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돌려다오

어린이와 죽음을 읽고

by 서부 글쓰기모임

내가 죽음과 직면한 것은 26살 한창 봄꽃이 만발할 무렵이었다. 창문도 현관문도 모두 잠겨 있고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있는데도 불구하고 뇌출혈이라는 끔찍한 고통은 벽을 뚫고 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놓고 내 머리를 강타했다.

의식을 잃었다. 사방이 어두웠고 내 기억은 초점을 잃었다. 아무리 이어 봐도 연결되지 않는 기억의 잔상들은 나를 더 혼란케 했다. 죽음의 입문이 이러할까?

그러나 이 혼란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수술 후 중환자실은 아비규환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것은 내 청각이었다. 커튼을 치고 어수선함과 고함소리들.

그때 나는 무의식 저변에 있었다. 통화 중의 혼선처럼 짧고 끊기는 말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언어의 머리는 있는데 몸통과 꼬리가 없는 상태의 기이한 현상들.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한다. 그러한 혼란이 죽음을 확인시키려는 과정은 아니었을까?

그때 난 대학교를 편입해서 3학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려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야 했다. 가족 모두. 나를 위해서 두 동생은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고통 중에서도 자원봉사를 놓지 않았던 나였다. 사회복지에 대한 열의와 정성은 갸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퇴원 후, 졸업 후에는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글을 읽고 쓰는데 재미가 붙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글 쓸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수원교구에서 주최한 ‘신앙체험수기 대회’에서 수상을 했고 그 후 자신감은 속력을 더했다. 그렇기에 불혹이 지난 나이에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청춘이 뒷북을 치는 셈이 된 것.

동생들은 모두 첫사랑에 실패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다는 말은 어불성설. 동생들은 소위 나쁜 사람을 만나 첫사랑에 호되게 얻어맞았다. 하기는 그렇기에 두 번째 사랑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해 보인다.

시간은 좋은 치유자임이 틀림없다. 시간은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는 비겁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지만 시간에 맡겨보는 여유를 누려보고는 싶다.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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