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발달장애인 가정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긴급 돌봄 센터가 운영된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위기 가정이 있을 때마다 긴급 돌봄 센터를 찾았지만 단 한 군데도 없어서 발달장애인의 가정을 더욱 절망하게 했던 돌봄 시스템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긴급 돌봄 센터가 운영된다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을 접하고 기쁨의 환호성보다 깊은 한숨소리가 더 크게 나온 건 이용 사유였다.
장애인당사자와 가족의 애경사를 비롯해서 병원 입원 등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입소 사유 아래 신체적, 심리적 소진이란 항목이 있었다.
그것도 장애자녀의 주 돌봄 자인 부모나 가족이 아닌 장애인당사자 본인이고 증빙서류로는 정신과 치료, 우울증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어머니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설령 돌봄 자인 가족이 해당된다고 해도 무슨 정신과 치료,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하는지, 개인정보보호가 철저히 요구되는 요즘 인권침해를 떠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꼭 필요한 가정이 배제되지 않도록 원활한 수요와 공급을 위한 일정 부분 바리케이드 같은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굳이 의사의 정신과 치료, 우울증 진단서까지 제출하며 필요 이상 긴급 돌봄 센터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돌봄 자의 쉼이 요구되었을 때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긴급 돌봄은 그야말로 긴급 돌봄 이어야 한다. 물론 어느 면에서는 날짜가 정해진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갑자기 돌봄을 요청하게 되는 일이 더욱 절실한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자녀와 생활하면서 하룻밤이라도 편하게 잠을 자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단 하룻밤이라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다면 장애자녀와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지 말라고 어머니들끼리 종종 말한다. 그만큼 돌봄 자인 어머니들은 잠깐이라도 휴식이 꼭 필요하다.
물론 시범 운영이니까 개선의 여지는 있겠지만 첫발을 내 디딘 김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든든한 응원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왕이면 주 돌봄 자인 어머니들의 쉼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장애자녀와 정서분리가 필요한 가정을 위해서 재가장애인 체험홈 형태의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같이 운영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자녀와 언젠가는 분리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장애자녀를 차마 떼어놓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가는 60~70대 노모들한테는 헤어지는 연습시간이 꼭 필요하다.
우리 발달장애인 부모는 장애자녀와 헤어질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다.
분리되는 순간부터 나와 내 아이의 불행은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