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다녀와서

by 서부 글쓰기모임

“우리 애들은 키가 안 커.”


동생의 한숨소리가 해가 바뀌면 유난히 커진다. 아직 어린데도 그놈의 비교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데 여기, 키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가 등장한다. 김유정의 ‘봄봄’에 나오는 점순이의 아버지와 주인공 팔복이가 그들이다.


김유정역에서 내려 시간이 시간인지라 일단 닭갈비를 먹고 김유정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점순이에게 자를 들이대고 있는 그의 아버지 동상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직 키가 작다는 이유로 데릴사위를 붙잡고 있는 장인과 사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나도 키가 오히려 작은 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키 큰 사람을 동경하지는 않았다. 숨기려고, 키를 늘려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봄봄’에선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이 소설의 도화선이다. 김유정 작가의 기발함, 과장하자면 천재성이 드러난 셈이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에 그의 작품이 더 빛을 발한다고 하면 나의 오판일까.


불혹이 넘었는데도 살아있는 것을 보면 난 천재는 아닌가 보다. 천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은 축복이다. 김유정 작가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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