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는 부자다.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워딩 그대로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것들이 만족스러운 상태. 그리고 엄청난 부자다. 피곤하면 몸을 뉘일 깨끗하고 쾌적한 자가가 있고, -물론 내 집이 아니라 골방 프린스의 명의지만- 닭갈비가 먹고 싶으면 당장 먹을 수 있는 재력도 갖췄다. 게다가 내 맞은편 의자에는 내가 만든 닭갈비를 나보다 더 맛있게 먹는 골방 프린스(=남편, 하루종일 골방에서 일하며 그 골방에선 왕자를 능가하는 지위를 가졌다.)가 앉아있다.
오늘 저녁식사로 닭갈비를 먹은 후 온천천 산책을 나갔다가 걸으면서 혼자 생각했다.
‘뭐야? 이 시원한 가을 공기랑 산책길이 공짜잖아?‘
아주 완벽한 온도, 습도, 바람, 산책 시설. 이 모든 걸 무료로 누리면서 운동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란! -물론 골방 프린스가 매달 월급의 3분의 1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으니 아주 무료는 아니지만- 행복이라는 두 글자에 담기엔 내가 느끼는 만족감이 말도 안되게 크다. 귀에선 좋아하는 노래가 들리고, 내일은 헬스장에 가서 하체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부자.
각자의 기준이 다르고 만족의 영역이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내가 부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 차를 보고 사람들은 소형 SUV라 작다고, 조금 더 좋은 차로 바꾸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을 언제든 갈 수 있고, 작은 덩치 덕에(?) 좁은 주차칸에도 들어가는 우리 차가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나는 부자가 맞다. 나는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