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인가. 잠이 모자라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작정하지 못하면 영영 방에 묶일 것만 같았다. 코앞에 뽀얀 미세먼지에 목이 껄끄러워도 버스에 올랐다. 혼탁에 가려진 희미한 산은, 넘어 보러 오라 육중한 등치에 교태를 부린다.
틈틈이 희게 비치는 바위와 청록의 가지들이 궁금을 자아낸다. 무심코 들어간 찻집에선 재즈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귀에 익은 듯한 수다 소리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잠시라도 생각을 멈추고 시간에 나를 맡기고 싶었는데, 어디를 가나 사람들 투성이다. 그 많은 사람 중에 낮 익은 얼굴 하나 있을 법 한데. 오늘도 역시 허탈할 뿐이다.
수많은 생각 중에 이리로 발길 정했지만 후회하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나인가 보다. 보기에 듬성듬성 한옥들이 정감 없이 추워 보인다. 식어가는 유자 향이 온통 머리를 헤집어 논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