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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Mar 28. 2023

공항의 미련

하루를 살아가기가 버겁다. 건강을 잃기 전에는 훨훨 날아다녔지만은 이제는 폐물이 된 듯 힘이 든다. 네 탓만 하지도 못하고 모든 게 야속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지금 나는 조금은  들떠서 제주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어언 10여 년 만에 익숙한 항공기에 몸이 반응을 한다. 과거 무수히 장거리 노선을 타고 누볐었지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물질도 따라 주지 않는다. 이제는 조용히 하늘의 인도만 받고 살아가는 운명이 되어 버렸다. 남자 한평생 인생 종 쳤다 말할 수 있겠다. 


공항 대합실에서 앉아 앞에 보이는 큰 통유리 건너에 각사의 항공기가 승객을 기다리며 조용히 기다린다. 온종일 설렘에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한나절을 기다림에 목메어 기다림이라니, 너무 지루해 온몸이 뒤틀려 간다. 벌써 해는 넘어가려 석양에 항공기에서 반사되어 눈이 부셔 집중하기 어렵다. 빨갛고 커다란 불을 뿜는 석양이 오늘따라 붉게 타오르는 듯하다. 조금 더 있으면 기내로 들어가 높은 고공에서 뭉개 구름을 바라보며 조용히 날아가겠지. 비 좁은 이코노믹 좌석에 웅크리고 빨리 도착하기만 기다려질 법도 하다. 엔진의 괴음을 뒤로하고 덜커덩 내려 활주로를 달린다. 뒤에서 당기는 듯한 역엔진이 출력을 다하면 서서히 공항 건물에 다 달아 가고 이윽고 문이 열린다. 예전에는 기내 서비스받는 재미에 항공사 선호도가 다르기도 하고 가격도 달라진다.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 보니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대중이 많아지고 만족할만한 기내 서비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석양은 점점 더 붉게 발하는데 여객기는 스르르 밀리듯 미끄러져 활주로를 달린다. 한잠 자고 나면 제주에 와 있으리...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ㅅ람

도덕적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

커피와 여행, 우리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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