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사 시간 영성체 때 손으로 받아먹는 다른 사람과 달리 왼손을 펴지 못해서 입으로 받아먹는다. 우리 본당이 아닌 다른 성당에서 영성체 할 때는 멈칫하게 마련이다.
그날은 본당에 오전 미사가 없었다. 난 옆 성당으로 가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영성체 시간에 수녀님 앞에서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멈칫하시는 수녀님. 난 사실을 이야기하고 성체를 받았다. 미사 후 수녀님이 오셔서 사과를 하신다. 가끔 나이 드신 분들이 그런 행동을 하신다는 것. 제2차 공의회 때 바뀐 규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귀찮음 때문인지 자신은 죄인이라는 죄책감 때문인지 모르지만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하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이 교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가짜가 진짜를 흔적도 없이 잡아먹어 버리는 일. 행동이 느리다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고 불편하다고 하여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특별한 것은 감추어져 있다. 그것들은 무거운 침묵 속을 항해 중이며 반드시 때를 찾아 드러내고야 말 것이다. 그 기다림을 이겨낸 이가 진정 승자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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