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던 날

by 서부 글쓰기모임

결혼 30여 년의 한기를 한쪽 벽에서

묵묵히 막아주던 장롱


사랑하나면 된다고 철딱서니 없이 시집가는 딸을 보며

그 매운 시집살이 어찌할꼬!

걱정 섞은 한숨소리 삼키며

어머니는 목화솜 켜켜이 비단 이불 장롱 한가득 채워주셨습니다.


고된 삶 갈아엎으려 이사할 때마다

이리 긁히고 저리 부딪히고 반짝이던 문짝이 삐거덕거리며

신음소리 낼 때

이건 버리고 갈 거죠?

이삿짐 아저씨의 무심한 말이 사무치게 아렸습니다.


매몰차게 버리고 돌아섰지만 못내 서운함에

다시 한번 돌아봤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밥 잘 챙겨 먹으라며 눈물짓던 어머니


이사하던 날이 어머니 마지막 떠나시던 날 같았습니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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