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내가 재밌어 하고 열심히 하는 분야의 얘기를 나눌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
회사에 내 얘기를 다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딱 1명 있다. 관심사가 비슷해서 할 얘기가 많다.
주변에 사람은 많아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부동산, 주식 얘기를 하는데, 이런 투자 얘기는 잘못하면 말싸움만 하지 좋을게 없다.
나는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생산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키워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걸 좋아한다.
단순히 주식 팔아서 얻은 수익에 좋아하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 지식 창작물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팔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분위기가 좋다.
지루한 아저씨가 되지 않으려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이 사이드 프로젝트가 메인 프로젝트가 될때까지, 과정을 기록하자.
결과만 덩그러니 있는 스토리는 재미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