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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n 03. 2023

비가 내 마음을 아는가

사랑하는 아버지 안녕히...

창밖에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밤새 걱정 그리고, 지난날을 회고하며, 뜬 눈으로 가방을 꾸렸다.


떠나시지 말고, 오래오래 곁에만 있어 달라는 소원에도, 불운에 유명을 달리하신 지 벌써 1주기...

대전 현충원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잠시 잊었다.


며칠 동안 아버님의 행적을 돌아보며 회고의 추모 영상도 만들어 유튜브에도 올려놓았다. 이번 길이 마지막일 것 같아, 착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성껏 제수용품을 준비해 꼭 제대로 올리고 싶었지만, 하늘에서는 굵은 비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또 내렸다. 한 가장, 한 남자의 인생이 기억나는 게 없다. 그래서 더욱 오래 곁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았던 탓에 서로를 잘 모르는 게 많아서인지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 생전에 같이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 이제야 하나씩 풀어가는데, 세월은 기다려 주지도 사정 봐주지도 않는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이 한잔의 제주에 혼신을 다해 못다 한 마음을 전하는 거다. 이제 다시 찾아 잔을 올릴 수 없는데, 이곳은 누가 돌보고 기억해 줄지 숙연해진다. 하늘에서는 아직도 장대비가 내리고 소리 없이 눈에서도 같은 비가 내렸다.


"고단한 삶, 고생하셨습니다." 

천국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빌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안녕히....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커피와 여행,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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